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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위기의 정의당, "김종철 성추행, 구체사실 공개 본질 흐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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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의당 젠더인권본부를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왼쪽)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 도중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오른쪽은 정호진 대변인.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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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복주 정의당 부대표가 지난 25일 저녁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당원들에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서를 공개했다.

배 부대표는 "오늘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사건을 접하고 많이 놀라고 참담한 심정이었을거라 생각한다"며 "저는 지난주 내내 사건을 접수해서 조사하고 피·가해자를 면담했다. 그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 진행돼 압박감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배우는 기회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배 부대표는 김 전 대표 성추행 사건 관련 8가지 질문에 답변을 내놓았다. 배 부대표는 가장 먼저 해당 사건 전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한 이유에 대해 "2차피해에 대한 우려때문"이라며 "조사도중에 사건의 내용이 유출되었을 때 피해자 입장이 왜곡되어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하게 될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또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가해자도 인정한 명백함 성추행임에도, 행위 경중을 따지며 성추행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가진 통념에 기반해서 해버린다"며 "이 또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시 김 전 대표의 음주 여부에 대해서도 "음주여부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는데 고려되는 요소가 아니다"라며 "가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술김에 실수라고 가해행위를 축소시키고 술을 안마셨으면 피해자를 좋아해서 그런거아니냐고 가해자를 옹호한다"고 했다.


다음은 배복주 페이스북 전문


정의당 당원분들께, 정의당에서 젠더인권본부를 맡고 있는 부대표 배복주입니다.

오늘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사건을 접하고 많이 놀라고 참담한 심정이었을거라 생각됩니다.

저는 지난주 내내 사건을 접수해서 조사하고 피.가해자를 면담했습니다. 그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 진행되었기에 압박감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배우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당의 입장이 발표되고 하루종일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을 접한 당원분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내내 힘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실망시켜드려 또 죄송합니다.

당원분들께 제가 받은 질문에 대해 답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비공개

전 과정을 비공개로 하게된 것은 성폭력 사건에서 늘 발생하는 2차피해에 대한 우려때문이었습니다. 조사도중에 사건의 내용이 유출되었을때 피해자 입장이 왜곡되어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하게 될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피해자의 의사와 요구를 존중하고 가해자는 인정,사과.책임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해서, 이에 대한 이행을 약속하는 협의를 이끌어내는 소통의 과정을 안전하게 갖기위해서 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대표단회의에 최초로 보고하고 당대표의 성추행 행위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피해사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성추행입니다. 이는 가해자가 명백하게 인정한 것이고, 구체적 행위를 밝히지 않는 것은 행위 경중을 따지며 "그정도야" "그정도로 뭘그래"라며 성추행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가진 통념에 기반해서 해버립니다. 이 또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합니다.

▲음주를 했는가

이 사건은 성추행사건이고 음주여부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는데 고려되는 요소가 아닙니다. 피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왜 술자리에 갔냐고 추궁하고 술을 안마셨으면 왜 맨정신에 당하냐고 합니다. 가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술김에 실수라고 가해행위를 축소시키고 술을 안마셨으면 피해자를 좋아해서 그런거아니냐고 가해자를 옹호합니디. 그러니 음주는 이 사건과 상관이 없습니다.

▲피해자는 왜 실명을 공개했는가

피해자는 자신의 일상회복을 위해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합니다. 저는 피해자가 선택을 할때 고려할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와 주어진 정보를 고려하여 선택하고 결정합니다. 피해자가 결정한 의사를 존중하고 그에 따라서 지원하는 것입니다.

▲왜 경찰에 고소하지 않나

피해자는 문제를 해결할때, 자신이 원하는 해결방식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결정은 정의당 차원에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고 징계하는 것입니다. 공동체적인 해결방식이 당을 위해 더 유효한 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를 존중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물론 성폭력 범죄는 비친고죄에 해당하기때문에 경찰인지수사가 가능하고 제3자 고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자신이 원하는 해결방식을 명확하게 밝혔다면 그 의사에 반해 수사를 하는 것이 과연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징계는 언제 결정되는가

정의당의 당헌당규에 따라 대표단은 당대표를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했고 직위를 해제했습니다. 오늘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했으니 그 절차를 밟아 징계를 결정합니다. 다만 징계를 결정할때 당대표라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 양정이 결정될 것이라는 점은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중앙당기위원회는 독립적 기구로 대표단이 관여할 수 없습니다.

▲2차피해

피해자 책임(유발)론에 따른 피해자 행실, 야한 옷차림, 진한 화장 등이 성추행 사건의 원인이 되었다며 피해자가 성추행을 유발시켰다고 규정하고 비난하는 행위. 가해자 동정론에 따라 가해자의 서사, 능력, 지위 등을 이유로 가해자를 동정하고 옹호하면서 피해자가 과도하다식으로 비난하는 행위. 피해자의 사적정보를 유출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피해자를 고립시키거나 집단적으로 따돌림하거나 모욕하는 행위 등

▲조직문화

이번 사건을 단순하게 개인의 일탈행위로만 규정하지 않습니다. 조직문화가 성차별.성폭력을 용인하거나 묵인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합니다. 정의당은 성평등 실현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교육도 꾸준히 해 왔으며 당적인 징계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원의 낮은 성인지감수성으로 인해 일상적으로 성차별, 성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함께 일하고 활동하는 사람을 동료가 아닌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있는 공간이 얼마나 평등하고 안전한지. 조직적인 노력이나 시스템은 얼마 갖추고 있는지. 이런 것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일련의 노력과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해자의 사과

자신의 성추행 행위에 대해 회피, 원망. 변명, 억울함이 아닌 온전히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는 것. 그 잘못에 대해 성실한 사과를 하는 것. 겸허한 책임과 재발방지 약속. 변화를 위한 노력과 실천.

오늘 받은 질문들 중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의당은 이 모든 과정을 신중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계획도 충실하게 고민해서 당원분들께 알려드리겠습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1derlan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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