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관혁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장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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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수사단(특수단·단장 임관혁)이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철저히 조사하겠다"던 포부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로 공식 해체됐다. 특수단은 17개의 사건 중 단 2건 만을 기소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내용에 대한 지적과 비판보다 "어차피 예견된 결론이었다"는 무기력한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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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수단' 출범 자체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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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참사 5년7개월이 지난 뒤 뜬금없이 특수단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살필 필요가 있다. 당초 유가족들이 원했던 건 검찰 내의 특수단 설치가 아니었다. 유족들은 특별검사 등 독립된 수사기구를 요구했다. 검찰 조직에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줄 것이란 기대를 걸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정부는 유족들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유족들의 목소리는 커져갔고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배신감으로까지 비화했다. 그러자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움직였다. 특수단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즉각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수단은 그럴듯한 선택지였다. 일부 시민들도 기존의 검찰인듯 아닌듯 한 특수단에 기대를 걸었다. 윤 총장은 자신의 측근으로 알려진 '특수통' 임관혁 검사를 단장에 앉혔다. 특수단 구성원들은 모두 검찰 내에서 인정받는 이들이 발탁됐단 평이 나왔다.
이와 동시에 더이상의 '세월호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은 정권이 윤 총장과의 접점을 찾은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당시 윤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문에 정권과 매일 부딪히는 상황이었다. 특수단 카드가 극적으로 이뤄진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특수단 결과는 기대하지 않았기에 실망도 없다"며 "특수단을 만든 것 자체가 문재인 정부에서 부추긴 측면이 있는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꾸려진 것이기 때문에 특수단이라는 수사 형태 자체가 기만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사 5년7개월 뒤에서야 꾸려진 특수단은 결국 '증거 불충분'이라는 표현이 다수 적힌 처분 결과를 내놨다. 법조계는 수사 외압과 같이 예민한 사안을 뒷받침할 증거들이 상식적으로 지금까지 남아있겠냐고 한탄한다. 임 단장 조차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6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특수단이 꾸려진 만큼 아무리 압수수색을 광범위하게 한다해도 증거 확보에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그간 임 단장조차 하루빨리 특수단 단장직을 내려놓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그만큼 성과를 내기는 어렵고, 부담은 큰 힘든 자리였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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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으나 처벌할 수 없다'는 법체계 재합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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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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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수사 내용 중 가장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국정원 사찰' 부분과 '법무부 수사 외압' 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수단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유가족 사찰 혐의에 대해 "동향 보고서가 작성된 것은 맞지만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했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획득한 동향으로 피해자들의 구체적 권리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황교안 법무부의 수사 외압 논란에 대해서도 "법무부가 검찰에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출한 게 부적절할 순 있지만 처벌 대상이 되긴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최근 몇 년 간 사법농단 등 아주 다양한 사건에서 '잘못이 있지만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어느 수준까지 형사 처벌의 기준을 끌어 올릴지에 대한 해답을 내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부작용도 있을 수 있지만, 무턱대고 다 처벌이 가능하도록 만들자는 게 아니라 충분한 협의를 통해 낡은 법이 담지 못하는 사회적 요구를 담아낼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것"이라며 "외국 입법례 등을 분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논의라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간 세월호 참사 수사를 관심 있게 지켜본 변호사들은 무엇보다 이번 특수단 결론이 참사에 대한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뉴스 댓글들을 보면 특수단 수사 결과를 마치 유가족이 제기한 의혹들은 모두 거짓이었고, 정치적 선동이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국민들이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형사적 처벌을 지지 않으면 아무 잘못도 없는 일이라는 처벌 만능주의가 팽배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 변호사도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 잘못이 없어진다거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모두가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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