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통과
두 번 탄핵당안 대통령은 미 역사상 처음
찬성 232명, 반대 197명…공화당 3인자도 가세
상원 통과해야 탄핵·파면…가능성은 낮아
지난 12일 텍사스주에 있는 멕시코 국경지대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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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소추 당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당한 지 13개월 만에 두 번째 탄핵이다. 트럼프는 하원에서 두 번 탄핵당한 첫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됐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이날 트럼프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민주, 공화 양당 하원의원들은 이날 3시간 30여분에 걸친 찬반 토론 끝에 오후 4시를 넘겨 표결을 시작했다. 투표 결과 찬성 232표, 반대 197로 탄핵안이 통과됐다.
민주당 의원 222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 의원 10명이 동참했다.
공화당 하원 '넘버 3'인 리즈 체니 하원의원을 비롯해 애덤 킨징어, 존 캣코, 프레드 업턴 등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이날 찬성표를 던졌다. CNN에 따르면 전날 백악관은 공화당 의원 20여명이 찬성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그보다는 적었다.
대통령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전체의석(공석 2석을 제외한 433석)의 과반(217명 )이 찬성하면 된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탄핵안 통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이 10명이나 탄핵을 지지한 것은 첫 번째 탄핵 때와는 달라진 점이다.
당시 하원 공화당은 전원 탄핵 반대표를 던지거나 불참했으며, 오히려 민주당 의원이 당 노선에서 이탈해 탄핵을 반대하기도 했다.
공화당 이탈 전조는 전날 저녁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화당 의회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탄핵 쪽으로 기울었다는 언론 보도(악시오스)가 계기가 됐다.
뉴욕타임스(NYT)도 소식통을 인용해 매코널이 트럼프가 탄핵사유가 되는 행동을 했으며,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데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체니 하원의원은 "트럼프 탄핵에 투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당 지도부가 탄핵을 지지하거나, 적어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자 의원들은 당 노선을 떠난 투표가 허락된 것으로 받아들여 '반란'표가 대거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은 상원 표결은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상원에서는 전체 100명 가운데 3분의 2(67명) 이상이 찬성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파면된다.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50석씩 갖고 있다. 적어도 공화당 의원 17명 이상이 민주당에 가세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탄핵·파면될 수 있는데, 공화당 상원 지도부가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1월 20일 정오) 전에 탄핵 심리를 시작하지 않을 방침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전날인 19일까지 상원 회의를 소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이상 임기 종료 전에 대통령직에서 강제로 끌어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하원 표결에서 공화당 반란 표가 10표 나오면서 상원에서 진행될 탄핵 심판 결과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240년 역사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상원 문턱을 넘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상원에서 부결 가능성이 높은데도 민주당이 하원에서 탄핵을 밀어붙인 건 지난 6일 지지자의 의회 점거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폭력을 선동한 책임을 울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정계 입문 이후 관례와 전통을 깨면서 기성 정치와 반대 행보를 정체성으로 삼았다. 4년간의 대통령직 마무리도 두 번 탄핵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면서 막을 내리게 됐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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