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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96층에 사람있어요. 구조대 언제 올까요?"
"딸아이 병원비가 삼성전자 95층에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까요"
"주린이입니다. 삼성전자 93층에 샀는데 뚝뚝 떨어집니다. 그냥 놔둬야 하나요"
지난해 연말부터 최고가 행진을 이어오던 삼성전자의 오름세가 주춤하면서 동학개미들의 속이 까맣게 타고 있다. 주가가 최고치를 찍은 후 조정을 받으면서 손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주식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 여부를 묻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고점에 물린 동학개미에게 조만간 구조대가 도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22일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300원(1.48%) 내린 8만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9일 이후 나흘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가는 지난 11일 장중 9만6800원까지 치솟으며 9만원 안착을 시도했으나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8만원대에서 게걸음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최애 종목이다. 개인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삼성전자의 주식 8조4577억원어치를 쓸어담았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5만6000원선에서 가파르게 오르며 이달 들어서는 종가 기준 9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일찍이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쏠쏠한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현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투자한 동학개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것. 위의 사례처럼 각종 주식 커뮤니티 게시판에 삼성전자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올해 삼성전자 개인 순매수 금액이 7조원을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주가가 상당 부분 고점에 다다랐을때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한 투자자는 삼성전자가 장중 최고가를 기록했던 11일에 9만6000원대로 1억원 가량을 매수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그는 "주린이 삼성전자 96층에 물렸는데 5년 들고 있겠습니다"라면서 "10년은 장담 못하겠고 5년은 들고 있어볼게요"라고 적었다.
그러나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좀처럼 반등에 나서질 못하자 그는 지난 18일 "우선 저는 살아있습니다. 걱정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라며 "삼성전자는 아까 팔았는데 확인해보니 파는 것도 거의 최저점에 팔았습니다. 저는 주식하면 안되는 사람인가 봅니다"라는 비애 섞인 게시글을 남겼다.
동학개미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파운드리 산업의 구조적 성장,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 글로벌 업체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 등 주가 상승 요인이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가 상승 추세에 진입했다"면서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62조5000억원, 49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0%, 38.1%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모리 턴어라운드와 비메모리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반도체 사업부가 실적 개선을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D램 가격도 시장 예상 대비 빠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런 이유로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최 연구원은 "시장(할인율 하락), 산업(진입 장벽 상승에 의한 반도체 무형가치 부각), 기업(비메모리 사업 가치 확장) 등 재평가 받을 수 있는 3박자 조건이 갖춰졌다"며 "과거 역사적 밸류에이션 상단에 집착할 필요가 없으며 방향성에 집중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최근 인텔이 삼성전자에 위탁생산 계약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한 점도 호재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만 "시장 기대는 크지만 단기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 "중장기 수혜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매경닷컴 기자 kissmaycr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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