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이낙연(왼쪽에서 네번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 신년사 생중계를 TV로 시청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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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통합’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으로 해석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된 침묵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불지피는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말을 아꼈다. 정권 후반기로 달려가는 시점에 청와대와 민주당의 미묘한 온도차가 드러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각계 신년인사회에서 “새해는 통합의 해”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통합"이라고 했다가 사면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최근 한국일보 인터뷰 등에서 “국민 통합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대통령께 건의하겠다”고 언급한 뒤 '통합'이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통합을 넣어두고 ‘포용’을 다섯 번 언급했다. 사면론과 일단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통합 필요성을 거침없이 내세웠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 양극화를 막아야 사회경제적 통합이 이뤄진다”며 “사회경제를 통합해야 국민 통합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와 사면의 법적 조건이 갖춰진 뒤에는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등에서 사면에 대한 견해를 밝힐 전망이다.
박근혜(왼쪽)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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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재난지원금을 두고도 문 대통령은 말을 아꼈다. 11일부터 지급되고 있는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충분하지 않은 줄 알지만 민생경제의 회복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을 뿐, 추가 지원 계획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추가 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 편성 가능성이나 확장 재정론도 꺼내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부는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3차 재난지원금을 제때 제대로 잘 집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시기적으로 이르고, 지급이 불가피하다면 피해 계층에 선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기정 사실화 하고 지급 방식을 선별적으로 할지, 보편적으로 할지를 두고 갑론을박 하고 있다. 물론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면 당정청이 4차 지급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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