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골동품점서 발견 뒤 외교부 예산 1천만원 지원받아
아세안 한국대표부에 전시한 고지도 가리키는 윤상욱 공사참사관 |
고지도 매입·전시를 기획한 윤상욱 아세안 대표부 공사참사관은 14일 연합뉴스 특파원과 인터뷰에서 "외교관으로서 독도·동해를 알리는 데 늘 신경 썼고, 개인적으로 고지도에 관심이 많았다"며 해당 고지도 구매 사실을 공개했다.
윤 공사참사관은 2019년 7월 자카르타 만다린오리엔탈 호텔 내 골동품 바르텔 갤러리(Bartele Gallery)에서 고지도 200장을 살펴보다 동해(동양해)·한국해 표기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인도네시아는 340년간 네덜란드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1942∼1945년에는 일본 지배를 받았다.
바르텔 갤러리는 매년 유럽에 출장자를 보내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아시아 지역 고지도를 경매로 사 온다.
프랑스인 기욤 드릴이 18세기 제작한 지도(1번) |
윤 공사참사관은 "한국해·동해로 표기된 고지도를 매입해 전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갤러리에 조건에 맞는 고지도를 최대한 구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한 달 뒤 5장을 구했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윤 공사참사관과 함께 갤러리로 달려간 임성남 대사는 "정부 예산으로 매입할 가치가 있을 것 같다"고 판단, 외교부에 정식으로 예산을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갤러리 측은 고지도 한 장당 1천800∼2천 달러를 요구, 외교부는 5장 모두 구매할 수 있도록 예산 1천만원을 2019년 12월에 승인했다.
고지도를 판매한 인도네시아 갤러리 큐레이터와 임성남 대사 |
작년 초 아세안 대표부가 매입한 고지도 5장은 모두 18세기 유럽의 지도 제작자들이 만들었다.
이들 지도에 한국과 일본 사이 바다는 한국해(Mer de Coree) 또는 동해(동양해·Mer Orientale)로 표기됐다.
1번, 2번 지도는 프랑스의 지도 제작자 기욤 드릴(Guillaume Delisle), 3번 지도는 또 다른 프랑스인(Robert de Vaugondy), 4번 지도는 독일인(Pieter Schenk), 5번 지도는 네덜란드인(Jan Berand Elwe)이 만들었다.
동해(동양해), 한국해로 표기된 2∼5번 지도 |
아세안 대표부는 매입한 고지도를 널리 전시해야 한다고 보고, 1번을 한국 대표부 청사에, 2번 지도를 대사 관저에, 3번 지도를 인도네시아의 명문 가자마다대학교에 각각 전시했다.
또, 4번 지도를 다음 주께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JIKS)에 영구 전시하고, 5번 지도는 독특하게도 한국과 필리핀이 매우 가깝게 그려져 있기에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윤 공사참사관은 "일본은 오래전부터 '일본해'라고 표기된 고지도를 전략적으로 사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 매입한 한국해·동해 고지도를 가능한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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