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사찰, 구체적 권리 방해라 볼 수 없어…상부 지시도 없어"
"법무부·청와대 외압, AIS 조작 없어…임군 누구도 살아있다 생각 안해"
세월호특수단 수사결과 발표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임관혁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장은 19일 "유가족 기대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1년 2개월간의 특수단 활동을 자평했다.
임 단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수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시작부터 부담이 큰 사건이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 한계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검사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만들 수는 없어 있는 그대로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특수단은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나 국가정보원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의혹, 청와대·법무부가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을 모두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아래는 임 검사의 일문일답 요지.
--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지시한 기무사 관계자는 기소돼 재판 진행 중인데, 국정원 지휘부는 기소되지 않았다.
▲ 국정원도 세월호 유가족 동향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기무사와 달리 상급자 지시가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속칭 '단독 플레이'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 법원도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는다'며 국정원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 기무사나 국정원 모두 유가족을 사찰한 것은 맞는데 기소하지 않았다.
▲ 가족들의 구체적인 언동 등이 보고서에 담겼지만 보고서만으로 구체적 권리를 현실적으로 방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률적으로는 정보수집 과정에 미행이나 도청, 해킹 등의 수단이 사용되거나 수집한 정보를 이용해 후속 조치가 있어야 권리를 현실적으로 방해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국정원 개혁 TF도 이와 관련 국정원 직원의 정보 수집이 부적절하지만,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DVR(CCTV 영상녹화장치) 조작 의혹은 특검으로 넘겼지만 특수단도 상당 기간 조사했다.
▲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지만, 특검이 수사하기로 한 이상 우리의 판단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DVR 바꿔치기 의혹은 확인되기 어렵다는 취지로 유가족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에 말한 적은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사고 |
-- 임경빈 군 구조 방기 의혹과 관련해 당시 임 군을 헬기에 태우라는 지시를 누가 했는지, 누가 거부했는지도 조사했나.
▲ 당시 영상을 보면 현장 직원이 임 군을 왜 헬기에 태우지 않느냐 안타까워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러나 해당 직원을 조사한 결과 본인이 얘기한 사실도 인식 못 하고 있었고, 임 군의 상황을 인지한 것도 아니었다. 당시 응급구조사들은 임 군의 증상을 볼 때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고 헬기에 이송해야 한다고 보고한 적도 없다고 했다. 헬기 태워야 한다는 사람이 없으니 뭉갠 사람도 없다.
-- 사망은 의사가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도 임 군은 구조된 뒤 헬기가 아닌 배를 이용해 4∼5시간이 걸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런 것은 잘못 아닌가.
▲ 의사의 판단이 없으면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해야 한다는 취지인 것 같다. 그러나 현장 응급구조사 등을 모두 조사한 결과 당시 임 군의 맥박이나 시반, 경직상태 등으로 볼 때 살아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폐소생술 실시 중 바이털 사인 화면에 맥박이 일시 나타난 것도 전문기관은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수치 변화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당시 임 군이 살아있을 수 있으니 빨리 옮겨야 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 수사 외압 혐의 관련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는 어떻게 했나.
▲ 두 사람 모두 서면 조사했다. 소환조사를 할 때는 혐의 인정 가능성 등을 종합해서 판단하는데 법무부와 대검찰청 압수수색 결과나 당시 의사전달이 이뤄지는 과정 등을 보면 두 사람을 소환하는 것은 과잉수사라고 판단했다.
-- 수사팀이 해경 123정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하자 황 전 장관이 당시 변찬우 광주지검장을 불러 크게 질책했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어디까지 조사했나.
▲ 질책보다는 변 지검장이 '고집 피워 미안하다'고 했고 황 전 장관은 '검사들이 고집 피운 거겠지' 정도로 대화했다고 한다.
-- 법무부 장관이 지검장을 불러 질책하는 것 자체가 외압 아닌가.
▲ 수사 과정 중에 부른 것이 아니라 123정장을 기소한 후에 있었던 일이다. 외압이라고 볼 수 없다.
-- 우병우 민정수석도 김진모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에게 여러 번 전화해 수사 관련 지시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
▲ 김 전 부장은 우 전 수석의 전화를 받거나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고 우리도 확인된 적 없다.
-- 수사 관련 대검이 보고하고 법무부가 의견을 제시했다. 이건 법률적으로 문제 있는 것 아닌가.
▲ 대검이 먼저 보고했고 이에 대해 법무부가 의견을 제시했다. 법무부가 먼저 의견을 말한 것이 아니어서 노골적으로 수사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검이 법무부에 보고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우리가 논하기 어렵다.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수사와는 관련이 없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사했나.
▲ 안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작년부터 모든 조사에 불응하고 있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진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지도 않았다.
사참법 통과 회견하는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가족 |
-- 세월호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조작 의혹 관련은 어떻게 수사했나.
▲ 사참위나 일부 언론, 영화에서도 AIS 조작 가능성을 언급해 해수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원본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 데이터가 끊긴 부분이 있고 실제와 다른 부분이 있지만 일시적 오류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AIS는 정부 관제센터는 물론 민간 상선이나 심지어 네덜란드 기관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산재한 데이터를 모두 동시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 당초 제기된 의혹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 임 군의 어머니는 여전히 청와대 앞에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 우리도 알고 있고 가슴이 아프다. 수사 결과 발표문은 사참위와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에도 보냈다. 발표문보다 더 자세한 불기소 이유서도 보낼 계획이다. 이걸 보면 유가족들도 어느 정도는 납득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 특수단 출범 당시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수사한다고 했다.
▲ 모든 의혹을 빠짐없이 검토해 마지막 수사가 되겠다는 각오로 그렇게 말했다. 특수단은 끝나지만 아직 기소된 사건의 법원 판단이 남아있고 특검도 진행된다. 처음 시작부터 부담이 컸고 수사를 하면서 아이들이 마지막에 남긴 영상이나 메시지 등을 보면서 힘들기도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한계도 있었다. 수사 결과가 유가족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검사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만들 수는 없었다. 있는 그대로 수사했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 앞으로 특수단은 어떻게 되나.
▲ 공소 유지하고 특검이나 사참위로 기록을 인계하는 잡무가 남았다. 공식적으로 해체된다. 향후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거나 수사 의뢰, 고소 고발이 있으면 관할 검찰청에서 통상의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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