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연쇄증폭반응 보이는 '광사태 나노입자' 세계 최초 발견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광사태 현상'을 일으키는 나노입자가 세계 최초로 포착됐다. 광사태 현상은 작은 빛 에너지를 특정 나노 물질에 쏘이면 물질 내에서 빛의 연쇄 증폭 반응이 일어나 더 큰 빛에너지를 대량 방출하는 현상이다. 빛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에너지를 얻는 태양광 발전이나, 빛을 활용한 바이러스 진단, 자율주행의 눈으로 불리는 라이더의 경쟁력 확보 등 다양한 미래기술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화학연구원 소속 서영덕, 남상환 박사의 연구팀은 미국과 폴란드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로 이같은 현상을 발견해, 관련 연구 논문이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의 표지 논문으로 15일 실렸다.
작은 빛을 쬐면 큰 빛을 방출
광사태 나노입자 기반 단일광선(Single-beam) 초고해상도 이미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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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나노 물질은 빛을 흡수하면 일부는 열로 소모하고 나머지는 처음보다 작은 에너지의 빛으로 방출한다. 이렇게 하향 변환이 일어나는 것과 달리, 일부 나노물질에서는 상향 변환이 일어난다. 작은 빛 에너지를 흡수해 큰 빛을 방출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툴륨(Tm)이라는 원소를 특정한 원자격자 나노 구조로 합성하면 작은 에너지의 빛을 약한 세기로 쪼여도 빛이 물질 내부에서 연쇄적으로 증폭 반응을 일으켜 더 큰 에너지의 빛을 강한 세기로 방출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입자에 레이저 포인터 수준의 약한 세기의 빛만 쪼여줘도 매우 강한 세기의 빛을 방출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광학적 연쇄증폭반응을 일으키는 나노입자가, 마치 빛이 눈사태를 일으키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광사태 나노입자'라고 이름 붙였다.
연구팀이 발견한 광사태 나노입자는 광변환 효율이 40%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상향변환 나노물질의 광변환 효율은 1%에 불과하다. 광변환 효율은 들어간 빛의 양(빛의 세기) 대비 나온 빛의 양(빛의 세기)의 비율을 말한다. 빛 알갱이 100개 중 몇 개의 알갱이가 상향변환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효율을 뜻한다.
연구팀은 광사태 나노입자를 활용해 보기 힘든 매우 작은 25nm(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을 높은 해상도로 관측하는데도 성공했다. 가시광선 파장인 400~700nm 이하 크기의 물질은 고해상도로 보기가 어려운데, 기존 기술보다 간단하게 관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에 응용
툴륨 이온(Tm3+)이 도핑된 나노입자 내부에서의 빛의 광사태(PA: Photon Avalanche) 연쇄증폭반응의 메커니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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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향후 화학연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팀과 함께, 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응용연구를 진행한다. 광사태 나노입자는 기존 전지가 흡수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빛의 영역보다 더 긴 파장의 빛도 흡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지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연구팀은 임신진단키트 형태의 바이러스 진단 키트 등 체외진단용 바이오메디컬 기술, 레이저 수술 장비나 내시경 등 광센서 응용기술, 항암 치료와 피부 미용 등에 쓰이는 체내 삽입용 마이크로 레이저 기술 등에 광사태 나노입자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레이저 포인터보다 더 약한 세기의 LED 빛으로도 광사태 현상을 일으키는 연구를 진행한다.
서영덕 화학연 박사는 "이번 연구성과는 빛을 활용하는 모든 산업과 기술에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어 향후 미래 신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 의료분야를 비롯해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위성 등 첨단 IoT 분야, 빛을 활용한 광유전학 연구나 광소재 등의 포토스위칭 기술 분야 등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후속 연구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통상 자율주행 차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의 광원이 900~1500nm 등 근적외선을 활용하는데 인듐, 갈륨, 비소 등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화합물로 이뤄진 반도체를 쓴다"라며 "여기에 광사태가 일어나는 나노입자를 활용하면 라이다의 성능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은 높이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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