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3 자율차, 반도체 2000개 이상 필요
PC·가전에 밀린 車, 생산 차질 불가피
자율주행차에 적용될 차량 반도체. /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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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 반도체까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자율주행차 생산도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정부는 올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레벨3 자율주행기술 적용차 출시를 전망했는데, 여기에는 기존 차량보다 10배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이 인수합병(M&A) 등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 확대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해외 기업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24일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현재 시판되는 일반 자동차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는 약 200~300개지만,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올해를 자율주행차 원년으로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제3차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에서 "올해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3단계(레벨3) 자율주행 기술 적용 승용차 출시와 4단계 자율주행 개발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차량에 주로 탑재되는 반도체는 비메모리 반도체다. 정보 저장 용도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연산, 추론 등의 목적으로 제작된다. 국내에서는 주로 ‘시스템 반도체’로 불린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 외에도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증가하면서 차량에 적용되는 반도체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차량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50억달러(약 49조6000억원)에서 오는 2040년 1750억달러(약193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네덜란드 NXP,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일부 해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컴퓨터 등 실내에서 주로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차량용 반도체는 실내외에서 사용하고 온도 변화가 심하다"며 "이런 부문 때문에 신뢰성 있는 기업들이 시장을 지속해서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질 않았던 배경이다. 특히 2016년 인수를 결정한 전장사업 부문 1위 하만과 시너지를 위해서는 차량용 반도체 전문 업체 인수가 필요하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8월 18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할 당시 AI(인공지능), 5세대 통신(5G), 바이오와 함께 자동차 전장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바 있다.
현재 국내외 완성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 포드, 크라이슬러는 물론, 독일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등은 공장 가동 중단과 생산 차질을 걱정하는 처지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에 생산 순위를 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PC,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기술(IT) 제품과 TV 등 가전제품 등의 판매가 늘었다. 반대로 완성차 수요가 감소했다. 이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생산시설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늘려왔는데, 갑작스레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요 불일치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와 비교해 마진이 적다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파운드리 공장 가동률은 모두 100%로 알고 있지만, 업종을 불문하고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업종별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팽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차질을 빚지는 않겠지만, 자율주행차의 생산이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혁 기자(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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