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을 묻자 펜을 꺼낸다. 이면지를 한 장 뒤집어 표를 그려나간다. 고민은 10여 년간 서울 곳곳의 현장을 마주하며 이미 마쳤다. 스스로 "답을 가졌다"고 자부하며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소속 조은희 서초구청장(재선)의 모습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사진=서울 서초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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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공직자 성비위'…"시스템으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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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구청장은 행정력으로 해결됐어야 하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 25일 조 구청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전 질문 주제에는 없던 '공직자 성비위 문제'를 꺼냈다. 이날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성추행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조 구청장은 "여권은 민주주의를 얘기하고, 인권을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어두운 밤'이 계속되고 있다. 가짜 민주주의고 가짜 인권"이라며 "성비위 문제를 근절하겠다는 말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 구청장은 서초구청에서 운영 중인 'Me2(미투) 직통센터'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서초구는 지난 7월부터 직장 내 젠더폭력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사안의 경중에 관계없이 즉시 구청장의 휴대폰으로 전달되는 직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신고는 법률전문가·여성단체 활동가가 위원으로 있는 '직통위원회'에도 동시에 전달된다. 위원회는 우선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피해자 지원·보호에 나선다. 이후 심의를 거쳐 경찰 등 수사기관에 사안을 이첩할 수 있다. '박원순 성범죄' 피해자 변호를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 구청장은 "성비위 문제는 꼼꼼한 시스템이 있어야 해결될 수 있다"며 "서울시장이 된다면 직통센터를 확장할 것이다. 이번 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이기도 한 성비위 문제는 제가 시장이 되면 뿌리뽑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사진=서울 서초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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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자'의 부동산 구상…뉴타운 '노후도' 기준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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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직통센터가 보여주듯 조 구청장은 '실용성'을 중시한다. 실제 생활에서 구현되지 않는 정책과 비전은 '있으나 마나'다. 스스로를 '억척이'(억척스러운 이)라고 칭하며 현장을 찾아 경청하는 등 '디테일'에 집착하는 이유다.
'공유 어린이집'이 대표적 예다. 조 구청장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려도 '대기줄'이 줄지 않자 원인을 재분석했다. 그 결과 지역별로 연령 구성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조 구청장은 "어느 곳은 3세가 많고, 다른 곳은 0세가 많은 식이었다. 5~6개 어린이집을 묶어서 서로 반을 조정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부동산 공급 정책이 화두가 되면서 야권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조 구청장의 경우는 '미니 뉴타운'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의 뉴타운 '구획'을 세분화해 각 구역을 따로, 또 같이 재개발하는 방식이다.
방점은 실제 뉴타운 개발이 진행되게 하는 데 찍혔다. 조 구청장의 구상은 우선 평균 9만평 이상인 뉴타운 '구획'을 작은 단위로 나눠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을 각자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 구청장은 "주택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단독주택이 몰려있는 넓은 지역에 기반시설을 만들 여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노후도' 기준을 없애는 것이다. 조 구청장은 "박 전 시장이 뉴타운을 해제한 지역 중 부분적으로 새 집이 들어선 곳이 있다"며 "(뉴타운 정비 대상 기준에) '노후도'가 있는데 '30년 이상'이라고 하면 이 집 때문에 그 지역은 정비를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역의) 평균 노후도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기존 노후도 기준을 없애겠다"고 했다.
'미니 뉴타운', 역세권 개발 등을 통해 조 구청장은 향후 5년 동안 서울에 양질의 주택 6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조 구청장은 "현재 서울시 주택공급률이 97%다. 65만호는 공급률을 105%로 잡았을 때 수치"라며 "실제 계산을 통해 예측 가능한 청사진을 보여준다는 것이 다른 후보들과 제가 질적으로 다른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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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오·나? 국민의힘 후보는 '조·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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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야권 후보인 소위 안·오·나(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세훈 전 서울시장·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와의 대결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조 구청장은 "과거로 돌아갈 순 없다. 국민의힘도 인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변했다는 것, 참신한 대안 후보가 있다는 게 경선 과정에서 보여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경쟁 후보들에 대한 견제구도 날렸다. 조 구청장은 "오 후보가 최근 '1인 가구 지원 본부'를 말씀하셨는데, 이미 서초구에서 제일 먼저 만들었다"며 "나 후보는 '독하게 세심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는데 독한 서울시장을 과연 시민들이 원하고 있느냐"고 했다.
안 대표에 대해선 "우리 당 후보가 아니다. 국민의힘 3자 구도는 나 전 의원, 오 전 시장, 그리고 저까지"라면서도 "안 대표가 최근 '고속도로·철도 지하화' 공약을 했는데 제가 예전부터 말해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구청장은 "저는 답을 알고 있다. 정책 토론 과정에서 누가 서울시민을 가장 행복하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지 증명하겠다"며 "저는 서울시장을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도 서울시민만을 위한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준 , 권기표 인턴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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