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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코로나 취약층' 자영업자에게 언제까지 임시방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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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 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되었다. 재난지원금 이슈 때와 마찬가지로 누구에게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보다 시급한 대상에게 보다 많이' 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2차와 3차 재난지원금의 대상자를 선별하였다. 일각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으나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중지인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의 무료 접종 등 이 사태가 진정될 것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가 있었으나, 정말로 가능한지, 그리고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지에 대한 석연찮은 의문이 꼬리를 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와 3단계 사이에서 매일 코로나 확진자 숫자에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겨울이다.

지금과 같은 비상 시기에 정부의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3차 재난지원금을 받은 누군가는 이 시기를 좀 더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장 급한 먹을거리를, 혹은 밀려있던 필수지출을 메꾸는 용도로 사용될 것이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우려하듯, 이러한 일시적 방책은 언제까지 가능할까?

이 칼럼은 두 가지 문제 제기에서 시작한다. 첫 번째는 자영업에 대한 한국 사회의 구조와 그 대책에 대한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의 노력과 이를 평가 또는 관망하는 우리의 태도이다.

재난에 취약한 자영업자

첫 번째 문제인 '자영업'에 대해서는 기존의 논의와 보고를 간략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통계적 수치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5.1%이다. OECD 38개 회원국 중 7위로서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높다. 1989년의 자영업자 비율이 40.1%에 달했다는 것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고 할 수 있으나, 여전히 높은 편이다(OECD 평균 자영업자 비율은 16% 정도이다).

우리나라에 비해서 자영업 비율이 높은 나라는 그리스, 터키, 멕시코를 들 수 있다. 한편 이들 국가들은 경제 규모나 산업 구조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며, 산업적 측면에서 1차 산업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이 일본이나 독일에 견줄 만 하고 1인당 GDP 수준이 그리스, 터키 등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것은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주된 이유로는 급속도로 진행된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인구 고령화에 기인한다. 이러한 거시적인 환경 변화에 휩쓸려 자영업으로 전환한 대부분이 50~60대이다. 이들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에서, 한번 실패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추락의 위험을 안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영업을 시작했다. 더욱이 최근으로 올수록 고용 한파를 비롯하여 계층 사다리에서 절망을 겪는 청년들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양상이 뚜렷해졌고, 자영업자들이 안고 있는 부채와 생활고를 우려하는 사회 전반의 목소리가 꾸준하게 있었다.

코로나19 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통해 터지긴 했으나, 수년간 수차례에 걸친 예방적 경고들을 간과한 탓일까. 3차 재난지원금과 관련된 뉴스들을 접하며 마음이 저려온다. 국가로부터 현금성 지원을 받은 역사적 경험만으로는 이제 더 이상의 울림이 생겨나지 않는다. 전체적인 체질 개선과 면역력을 높이는 방책이 아니기 때문이며, 예방의 차원도 못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재난지원'금이다.

정책만으로 위기를 이길 수 없다

두 번째의 문제 제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에 관해서이다. 이 위기를 헤쳐나갈 힘. 과연 어디에서 올 것인가? 더 나은 정부, 더 좋은 시스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정책대안이 더 나은 삶을 마련해주는 최선일 것인가?

한 국가의 복지를 주요하게 공급하는 공식적인 주체로서 정부, 시장, 비영리 민간부문을 들 수 있다. 이들 세 영역이 혼합적으로 복지를 제공하되, 각 주체별로 고유한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그 한계도 명확하다.

우선 정부는 공공성을 가지고 시민권에 기반한 대규모 복지급여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다. 가장 광범위한 자원의 동원과 할당이 가능하고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보여준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이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사회복지 공급에 있어서 효율성이나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존재하고, 혁신이나 실험에 제약이 크다. 또한 복지서비스 욕구에 대한 반응이 늦고 전체적인 시민의 참여를 제한시키는 요인이 된다.

시장은 비용의 효율적인 배분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신장시키지만, 돈의 크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본의 유무에 따른 불평등이 나타난다. 비영리 민간부문은 정부와 시장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되지만,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고 전 사회를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인 성격의 복지 공급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특히 재원을 소수의 기부자(한국의 경우 기업)나 정부에 의존할 경우에는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관협력이라는 다차원적 복지 공급이 강조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민관협력이라는 용어는 자주 눈에 띄지만 여전히 중심은 관에 쏠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지 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의식, 무의식적으로 발견된다. 모든 면에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느새 우리 일상의 모든 문제들을 시민이 주도하여 자체적으로 혹은 자치역량으로 해결하기보다 중앙정부 또는 지자체의 개입과 해결을 요구하는 듯하다.

재난지원금과 같이 공공의 재원을 투입해서 시급한 대상에게 지원하는 정책적 결정에 대한 의견 피력과 토론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현금이나 현물을 기부하는 실제적 행동과 태도도 역시 중요하다.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증세에 대해 거부감이 강하면서도 복지 확대를 바라는 것은 여러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즉 우리는 걱정하고 비판에 강하면서도 개선과 행동에 빈약하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그간 우리 사회가 안고 살아왔던 취약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 글의 전반부에서 다룬 사회적으로 취약한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사회경제적 구조 등과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사회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보다 적극적인 수준의 참여와 논의가 함께 따라주어야 한다. 집값을 올리는 수준, 혐오시설을 반대하는 수준, 취약계층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수준 정도의 논의가 오고 가는 일상의 지역사회는 현세대와 미래세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시공간이다.

마스크 없이 생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해를 맞이하였고, 올해도 작년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그야말로 백신이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라 하더라도 많은 전문가들을 새로운 차원의 바이러스, 기후 재난 상황이 연이어 찾아올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공공선에 기초한 집합적 노력은 우리 일상에서 늘 요구되는 강력한 규범이 될 수밖에 없다. 내 이웃의 안전이 곧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건강성을 지키는 시민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모두에게 요청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건강성을 지키기 위한 시민적 노력이다. 지금부터라도 내가 사는 지역사회에 눈을 돌리자. 이웃들과 연대하여 공동의 가치를 발견하고 더 나은 가치를 위해 마음을 모으는 작은 운동들을 시작하자. 그게 시민단체를 통한 것이든, 공동육아의 현장이든 그룹의 성격에 상관없이 공공 영역에 미루어왔던 우리의 주체성을 강화하고 권리를 수행하는 중요한 장이 될 것이다.

*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권진 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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