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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정인이 내려치듯 던졌다면”…양모 살인죄 ‘고의성’ 입증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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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소장 변경’ 첫 공판

살인 ‘주위적 공소사실’로 변경

아동학대는 ‘예비적 공소사실’로

법조계·법의학계는 ‘신중론’

헤럴드경제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인이 사건’의 양모 장씨가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는 가운데 시민들이 이날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정인이를 추모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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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된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33)씨에 대해 13일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은 살인죄를 적용했다. 살인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살인죄의 경우 고의성 입증이 중요한데, ‘살인 의도’를 제대로 밝혀 내지 못하면 살인죄는 자칫 해당 혐의가 무죄로 선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증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씨 측은 수사 과정에서 아동학대, 방임 등 일부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해 왔다. 장씨는 검찰 조사에서 “정인이를 실수로 떨어뜨려 사망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했기 때문에 최대 쟁점은 정인이를 죽이려 했던 의도, 즉 ‘미필적 고의’가 될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보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소속 신수경 변호사(법무법인 율다함)은 “살인죄는 고의 입증이 어렵다”며 “고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양모가 아이를)떨어뜨린 것이 아니라 내려치듯 던졌다면 살인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런 혐의가 재판 과정에서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여성·아동범죄 사건을 주로 담당해 온 한 검사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통상 아동학대치사로 먼저 기소한 후 보강수사에서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살인죄로 죄명을 바꿀 수 있다”면서도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면 오히려 변호인 측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의학자들은 “지켜보자”면서도 “장씨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신중한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살인 혐의를 밝히는 것은 수사기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법의학자들은 상습 학대의 증거들이 오히려 미필적 고의를 증명하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중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1회가 아니라 동일한 부위를 지속적으로 가격했다면 오히려 학대 행위자가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섬유화가 일어났다는데 폭력으로 소장이나 갈비뼈 등이 손상된 시기를 (각각)다르게 봐야 한다”며 정인이에 대한 상습 학대 가능성에 대해 부연했다.

다만 그는 양부모가 정인이를 늦게 병원에 데리고 간 것에 대한 ‘고의성’ 여부에 주목했다. 그는 “아이가 못 먹고 배 불러 오고 하면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갈 의무가 있다. 이런 부분을 다각적으로 검찰이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살인죄 적용에 대해 관련 단체에서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정인이는 어쩌다 죽은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맞았다. 췌장이 끊어졌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위력을 받은 것이다”며 “아동학대치사죄만 적용됐으면 억울한 측면이 있었을텐데 다행이다.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앞으로 검찰도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씨에 대한 혐의가 아동학대에서 살인으로 바뀌고 입증이 되면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아동학대치사와 살인 혐의의 법정형은 각각 비슷하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정한 양형 기준에 따르면 살인과 아동학대치사 혐의의 형량은 각각 10~16년, 4~7년으로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검찰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장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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