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사건 수사관, 블랙박스 영상 덮은 정황 드러나
잇딴 부실수사 논란…“수사종결권 시행 중단” 주장까지
부실수사 예방·점검장치 필요…지휘라인·수사문화 개선 지적
[헤럴드경제=강승연·김지헌 기자] 새해부터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 사건, 정인이 사건 등에서 잇달아 불거진 부실 수사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
급기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 수사관이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덮어줬다는 정황이 검찰 재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25일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택시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지울 것을 제안한 이 차관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경찰의 수사종결권 시행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수사종결권을 가져간 경찰의 민낯이 드러난 매우 엄중한 사건”이며 “아직 역량이 한참 부족한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를 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지 채 한 달도 안 돼 이 같은 비판에 직면하게 된 데는 경찰이 구실을 제공한 측면이 크다.
이용구 차관 사건의 경우, 서초경찰서가 정차 중 벌어진 운전자 폭행임에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대신 반의사 불벌죄인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해 내사 종결했다.
피해자인 택시기사가 사건 발생 닷새 뒤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해 수사관에게 보여줬지만 “못 본 걸로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해 파장이 커졌다.
경찰이 지난 24일 부랴부랴 서울 경찰청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한 진상조사단을 편성하고 해당 수사관을 대기발령 조치했지만,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사건 책임자였던 서초서장이 최근 경찰 인사에서 서울청 수사과장으로 영전한 것도 성난 여론에 불을 붙였다.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에서도 경찰은 3차례의 학대 의심 신고를 모두 내사 종결 또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부적절한 대응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외에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사건을 5개월 간 끌다가 별다른 진실 규명 없이 종결하거나, ‘n번방’이 세간에 알려지기 전에 디지털 성착취 사건 신고를 받고도 내사 종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었다.
이처럼 반복되는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에 대해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가져온 대신 부실 수사 가능성을 예방·사후 점검하는 장치를 미리 만들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상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기존에는 경찰의 수사를 보완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를 대체할 기능을 마련하지 못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상급 수사관이 사건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양천경찰서장을 지낸 박상융 변호사는 “사건이 발생하면 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를 통해 내용을 입력하게 돼 있는데, 내사 종결 전결 권한을 가진 과장 등이 꼼꼼하게 사건을 챙기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지휘 라인에 현장 경험이 많은 상급자를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 설득에 대해서는 많은 노력을 했지만, 현장에서의 수사의 객관성과 질 확보, 수사 업무 개선에 대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며 “변화에 맞춰 수사관 의식, 조직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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