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수사할수록 지지율 상승…‘비상식적’ 상황
윤 총장 “대선 여론조사 빼달라” 공개적으로 요청해야
지난 연말을 뜨겁게 달궜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논란은 일단 가라앉은 상황입니다. 이제는 ‘정직 2개월’ 취소 본안 소송만이 남아있습니다. 결과는 올 7월까지인 윤 총장 임기가 끝난 뒤에야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사실상 윤 총장은 임기를 다 채우게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의 처신을 둔 논란이 모두 끝난 건 아닌데요. 특히 윤 총장이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심지어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에 오르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현직 검찰총장이 유력 정치인처럼 비쳐지고 대우받는 게 적절하냐는 의문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윤석열, 검찰총장이냐 대선주자냐’ 이런 물음인데요. 이게 왜 문제일까요.
막강한 권력을 한 손에 쥔 검찰, 그리고 그 수장인 검찰총장은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입니다. 우리 검찰청법 4조가 ‘검찰총장과 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문화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사실 지난 한해 블랙홀처럼 모든 현안을 빨아들인 ‘추미애-윤석열 충돌’도 본질적으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에서 비롯됐습니다.
‘별의 순간’ 운운…윤 총장 지휘 검찰 수사엔 정치적 해석 따라붙어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진 검찰총장이 유력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민들의 눈에는 검찰의 중립성은커녕 검찰이 정치집단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의 수사에는 당연히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게 됩니다. 설령 윤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다를까요. 만약 윤 총장이 ‘월성원전 수사’ 등에서 청와대 등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수사를 대대적으로 벌이면 ‘반문 세력’은 환호할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까지 윤 총장이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를 한다고 생각할까요. 마음 한편에는 윤 총장과 검찰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를 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찜찜함이 남을 거라고 봅니다. 검찰이 억울하다고 아무리 항변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검찰 자신뿐 아니라 국민과 국가 전체에도 불행한 일인 거죠.
윤석열 총장은 자신은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적도 없고, 따라서 자신이 지휘하는 수사 또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선 주자로 여론조사 명단에 올라 있는 것 자체가 자신의 수사 지휘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심지어 “별의 순간” 운운하며 윤석열 총장이 대선 출마를 결단할 때라는 권유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는 걸 잊어선 안될 겁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 별의 순간이 한번밖에 안 온다. 본인 스스로가 결심을 할 거니까 구체적으로 얘기는 안 하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것이다. 본인이 그것을 잘 파악하면 현자가 될 수 있는 거고, 파악을 못 하면 그냥 그걸로 말아버리는 것이다”(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1월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검찰에 관한 유럽연합의 원칙을 정한 ‘로마 헌장’은 이런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검사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하며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중립성과 배치되는 정치적 행위를 삼가야 한다” 이런 원칙입니다. 여기서 특히 ‘보이기 위해서도’가 의미심장한데요,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고,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명시한 겁니다.
그런데 윤석열 총장, 과연 그렇게 하고 있나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윤 총장에게 “정치를 않겠다고 선언하라”거나 “대선 주자 여론조사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청하라”고 앞다퉈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건 본인이 해야 한다.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언론기관에 ‘지금 코로나19와 싸우고 있고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왜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어서 혼란스럽게 하느냐. 넣지 말아달라’고 했다. (윤 총장도) 그렇게 해주시면 좋겠지만 제가 관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정세균 국무총리, 1월1일 SBS라디오 ‘이철희의 정치쇼’에서 ‘검찰총장은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살아있는 권력 수사’만이 정의?…‘영생권력’ 검찰의 도그마
그런데도 윤석열 총장은 이런 지적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언행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검찰개혁과 각종 수사 등을 두고 여권과 갈등을 빚으면서 정권을 겨냥한 듯한 발언이 많은데요, 이런 언행이 야권 대선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상승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3일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가 진짜 검찰개혁이다’ 이런 말로 살권수, ‘살아있는 권력 수사’만이 정의인 것처럼 강조한 건데요. 여기서 살아있는 권력은 당연히 정권을 가리키는 메타포입니다. 그러나 지난번 논썰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산 권력, 죽은 권력이란 건 사실 메타포에 불과합니다. 법률가들의 용어는 아닌 거죠. 무엇보다 민주화된 국가에선 야당도 차지한 의석 수만큼은 실제 ‘산 권력’을 누립니다. 여러 정권에 걸쳐 세계 유례없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한국 검찰은 ‘영생 권력’이라고 불러야 할 겁니다.
이 모든 종류의 권력 비리를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의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메타포를 써가면서 정권 수사만이 정의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총장이 법률가가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행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봅니다.
이처럼 정권을 겨냥한 언행이 이어지면서 윤석열 총장의 대선 주자 지지율도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윤 총장은 지난해 6월 리얼미터의 월간 단위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1.9%포인트)에서 10.1%를 얻어 전체 3위, 야권 1위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독재와 전체주의’, ‘살권수’ 같은 정권에 각을 세우는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지지율이 올랐고, 결국 리얼미터 12월 조사에선 23.9%로 전체 1위에 올랐습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이념적으로는 보수, 문재인 대통령 국정 평가에선 ‘매우 잘못함’을 택한 응답층, 연령별로는 60대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았습니다.
‘반문 감정’이 밀어올리는 윤 총장 지지율
무엇 때문일까요. 강렬한 ‘반문 감정’이라는 공통분모를 빼고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대부분 지난 대선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들을 찍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지지세가 두드러집니다. 문재인 정부에 반감을 가진 계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결적 행보를 걷고 있는 윤 총장을 대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얘깁니다.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 현직 검찰총장이 자신이 유력 대선 주자가 된 걸 아무 문제의식 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니 그동안 행보를 보면, 자신의 언행이 대선 주자로서 지지율을 높인다는 걸 알면서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더 나아가 의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듭니다.
그렇다면 이런 비상식적이고 백해무익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윤석열 총장이 이제라도 결단해야 합니다. 모든 여론조사기관과 언론매체들에 자신이 현직 총장으로 있을 때는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요청해야 합니다. 윤 총장이 지난해 2월과 8월 측근을 통해 비공개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대선 주자 여론조사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측근을 통하지 말고, 비공개로도 말고, 자신이 직접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여론조사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청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검찰총장 임기를 마친 뒤에 대선 주자가 되는 것도 사실 바람직한 건 아니지만, 그거야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검찰총장 재임 중에는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케 하는 언행을 해선 절대 안 됩니다.
2019년 당시 차기 대선 주자 상위권에 올랐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여론조사에서 제외해줄 것을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요구해 결국 관철한 바 있습니다. 당시 유 이사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심의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도 공문을 보낸 바 있는데요. 다만 심의위에선 조사 대상 선정은 여론조사기관과 언론매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며 관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단호하고 공개적인 의사 표명을 했기 때문에 당시 여론조사기관들도 유 이사장을 뺐다는 점을 윤 총장도 새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여론조사기관들도 윤 총장의 요청이 오면 이를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현직 검찰총장을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 끼워놓는 분별 없는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마땅합니다. 여론조사기관은 일반 회사와 다릅니다. 여론조사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분명히 인식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자, 윤석열 총장이 과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라는 요구에 부응하는 선택을 할까요.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하고 풍부한 내용은 지금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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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대선 여론조사 빼달라” 공개적으로 요청해야
[논썰] 윤석열, 검찰총장인가 대선주자인가 한겨레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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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을 뜨겁게 달궜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논란은 일단 가라앉은 상황입니다. 이제는 ‘정직 2개월’ 취소 본안 소송만이 남아있습니다. 결과는 올 7월까지인 윤 총장 임기가 끝난 뒤에야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사실상 윤 총장은 임기를 다 채우게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의 처신을 둔 논란이 모두 끝난 건 아닌데요. 특히 윤 총장이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심지어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에 오르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현직 검찰총장이 유력 정치인처럼 비쳐지고 대우받는 게 적절하냐는 의문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윤석열, 검찰총장이냐 대선주자냐’ 이런 물음인데요. 이게 왜 문제일까요.
막강한 권력을 한 손에 쥔 검찰, 그리고 그 수장인 검찰총장은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입니다. 우리 검찰청법 4조가 ‘검찰총장과 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문화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사실 지난 한해 블랙홀처럼 모든 현안을 빨아들인 ‘추미애-윤석열 충돌’도 본질적으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에서 비롯됐습니다.
아시다시피 검찰은 가장 강력한 국가권력기관입니다. 국가가 지닌 여러 권력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권력이 형벌권입니다. 사람을 불러 조사하고 체포하고 가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로 검찰은 양대 형벌권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해왔습니다. 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올해부터 일부 변화가 있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주요 분야의 수사권은 검찰이 행사하게 됩니다. 게다가 검찰은 총장이 정점에서 모든 조직을 지휘하는 1인 체제의 수직적 구조입니다. 지난번 징계 논란에서도 드러났듯이 총장은 2년 임기 또한 철저하게 보장받고 있죠. 일단 임명되면 인사권자인 대통령이라도 ‘2개월 정직’ 정도의 징계도 내리기 어렵습니다. 임기 중엔 검찰총장이 마음을 먹으면 특정 대상을 향해 검찰이 가진 무시무시한 강제력을 일사불란하게 쏟아부을 수 있는 겁니다. 청와대도 예외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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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순간’ 운운…윤 총장 지휘 검찰 수사엔 정치적 해석 따라붙어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진 검찰총장이 유력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민들의 눈에는 검찰의 중립성은커녕 검찰이 정치집단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의 수사에는 당연히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게 됩니다. 설령 윤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다를까요. 만약 윤 총장이 ‘월성원전 수사’ 등에서 청와대 등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수사를 대대적으로 벌이면 ‘반문 세력’은 환호할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까지 윤 총장이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를 한다고 생각할까요. 마음 한편에는 윤 총장과 검찰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를 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찜찜함이 남을 거라고 봅니다. 검찰이 억울하다고 아무리 항변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검찰 자신뿐 아니라 국민과 국가 전체에도 불행한 일인 거죠.
윤석열 총장은 자신은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적도 없고, 따라서 자신이 지휘하는 수사 또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선 주자로 여론조사 명단에 올라 있는 것 자체가 자신의 수사 지휘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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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별의 순간” 운운하며 윤석열 총장이 대선 출마를 결단할 때라는 권유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는 걸 잊어선 안될 겁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 별의 순간이 한번밖에 안 온다. 본인 스스로가 결심을 할 거니까 구체적으로 얘기는 안 하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것이다. 본인이 그것을 잘 파악하면 현자가 될 수 있는 거고, 파악을 못 하면 그냥 그걸로 말아버리는 것이다”(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1월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검찰에 관한 유럽연합의 원칙을 정한 ‘로마 헌장’은 이런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검사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하며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중립성과 배치되는 정치적 행위를 삼가야 한다” 이런 원칙입니다. 여기서 특히 ‘보이기 위해서도’가 의미심장한데요,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고,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명시한 겁니다.
그런데 윤석열 총장, 과연 그렇게 하고 있나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윤 총장에게 “정치를 않겠다고 선언하라”거나 “대선 주자 여론조사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청하라”고 앞다퉈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윤석열 총장은 ‘나는 정치 할 생각도 전혀 없고 정치 중립으로 검찰총장 직무만을 충실히 수행하겠다’ 이렇게 해야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살고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된다”(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12월2일 KBS라디오 ‘김경래 최강시사’)
“그건 본인이 해야 한다.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언론기관에 ‘지금 코로나19와 싸우고 있고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왜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어서 혼란스럽게 하느냐. 넣지 말아달라’고 했다. (윤 총장도) 그렇게 해주시면 좋겠지만 제가 관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정세균 국무총리, 1월1일 SBS라디오 ‘이철희의 정치쇼’에서 ‘검찰총장은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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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 수사’만이 정의?…‘영생권력’ 검찰의 도그마
그런데도 윤석열 총장은 이런 지적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언행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검찰개혁과 각종 수사 등을 두고 여권과 갈등을 빚으면서 정권을 겨냥한 듯한 발언이 많은데요, 이런 언행이 야권 대선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상승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3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선 이런 말을 했죠.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다.”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며 쓴 표현인 ‘독재’, ‘전체주의’를 그대로 갖다 써서 사실상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정치적 언사라는 지적을 받았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지난 11월3일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가 진짜 검찰개혁이다’ 이런 말로 살권수, ‘살아있는 권력 수사’만이 정의인 것처럼 강조한 건데요. 여기서 살아있는 권력은 당연히 정권을 가리키는 메타포입니다. 그러나 지난번 논썰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산 권력, 죽은 권력이란 건 사실 메타포에 불과합니다. 법률가들의 용어는 아닌 거죠. 무엇보다 민주화된 국가에선 야당도 차지한 의석 수만큼은 실제 ‘산 권력’을 누립니다. 여러 정권에 걸쳐 세계 유례없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한국 검찰은 ‘영생 권력’이라고 불러야 할 겁니다.
이 모든 종류의 권력 비리를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의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메타포를 써가면서 정권 수사만이 정의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총장이 법률가가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행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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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권을 겨냥한 언행이 이어지면서 윤석열 총장의 대선 주자 지지율도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윤 총장은 지난해 6월 리얼미터의 월간 단위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1.9%포인트)에서 10.1%를 얻어 전체 3위, 야권 1위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독재와 전체주의’, ‘살권수’ 같은 정권에 각을 세우는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지지율이 올랐고, 결국 리얼미터 12월 조사에선 23.9%로 전체 1위에 올랐습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이념적으로는 보수, 문재인 대통령 국정 평가에선 ‘매우 잘못함’을 택한 응답층, 연령별로는 60대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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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문 감정’이 밀어올리는 윤 총장 지지율
무엇 때문일까요. 강렬한 ‘반문 감정’이라는 공통분모를 빼고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대부분 지난 대선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들을 찍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지지세가 두드러집니다. 문재인 정부에 반감을 가진 계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결적 행보를 걷고 있는 윤 총장을 대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얘깁니다.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 현직 검찰총장이 자신이 유력 대선 주자가 된 걸 아무 문제의식 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니 그동안 행보를 보면, 자신의 언행이 대선 주자로서 지지율을 높인다는 걸 알면서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더 나아가 의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듭니다.
그렇다면 이런 비상식적이고 백해무익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윤석열 총장이 이제라도 결단해야 합니다. 모든 여론조사기관과 언론매체들에 자신이 현직 총장으로 있을 때는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요청해야 합니다. 윤 총장이 지난해 2월과 8월 측근을 통해 비공개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대선 주자 여론조사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측근을 통하지 말고, 비공개로도 말고, 자신이 직접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여론조사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청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검찰총장 임기를 마친 뒤에 대선 주자가 되는 것도 사실 바람직한 건 아니지만, 그거야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검찰총장 재임 중에는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케 하는 언행을 해선 절대 안 됩니다.
[논썰] 윤석열, 검찰총장인가 대선주자인가 한겨레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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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당시 차기 대선 주자 상위권에 올랐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여론조사에서 제외해줄 것을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요구해 결국 관철한 바 있습니다. 당시 유 이사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심의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도 공문을 보낸 바 있는데요. 다만 심의위에선 조사 대상 선정은 여론조사기관과 언론매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며 관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단호하고 공개적인 의사 표명을 했기 때문에 당시 여론조사기관들도 유 이사장을 뺐다는 점을 윤 총장도 새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여론조사기관들도 윤 총장의 요청이 오면 이를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현직 검찰총장을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 끼워놓는 분별 없는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마땅합니다. 여론조사기관은 일반 회사와 다릅니다. 여론조사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분명히 인식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자, 윤석열 총장이 과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라는 요구에 부응하는 선택을 할까요.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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