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하니 경찰이 신분 노출, 사과 없더니 보도 나오자 돌변"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사진=이지혜 디자인 기자

경찰이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신고한 의사의 신분을 노출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 경찰이 해당 경찰관을 시민감찰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신고자는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이 있어서 신고했더니 보호자들이 직접 와서 심한 경우 살해위협까지 받은 사람도 있었다"며 아동학대 신고자 보호와 관련해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신고자인 의사 A씨는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애기 왼쪽 눈 바로 옆에 계란만한 혹이 나서 저한테 진료를 받으러 왔다"며 당시 상황을 밝혔다.

A씨는 "아이 상처가 되게 심각한 상태고 '아빠가 아이를 던졌다'는 아이 어머니 진술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하게 된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조사하던 B경위는 조사 과정에서 "아침에 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았었느냐"고 말해 신고자의 신분을 추측할 수 있는 발언을 했고, 아이의 아버지는 A씨에게 항의 전화를 걸었다.

A씨는 "그 이야기 듣고 가해 의심자가 저한테 항의전화를 많이 했다"며 (아이 아버지가) '이걸 네가 뭔데 신고를 하냐' 이러면서 조금 위협감을 주는 발언을 했다"고 했다.

A씨는 "그래서 제가 관할 파출소에 신분 노출이 된 것 같으니 더 이상 정보를 넘기지 말아달라고 요청을 했다"며 "오히려 그쪽에서 가해 의심자에게 또 전화해서 의사선생님은 신고의무자여서 신고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 해코지 하지 말라고 얘기해서 아예 제가 신고한 걸 특정을 해버리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후 해당 경찰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A씨는 "(경찰서장은) 뭉개고 있다가 보도 나오고 저한테 사과했다"며 "감찰위원회도 그 이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 주변에 의사들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많은데 아동학대 의심되는 상황이 있어서 신고했더니 보호자들이 직접 와서 심한 경우 살해위협까지 받은 사람도 있었다"며 "다른 분들이 저처럼 대처를 하셨던 분들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 사건은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합동 조사를 펼친 결과 혐의점이 없어 종결 처리됐다. 순창경찰서는 "우리나라 말에 서툰 아이의 엄마가 병원 앞에서 '아빠가 아이를 던졌다'고 잘못 말했던 것이 신고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한 의료진의 신분을 가해 의심 부모에게 노출한 경찰관을 시민감찰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및 처벌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A씨는 해당 사안에 대해 "경찰에서는 아이 아버지가 고의성이 없었다고 했고, 전라북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학대를 인정하긴 했다"며 "그래서 그 두 결정에 차이가 있는 게 조금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찝찝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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