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까지 영업하게 해달라” 영업제한 유지된 자영업자들 반발

[경향신문]
정부의 물리적 거리 두기 조정 첫날인 18일 영업제한 완화 조치에서 빠진 유흥업소 업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정부 정책에 항의의 표시로 업주들에게 이날 저녁부터 문을 열도록 공지했다. 다만 영업재개 여부는 각 업주들의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전국의 유흥업소들은 오는 21일 전국적으로 ‘집합금지 해제’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광주지부는 “방역당국에 집합금지 해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예정대로 영업재개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 지역 유흥업소 업주들은 이날 오전 광주시청을 찾아 “집합금지를 해제하거나 현실적인 보상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고, 인천유흥업주단체 70여명도 이날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평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유흥업소들은 처벌을 받더라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유흥업소는 집합금지로 문을 닫은 기간이 3개월이 넘고 영업시간이 제한된 경우도 2개월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등으로부터 최근까지 3차례 지원받은 지원금은 620만원으로 한 달치 임대료도 안 된다는 게 업주들의 이야기다.

광주의 경우 문을 닫은 곳도 속출해 지난해 7월 710곳이었던 유흥음식중앙회 광주지부 회원 업소는 현재 650곳으로 줄었다고 한다. 고남준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광주지부 사무국장은 “광주지역 유흥업소는 지난 7개월 간 정상영업 한 기간이 2개월 밖에 안 된다”면서 “최소한 자정까지라도 영업을 허용해 다른 업종과 형평성을 맞춰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시는 자치구와 함께 유흥업소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집합금지를 위반하고 문을 열 경우에는 ‘감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고발되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대구와 경북 경주에서는 당초 18일부터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 허용하려다, 정부의 지침으로 다시 오후 9시로 조정하면서 해당 업종 종사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대구 달서구에서 4년째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 중인 박모씨(45)는 “기다리던 영업시간 연장 소식이 들리자 모처럼 식재료를 추가 주문하는 등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면서 “지역 실정에 맞게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남구 지역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한 관장은 “모든 회원에게 18일부터는 오후 11시까지 이용 가능하다는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보냈는데, 뉴스를 보고는 다시 공지해야만 했다”며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긴 지 오래다.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16일 지역 실정을 고려해 노래연습장이나 실내체육시설, 방문 판매홍보관 등 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 허용하는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대구시는 지역 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점, 지역에서도 임시 선별진료소 등이 추가 설치되면서 시민의 자발적인 검사가 늘고 있다는 점, 시민의 방역 협조가 원활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조정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는 정부의 추가 지침에 따라 지난 17일 이를 철회했다. 논란이 일자 권영진 대구시장은 “조정안은 지역 상황에 따라 지자체장이 조정 가능하다는 정부가 정한 절차와 지침을 충실히 따라 결정했고, 인접 자치단체인 경북도와도 협의했던 사항”이라면서 유감의 뜻을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지난해 2월부터 1차 대유행을 겪는 등 다른 지역보다 심한 경제적 타격을 입다 보니, 숨이 끊어질 정도라며 호소하는 소상공인이 많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고심 끝에 조정안을 마련했는데, 사실상 정부가 이를 막으면서 음식점 업주 등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주시도 식당·카페와 노래연습장 등의 영업을 오후 11시까지 허용한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철회하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김호진 경주시 부시장은 “경주의 경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 등 안정 상태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식당 등지의 영업시간 연장을 결정했는데, 정부에서 우려를 표해 어쩔 수 없이 따랐다”면서 “(방침 철회에) 아쉬워하는 소상공인이 많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돼 커피판매점과 찻집에서도 업장 내 취식이 가능해진 18일 서울의 한 찻집에서 시민들이 음료를 마시고 있다. /김영민 기자

강현석·백경열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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