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모는 총 12회에 걸쳐 정인 양에게 폭행과 학대 행위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부는 어린 정인 양의 팔이 붓고 이유식을 먹지 않는 등 건강이 악화된 사실을 알았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범행에 가담했다. 또 이들은 총 15회에 걸쳐 약 28시간을 정인 양을 홀로 자동차, 주거지 내에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 스트레스가 범죄 원인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양부모의 주택담보대출 이력을 토대로 다자녀 대출 혜택을 노리고 정인 양을 입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면 이들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 이상의 혜택을 받고 집을 매매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평소 아동 입양에 관심이 있었고 친딸에게 정서적 유대관계를 길러주기 위해 터울이 적은 여아를 입양하기로 했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은 양모가 정인 양을 수차례 학대, 폭행한 사유로 양육 스트레스를 꼽았다. 정인 양이 울고 보채거나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모가 "양육 스트레스를 받았고 정도 생기지 않는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검찰 역시 공소장에서 "(양모가) 집에서 양육을 하면서 피해자를 향한 짜증, 분노가 커져만 가 점점 피해자를 심하게 폭행하는 등 학대하게 됐다"고 적었다.
폭행은 항상 '불상의 방식'
눈에 띄는 점은 양모가 정인 양을 학대, 폭행할 때마다 정확한 범죄 수법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이 '불상의 방법으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 범죄가 양부모의 집 내부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범죄 수법을 확인할 방법이 양부모의 진술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모에 의해 정인 양의 뼈가 골절된 부위는 무려 7군데에 달한다. 양모는 당시 11개월이던 정인 양을 상습 폭행해 좌측 쇄골, 우측 대퇴골, 우측 늑골, 후두부, 좌측 늑골, 우측 척골, 좌측 견갑골 등을 골절상을 입혔다. 그밖에 머리 부위 타박상과 장간막 파열 등 상해도 가하는 등 학대행위를 지속했다.
이처럼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정인 양을 사망으로 이르게 한 결정적인 순간은 양모의 복부 가격이다. 그는 배 부위를 손으로 때리고 불상의 방법으로 등 부위를 가격하는 등 강한 둔력을 가해 췌장을 절단되게 만들었다. 약 600ml 상당의 복강 내 출혈과 후복막강 출혈이 발생해 결국 정인 양을 숨지게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양부의 경우 양손으로 정인 양의 양 팔을 꽉 잡아 빠르고 강하게 손뼉을 치게 해 정인 양을 학대했다. 이에 고통을 느낀 정인 양은 울음을 터뜨렸지만 양부는 멈추지 않고 계속 손뼉을 치게 하는 등 정서적 학대행위를 지속했다.
치료는 뒷전...방임 시간만 28시간
어린 아이들은 잠시만 방치해도 불의의 사고를 당할 위험성이 있어 지속적 관심이 중요하다. 하지만 양부모는 외출 등을 하면서 정인 양을 총 15차례에 걸쳐 약 28시간을 주거지, 차량 내에 홀로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인 양은 상습 학대를 통해 팔이 붓고 몸이 병들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처럼 극도로 쇠약해진 정인 양에게 양부모는 영양분을 공급하거나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양부 또한 정인 양의 악화된 건강 상태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팔 부위가 골절돼 팔이 붓고 이유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몸무게가 현저히 감소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아동인 피해자에 대해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양육, 치료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당초 검찰은 양부모를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정인이 사건 관련 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바꿔달라는 사회적 여론이 거세지자 전문의 의견 등을 고려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검찰은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강한 둔력을 강해 사망하게 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인 양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셈이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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