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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균열 막으려면…美에 민주주의·시장경제 수호 의지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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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시대 韓외교정책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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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 한미 외교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외교에도 지형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 4년 동안 추진됐던 톱다운 방식의 미·북 정상회담과 핵 개발 억제를 위한 대북제재도 전면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는 서면 질의를 통해 외교안보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바이든 시대 한국 외교의 과제와 전략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미국 바이든 시대, 우리 외교의 최우선 과제는.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바이든 행정부의 고위직으로 임명된 정책결정자들과 긴밀한 소통채널을 구축하는 일이다. 조속한 시일 내 정상회담을 해 양국 협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사태 해결, 경제 살리기, 사회적 통합 등 시급한 국내 문제가 산적해 있어 북한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얼마나 도발을 자제하며 기다려줄지 알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우리가 설득해야 한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바이든 행정부의 신임 외교안보팀은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다. 한국이 일본, 호주 못지않은 동맹 파트너라는 믿음을 초기부터 강하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해서는 안 될 것에도 유의해야 한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우리 입장을 강의하려 하거나 한미동맹 재조정 문제를 먼저 제기해 미국 측의 반발만 사는 방식이 되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게 되는 것이다.

▷위성락 전 러시아대사=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탄핵할 정도로 민주당의 혐오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해 온 일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있으리라 보기 어렵다. 급선무는 바이든 당선인의 동아시아·한반도 정책을 면밀히 파악한 뒤 그 기초 위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호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큰 구도에서 미국에 먼저 협조한 뒤 한반도 문제를 설득하는 게 낫다. 당장 고위급 접촉으로 우리 생각을 밀어붙이려 하기보단 먼저 매력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전달할 메시지가 먼저고 전달할 채널은 그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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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도 오바마 대통령 시절 '전략적 인내'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나.

▷윤영관=과거 오바마 행정부 '전략적 인내'의 배경에는 수차례에 걸친 북한의 선제적이고 공세적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과의 협력을 중시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비핵화를 대가로 경제지원·안전보장을 제공해야 하는데 미국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자주의로 가더라도 미·북 간 협상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테니 우리 정부도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윤병세=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은 북한 지도자와 북한 정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있다. 따라서 비핵화 진전이 없는 한 대북제재 지속 등 압박 정책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실상 완성 단계에 있는 북핵 위협을 방치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제재 유지와 함께 대화와 협상 가능성도 계속 열어 놓을 것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가 언급한 바 있는 '이란식 핵협상 모델'이 주요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한반도에 대한 중장기적 상황 관리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위성락=전략적 인내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며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현실을 감안하여 단계적 접근을 수용하겠지만, 북한에 악용되지 않도록 최종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앞당기는 실무협상을 하려고 할 것이다. 협상 틀과 관련해선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다. 이란 모델식으로 한반도 주변 당사자국과 북한이 5:1 구도를 만들어 비핵화를 추진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다.

―균열 위기 한미동맹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윤영관=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와 동맹의 가치를 중시한다. 민주주의 동맹으로서 한국이 얼마나 미국과 공동보조를 맞춰 나갈 것인가가 핵심 관심사가 될 것이므로 협력하는 자세로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내정자가 최근 언급한 'D10'(민주주의 10개국 연합) 등이 현실화된다면 한국도 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병세=바이든 행정부하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방위비 분담금 문제나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서 크게 부담을 덜 것이다. 반면 전작권 전환, 반중연대 '쿼드' 참여 요구 등은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북핵 위협 공유 및 대응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린치핀) 역할을 충실히 하는 한편, 민주주의, 시장경제, 국제 행동규범 준수 등 공동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동맹다움'을 지켜 나가야 한다.

▷위성락=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외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동맹국의 '책임 있는 호응'을 주문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독자 행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보다 인내심이 적을 가능성이 높으며 북·중·일 문제 등에 대해서 한국과 협의가 잘 안 되면 마찰이 생길 것이다. 정부로서는 중국에 대응해 한국과 더 연대하길 바라는 미국의 요구를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올해는 미국 대통령 취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미·중 갈등이 더욱 고조될 텐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윤영관=이쪽이냐 저쪽이냐 화끈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식으로 서두르는 것은 신중치 못한 접근법이다.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나라는 한국 외에도 수없이 많다. 지정학적 특수성과 북한 문제를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정학적 특수성이 없는 호주나 일본 같은 국가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한미동맹을 운영하려 하지 말고 '맞춤형 동맹전략'으로 나아가자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에는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국가정체성 차원에서 미국과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윤병세=한미동맹에 확고히 기반해서 한중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대원칙과 중심을 견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미·중 갈등의 영역이 복잡다단해지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 동맹의 핵심 이익과 가치와 관련된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구분해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 중국의 보복을 받았거나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호주, 아세안, 유럽연합(EU) 등 우방국들과의 공조 체제 구축을 통해 지혜와 대응 방안을 공유하면 좋을 것이다.

▷위성락=중요한 것은 주권과 자주를 타협할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국주의, 중화질서 복원심리를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미국 편에 설 수는 없다. 지정학과 경제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이나 중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좌표와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미국이 우리를 3시 방향으로, 중국은 우리를 9시 방향으로 잡아당긴다고 할 때 대체로 1시나 1시30분 정도의 좌표를 선택해야 한다. 중국이 지나친 행태를 보이면 2시 방향으로 이동했다가 문제가 해소되면 되돌아오는 식의 다이내믹한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위안부 판결로 한일 관계가 더욱 얼어붙었다. 바이든 취임 후 미국은 다시 양국관계에 중재자 역할을 하게 될까.

▷윤영관=바이든 행정부는 적극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한일 관계에서 과거사 문제는 법률적인 접근을 뛰어넘어 이제 정치·외교적인 해결을 모색할 단계에 이르렀다. 지금처럼 한일 관계를 악화된 상태에서 계속 끌고 갈 경우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잃는 것이 얻는 것보다 클 것이다.

▷윤병세=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 동맹 외교 복원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더 한·미·일 협력 강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 본인이 위안부 합의나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타결 등에 상당한 역할을 한 인사라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악화된 것에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두 동맹국이 수교 이후 최악의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을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위성락=바이든 행정부는 관계를 복원하도록 독려할 것이나 압력은 한국 쪽에 더 올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절차나 형식 측면에서 일본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미국의 압박이 가중되면 한국은 끌려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기다리기보다 선제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바이든 당선인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한예경 기자 / 정리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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