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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트럼프 탄핵 정국

두번 탄핵에 동맹 협박한 4년···그래도 美 43%가 트럼프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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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4년, 다섯가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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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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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미국이 아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워싱턴DC 연방의회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유럽연합(EU)의 외교수장 격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내놓은 탄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장 영상에선 '민주주의의 교과서'로 불리며, 분열된 국제사회의 컨센서스를 만들어내고, 분쟁과 갈등에 개입해 조정하던 '세계 경찰' 미국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정정 불안이 이어지는 저개발국, 이른바 '바나나 공화국'에 빗대는 조롱과 야유도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4년을 돌아보는 미국 내 언론·정치학자들의 논평 역시 '분열, 망상, 불신' 같은 단어들로 채워졌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연설 담당 보좌관을 지낸 피터 웨너는 지난달 디 애틀랜틱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부족주의와 불신, 때로 망상적인 정치 문화라는 가장 사악한 유산을 남겼다”며 혹평했다.

부동산 재벌 출신의 정치권 비주류로 2016년 미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낯선 통치술을 구사했다. 겉으로라도 통합을 외치던 다른 대통령들과는 달리 지난 4년 안으로는 반(反)이민 정책 등으로 국민을 갈라치고, 국제사회에선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스스로 세웠던 기존 국제질서를 허물었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에 패하며 4년간의 실험은 실패로 마무리됐다.

끝이 아름답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이들에게서 한결같이 비판받는 건 아니다. 그가 지난 대선에서 얻은 표는 7422만표로 4년 전 당선 때보다도 1000만표 이상 더 받았다. 역대 최다 득표 낙선자다. NBC뉴스에 따르면 이달 초 의회 난입사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3%를 기록했다. 취임 첫해(2017년) 44%와 별반 다르지 않은 수치다. 트럼프가 떠나도 이른바 ‘트럼피즘(trumpism)’은 남을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공과(功過)를 재임 4년간 벌어졌던 상징적인 장면들로 정리했다.



①‘전세계 싸움닭’ 트럼프…"美 세계 경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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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 샤를부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회의. 미국의 고율 관세 등 통상 현안을 풀기 위해 모인 자리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 도출을 거부하고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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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회의. 팔짱을 끼고 입을 다문 트럼프 대통령은 홀로 앉아 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를 향해 몸을 잔뜩 기울이고 있다. 답답한 듯 눈썹을 치켜올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먼 산을 주시하는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까지 한장에 담긴 이 사진은 ‘트럼프 시대’ 혼란에 빠진 국제 정치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 우방인 유럽연합(EU)과 캐나다산 철강ㆍ알루미늄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고, 이들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하겠다며 맞서고 있었다. G7은 해법을 찾으려 모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거부하고 싱가포르로 출국해 버렸다. 같은 해 6월 12일 역사상 처음 열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ㆍ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펼친 대외정책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중심 세계 질서의 ‘전복과 파괴’의 연속이었다. 자유무역의 상징인 WTO(전신 GATT) 체제를 흔들고, 유엔(UN)을 비롯한 다자체제를 유·불리에 따라 거부했다. 2017년 6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2018년 5월 이란핵합의(JCPOA) 탈퇴, 유엔 인권이사회(UNHRC) 탈퇴 등이 대표적이다. 인권·민주주의는 그간 미국이 전세계에 전파해 왔던 가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지 않겠다. 더는 호구 짓을 안 한다”(2018년 12월)며 동맹국들에 무역흑자를 없애고, 미군 주둔 비용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맹국들에 국방 예산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맞추라고 요구했고, 한국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높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독일에서 미군을 일부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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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임기 4년 차였던 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데믹 변수까지 더해져 반중 노선을 한층 강화했다. 중국의 무역흑자를 낮추라고 요구하며 시작된 미ㆍ중 갈등은 점차 체제 갈등으로 확산됐다.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에서 중국 기업 화웨이를 몰아내기 위해 제재를 도입하고 동맹국을 압박했다. 전염병 사태가 심화하자 트럼프 정부는 친중 성향을 탓하며 세계보건기구(WHO)도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②멕시코 장벽과 두 번의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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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공들인 국내 정치는 반(反)이민 정책이었다. 2017년 1월 20일 취임 직후 '행정명령 1호'로 오바마 케어를 폐지한 그는 일주일 뒤 이슬람권 국가의 미국 입국금지, 불법 이민자 추방과 같은 행정명령을 줄줄이 발표했다. 사진은 2019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의 새로운 멕시코 장벽 섹션을 방문한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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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달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쏟아냈다. 과거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을 “강간범” “마약 밀수자”로 지칭해 논란이 된 그는 불법 입국을 막겠다며 ‘멕시코 장벽’도 세웠다. 시리아·예멘 등 5곳 이슬람권 국가 시민들은 미국에 입국이 금지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후 이런 이민자 적대시 정책을 가장 먼저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그의 인종 차별적 언행과 정책은 결국 지난해 5월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폭발했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M)’ 시위와 맞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며 미국 사회의 오랜 뇌관인 흑ㆍ백 문제를 표면화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역사에서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심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미 헌정 질서와 사법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두 번이나 미 하원에서 탄핵안이 의결된 최초의 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임기 첫해 러시아 대선개입 수사방해 사건이 불거지며 특검이 가동됐지만, 로버트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진 않았다. 다만 “대통령이 무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 하원은 이에 따라 2019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번째 탄핵안을 의결했다. 탄핵안은 이듬해 공화당 우위의 상원에서 부결됐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측근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사면으로 풀어줬다.

지난 13일(현지시간)엔 이달 초 의회 난입을 선동한 혐의(내란 선동)로 두번째 탄핵안이 가결됐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자신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셀프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행정부와 정치 시스템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자신에게 바른말을 하는 각료들을 줄줄이 쫓아냈다. 트위터를 통한 일방 통보식 경질이 많았다. 2019년에는 재무부가 발표한 신규 대북제재를 트윗 하나로 번복해 정책 혼란이 빚어졌다. 나아가 공화당의 분열도 가져왔다. 대선 선거부정 음모론과 불복 소송을 대통령이 주도하면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당내 충성파들도 이에 가세했다.



③그래도 7422만은 트럼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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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해 회의장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은 의사당 로툰다 홀을 점거한 시위대.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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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골수 지지자들은 그를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 지난 대선 바이든 당선인이 역대 최다 득표로 당선됐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7422만여 표를 얻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AP통신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46.9%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트럼프는 가더라도 트럼피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의회 습격 사태를 저지른 극성 지지자들과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은 보수 성향 백인 남성들이 주축이 됐다. 트럼프 지지 현상은 미 인구 구조상 히스패닉·아프리카계 등 소수인종이 점차 늘어나고, 목소리도 커지는 데 대한 백인들의 반감이 표심으로 드러난 거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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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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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객관적인 경제 지표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이 있었을 수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임기 동안 경제 성장률(GDP)을 비롯한 6개 경제 지표를 분석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3년 차까지 연평균 2.5%의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은 지난해 2월 3.5%로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빈곤율도 2019년까지 줄곧 하락세였다.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해 말 역대 최고치(3만409.56)를 찍은 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BBC는 다만 실업률은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지난해 4월 14.7%로 급반등했다가 이후 7%대로 내려왔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결과를 두고선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효과를 본 것이냐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4일(현지시간)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4년 가운데 3년간 미국의 무역적자는 오히려 8000억 달러를 초과해 역대 최고였다”고 지적했다.



④북미 대화, 아브라함 협정 바이든 이어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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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화에 진전이 없자 성사된 만남이었다. 일본 오사카 G20 회의차 한·일을 순방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제안'으로 성사됐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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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정책에선 기존 외교 문법을 따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가능했던 시도도 여럿 있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북핵 타결을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싱가포르), 2019년 2월(베트남 하노이), 2019년 6월(판문점) 세 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과 담판을 시도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이 과거 6자회담보다 퇴보했고,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남으로써 북한 쪽에 정치적 승리를 안겨준 거라는 비판도 물론 있다. 그럼에도 전임 정부에서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방치했던 북핵 문제를 정상 간 타협으로 단숨에 풀려고 시도해 본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복잡하게 꼬인 중동 문제도 트럼프식으로 교통 정리를 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권 국가의 관계 정상화(일명 아브라함 협정)에 대해선 바이든 당선인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북아 집단안보체제인 쿼드(미국ㆍ일본ㆍ인도ㆍ호주) 플러스 구상 역시 바이든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승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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