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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박준영 변호사 "김학의 출금 정의실현 위한 업무처리?… 무리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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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출금 문제 '법치주의 실현' 관점에서 접근해야"

2019년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자진 사퇴 후 올린 글도 공유

아시아경제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최모씨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선고된 13일 최씨의 소송대리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오른쪽)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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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을 통해 재심 전문으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가 최근 '불법 출국금지' 논란이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관련 "정의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업무처리였다는 주장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그는 이번 사건은 ‘법치주의 실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사건이 발생한 2019년 3월 당시 대검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민간인 조사단원으로 일하다가 문제의 '불법 출금' 조치가 내려지기 직전 진상조사단에서 자진 사퇴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절차상 중대한 위법을 저지르고도 '급박하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위법행위를 정당화하려는 법무부나 사건 연루자들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통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논란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해당 글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1심 무죄를 선고받은 다음날인 지난해 5월 17일 출근길에 "국가권력의 행사에 있어 공정성과 냉정함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내용이 담긴 기사의 링크를 함께 게시했다.


박 변호사는 먼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제7조를 언급하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공무원의 역할을 강조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한 부분을 인용했다.


이어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금지 관련 문제는, 공무원의 역할인 '법치주의 실현'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권 제한은 그 근거가 있어야 하고, 적법절차는 법치주의의 본질적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 김 전 차관이 받고 있던 혐의에 비춰 법무부의 긴급출국금지 요청을 불가피한 조치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 전 차관이 1심 무죄, 2심 일부 유죄를 받았다. 일부 유죄를 받은 혐의는 출국금지 당시 문제되지 않은 혐의로 알고 있다"며 "일단 잡아놓고 수십 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이잡듯이 뒤져 찾아낸 혐의였다. 당시 별건 수사였다는 지적이 있었던 이유다. 조국 전 장관 수사와 비슷한 문제점이다"고 했다.


이어 "조 전 장관과 김 전 차관을 어떻게 똑같이 놓고 비교할 수 있냐는 분들 계실 것 같은데 일부 과잉 수사를 한 점에 있어서는 본질적으로 같다고 본다"며 "이런 수사를 하게 된 배경을 우리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 검찰개혁, 수사의 속성 그리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정의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업무처리였다는 주장은, 출국금지 요청 당시 강조된 김 전 차관 혐의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놓고 보면 무리한 주장이다"며 "법원에서 모두 무죄와 면소(공소시효 완성) 판단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사정을 모르고 운명적으로 관여하게 된 일부 공무원들이 참 딱하다"고 상부의 불법적인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공무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글 말미에 그는 "헌법이 보장한 법치주의 그리고 직업공무원제도의 관점에서 김 전 차관 문제를 고민해 보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글을 쓰며 지난 일을 돌아보게 된다"며 진상조사단에서 자진 사퇴한 직후인 2019년 5월 김 전 차관의 구속에 대해 적었던 과거 게시글을 공유햇다.


과거 글에서 박 변호사는 "김학의 구속, 수많은 국민들의 정의와 상식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저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내심 그리 되길 바라기도 했다. ‘제3자 뇌물수수’라는 주요 혐의에 사실적, 법리적 의문이 있었다. 그리고 뇌물혐의로 구속한 후 성폭력 혐의를 압박하는 것은 무리한 수사라고 봤다"고 적었다.


또 그는 "김 전 차관의 구속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권력의 의지와 여론의 압력으로 집요하게 파고 또 파서 사람을 잡아넣을 수 있다는 사실, '정의의 실현'이라기보다 '무서운 세상을 본 충격'으로 먼저 다가왔다"며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로 봤다"고 적었다.


박 변호사는 "제가 김학의 사건 기록을 보지 않았다면, 저는 '정의의 실현'으로 이 상황을 해석했을 것"이라며 "'사필귀정', '권선징악'이라는 가치의 실현 사례로 바라봤을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의 이 같은 의견 표명은 김 전 차관이 당시 받고 있던 혐의나 죄질 자체는 구속사유가 되기 충분할지 몰라도, 김 전 차관을 구속하기까지의 절차에 분명히 문제가 있고, 그것은 범죄자를 단죄한다는 정당한 목적으로도 결코 용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자칫 국민적 지탄을 받던 김 전 차관을 옹호하는 글로 비칠 가능성을 의식한 듯 "제 글이 다소 불편하실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경험과 서 있는 위치가 다를 때는 관점도 다를 수 있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박 변호사는 "김학의 전 차관의 혐의를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는데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며 "그런데요 인권은 '소외받고 있는 가치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모두가 비난한다 해도 조금이라도 억울한 지점이 있다면 그 얘기를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렇다고 제가 인권변호사라 불리고 싶지 않다. 반인권적인 일을 했던 부끄러운 과거도 많기 때문'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리고 "저는 새끼(자식)들이 좀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란다. 문제제기를 하는 목적이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한편 박 변호사는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최모씨의 재심 청구 사건을 대리해 무죄 선고를 이끌어 낸 바 있다.


박 변호사는 최씨의 국가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맡아 진행해 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판사 이성호)는 대한민국이 최씨에게 약 13억원을 지급하고, 그 중 2억6000만원은 당시 수사담당 형사와 진범을 불기소처분한 검사가 공동으로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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