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인구절벽 넘으려면 '필요없는 사람' 없는 사회 만들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단순 노동자도 기여 높다면 정주권 부여하는 게 인권국가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머지않아 닥칠 인구 절벽을 슬기롭게 넘기려면 한국 사회는 한민족을 주류로 삼되 필요한 외국인에게는 문호를 넓혀 국민으로 삼아 융성할 기회를 마련해야 합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이민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것을 계기로 26일 고려대 연구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인구 절벽을 극복하기 위한 이민 정책 해법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윤인진 교수
윤인진 교수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그는 외국인을 국민으로 받아들여 국가가 부흥한 사례와 외국인을 거부하고 추방해 쇠망한 역사 사례를 각각 설명했다.

유럽 중세 때 10만 명이 넘는 유대인을 추방한 스페인 제국의 펠리페 2세와 학살과 배척으로 신교도 위그노 20만여 명을 내몰았던 루이 14세 프랑스 왕을 사례로 들며 "다른 민족, 이주민을 추방하고 배척한 제국은 쇠락의 길로 접어든 반면 이들을 받아들인 나라는 번성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에서 쫓겨난 유대인들은 네덜란드로 건너가 네덜란드의 식민 제국을 건설하는 경제적 토대를 제공했고, 프랑스에서 몰려난 위그노들은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로 옮겨가 상공업 발전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윤 교수는 풀이했다.

윤 교수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 인구가 급감하는 '인구 절벽'과 관련해 "인구 과잉 시대에서는 고학력 가정주부나 정년 퇴임자 이른바 '잉여 인간'을 용인했지만 이제 더 이를 방치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산율 저하는 양육의 어려움이 빚어낸 사회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구 절벽의 시대에서 모든 인력이 경제 활동을 해 잉여 인간이 없는 '제로 휴먼 웨이스트(Zero Human Waste)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예컨대 대학을 졸업하고 자녀를 성인으로 키워낸 수많은 50대 주부 같은 이들을 그대로 두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손실"이라면서 "사람이 부족한 시대에서는 사람을 낭비하면 안 되는 만큼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생산인구를 늘리고자 외국 인력을 국민으로 삼아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에서 민족이라는 개념은 조선 시대까지 없었으나 일제 강점기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정체성과 단결을 끌어내기 위해 단일 민족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면서 "단일 민족의 순혈주의가 효과를 다해가는 마당에 새로운 상황에 맞는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민족이라는 개념을 버리자면 더 큰 혼란과 비용이 드는 만큼 일단 한민족을 주류로 삼되 외국인 출신의 이주민도 국민으로 삼도록 하는 정체성과 패러다임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단순 인력이라도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이른바 3D(Dirty·Difficult·Dangerous) 산업 분야나 농어촌 인력에서 수년간 일해 한국에 기여했다면 국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머물러 살 수는 있는 정주(定住)할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학회 학회장인 윤 교수는 다음 달 '팬더믹과 이주'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를 열어 대회 발표 논문을 학회지 '한국이민학'에 실은 다음 내용을 보완해 단행본으로 발간하는 방식으로 이민 학회지를 한국 학술지 인용색인(KCI)에 등재 또는 등재후보지에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tsy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