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모 측은 골절 등과 관련한 일부 학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점에 화나 누워 있는 피해자의 배와 등을 손으로 밀듯이 때리고, 아이의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떨어뜨린 사실이 있다"면서도 "장기가 훼손될 정도로 강한 둔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과실과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을 수는 있으나 둔력을 이용해 고의로 숨지게 한 것은 아니라는 항변이다. 부모로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부분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약한 일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중형이 예상되는 살인 의도와 관련된 혐의는 부인하는 태도다. 살인 혐의가 인정되면 형량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대법원 기준에 따르면 살인죄는 기본 양형이 10~16년이다. 가중 요소가 부여되면 무기 이상의 중형 선고도 가능하다고 한다. 반면 아동학대 치사죄의 경우 기본 4~7년, 가중 6~10년에 그친다. 그간 드러난 사실 및 증언들과 양모 측 주장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엄정한 재판을 통해 사건의 실체가 한 점 의혹 없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할 이유다.
'정인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 만큼 첫 공판은 큰 관심을 받았다. 법원 앞에 인파가 몰렸고 추모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 수십 개가 놓였다고 한다. 양부모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와 함께 양부모를 향한 시민들의 고성도 이어졌다. 수사 결과와 언론 보도를 통해 학대 행위의 잔인성과 끔찍함이 알려지며 공분과 함께 어른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재판을 통한 단죄는 그것대로 진행하되, 아동학대 예방과 범죄 대처를 위한 노력이 치열하게 펼쳐져야 할 이유다. 정부와 경찰은 아동학대 범죄를 시도경찰청 특별수사대가 담당토록 하고, 아동학대 관련법을 지속해서 보완키로 하는 등 관련 대책을 내놨다. 지난 8일에는 '정인이 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 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지자체나 수사기관이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부터 신고를 받으면 즉각 조사나 수사에 착수토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아동학대 범죄는 그간 잊힐만하면 터지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그때마다 대책을 내놓으며 부산을 떨었지만, 이번에 경찰이 드러낸 허술하기 짝이 없는 초동 대처를 볼 때 대책은 그때뿐이었던 셈이다. 정인이 사건을 교훈 삼아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다. 정인 양의 희생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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