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이번주 중 트럼프 탄핵소추안 가결할 듯
“상원 송부는 바이든 취임 100일 뒤에” 의견도
‘트럼프 책임묻기’와 ‘바이든 초기 국정’ 딜레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각) 지지자들의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인근 엘립스 공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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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하원 표결을 이번주에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게임’인 상원에서의 탄핵심판은 오는 2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몇달 뒤로 늦추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0일 같은 당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이 대통령은 우리의 헌법과 민주주의에 임박한 위협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지키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을 공식화하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하원의 탄핵소추안 표결 전에 수정헌법 제25조를 활용한 트럼프 대통령 직무정지를 한번 더 촉구하기로 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판단할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도록 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11일 하원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내각에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의 만장일치 채택을 시도하고, 안 되면 이튿날인 12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이기에 결의안은 표결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은 펜스 부통령이 그로부터 24시간 안에 응답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테드 류 등 민주당 하원 의원들은 지난 6일 발생한 과격시위대의 워싱턴 연방 의사당 난입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폭력을 선동했다며 중대범죄와 경범죄로 탄핵소추안을 마련해 같은 당 의원 2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펠로시 의장은 탄핵소추안 표결 날짜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민주당 참모들은 이번주 중반이 목표라고 <더 힐>에 전했다. 펠로시 의장이 밝힌 절차를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13일 미 역사상 임기 중 하원에서 두 번 탄핵소추 당하는 첫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해 2019년 12월 하원에서 탄핵소추됐으나 지난해 2월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기각됐다.
하원의 탄핵소추안 가결 뒤 절차는 최종 관문인 상원의 탄핵심판이다. 하지만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인 제임스 클라이번 의원은 하원이 상원에 탄핵소추안 송부하는 시기를 석 달 정도 늦추는 방안을 언급했다. 그는 10일 <시엔엔>(CNN) 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당선자에게 그의 의제들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100일을 주자”며 “우리는 그 뒤 언젠가에 탄핵소추안을 상원에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원-상원 분리 대응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물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 취임 초기 인선 및 코로나19 대응 등 핵심정책 수행에 집중해야 하는 민주당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당장 바이든 당선자는 장관 지명자 등에 대한 의회 인준이 급하다.
트럼프 대통령 퇴임 뒤에도 탄핵심판은 계속 할 수 있다. 상원 3분의 2 찬성으로 탄핵이 최종 결정되면 의회는 별도의 의결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등 공직 취임도 막을 수 있다. 탄핵하려면 공화당 상원의원 중 17명 이상이 동참해야 하지만, 공화당 다수는 탄핵은 분열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트럼프 대통령이 일주일 남짓 남은 임기를 마치게 둬선 안 된다는 목소리는 공화당 안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공화당의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에 이어 팻 투미 상원의원도 10일 <엔비시>(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한 빨리 사임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도 <에이비시>(ABC) 방송에 출연해 “내란 선동이 탄핵감이 아니라면 무슨 혐의가 탄핵감이 되겠냐”며 탄핵에 찬성했다. 국무부 소속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발동 등 법적 조처를 검토해야 한다는 건의 전문을 국무부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에이비시>와 입소스가 지난 8~9일 미국인 57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전에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56%로 나왔다.
한편,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진압에 투입됐던 의회경찰 하워드 리벤굿이 비번이던 10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직접적 사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의회경찰 브라이언 시크닉은 난입 사태를 진압하다 부상당한 뒤 7일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숨진 경찰관을 추모하기 위해 10일 백악관 등 관공서에 성조기 조기 게양을 뒤늦게 지시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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