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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 취임 선서 화제 된 한국계 연방 하원 의원 스트릭랜드
지난 4일, 연방하원 의원으로 취임한 한국 이름 순자, 메릴린 스트릭랜드(Marilyn Strickland) 씨는 취임 선서 때 한복을 입어 큰 화제가 됐던 인물입니다. 빨간색 저고리와 짙은 남색 치마가 인상적이었는데 의사당에서 자신의 한국계 뿌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취임 선서를 할 때 한복을 입고 나온 건 미 의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미국 언론들도 상당히 호기심 어린 눈으로 비중 있게 다룬 바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 출범에 맞춰 미 의회가 이렇게 다양해졌다는 상징처럼 보였는데, 스트릭랜드 의원은 취임 첫날부터 주목을 한 몸에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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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릭랜드 의원은 트위터에 자신이 한복을 입은 건 문화적 유산을 상징하고 어머니의 명예를 높일 뿐 아니라, 미국 내 다양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큰 이벤트에 한복을 입고 나왔던 한국계 의원이었던 만큼 뒷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의원실에 연락해서 인터뷰 섭외를 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 사태가 터지면서 인터뷰 일자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밀리다가 일자를 다시 잡았는데 정해진 시간에 의원이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민주당 의원들의 탄핵 논의가 길어지면서 도저히 시간을 맞추지 못했던 겁니다. 때마침 지역구인 워싱턴 주로 가는 비행기 표까지 예약이 돼 있어서 바로 공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보통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갔는데, 보좌진부터 의원까지 굉장히 미안해했습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다음날이 주말이었지만 자택에서 화상 인터뷰를 하겠다며 인터뷰 약속을 지켰습니다.
스트릭랜드 의원을 화상으로 인터뷰하는 동안 논리 정연한 말솜씨에 감탄했습니다. 미국인들도 인터뷰를 해보면 중구난방으로 말을 쏟아내 인터뷰를 어디를 써야 할지 난감한 때도 있는데, 스트릭랜드는 언어가 상당히 정제돼 있고 말이 정확해서 방송 기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인터뷰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 질문에 자신의 메시지를 정확히 담아 얘기를 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 "현직 대통령이 폭동에 관여할 수 없다는 메시지 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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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릭랜드 의원은 의원실에 있다가 폭동 사태가 터지면서 사실상 감금 상태로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당시 TV 화면으로 본회의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 사건이 터졌다고 합니다. 보통 회의장 문이 항상 열려 있는데, TV 화면에서 문이 닫혀 있는 걸 보고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직감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폭동 사태는 지지자들의 단순 난동 정도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시간에서 주지사 납치를 모의했다가 적발된 사람들처럼 의원들을 상대로 직접적인 폭력행위를 가하려 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방탄조끼로 완전 무장한 사람들이 수갑으로 쓸 수 있는 케이블 타이를 들고 회의장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장면까지 찍혔습니다. 현장에는 공군 중령으로 전역한 것으로 신원이 확인된 사람이 완전 무장한 상태로 케이블 타이를 들고 사람들을 지휘했습니다. 총기를 휴대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도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미수에 그치기는 했지만, 의원들을 인질로 붙잡고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확정하라고 다그치는 일이라도 생겼다면 그 후폭풍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듯합니다. 인질극이 벌어지면 의원 가운데 희생자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이번 폭동 사태를 실패한 쿠데타, 자국민을 상대로 한 테러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남부 연합기를 연방 의회 건물에 들고 들어간 것은 남북 전쟁 때도 없던 일이라며 미국이 이렇게 분열돼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적인 공포를 조장하며 갈등을 증폭시키다가 이번 대선으로 결국 막을 내리게 된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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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냐고 물으니, 자진 사퇴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수정헌법 25조를 통한 방법이나 탄핵보다는 자진 사퇴를 하는 게 미국을 위해서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민주당에서는 현지시간 11일, 탄핵안을 정식 발의할 거라고 예고했습니다. 자기 발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끌어내리는 일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임기가 열흘 남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탄핵 사태 전체를 겪으면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미국에서 탄핵이 얼마나 복잡한 절차를 거쳐 길게 이어지는지 눈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탄핵은 현직 대통령으로 이런 의회 폭동에 관여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잘못을 선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남은 기간과 상관없이 탄핵은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막는 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미 재선 출마를 주변에 공식화했다는 보도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탄핵을 가결하면 재출마를 막는 것도 표결 가능한데 이것도 중요한 추진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얘기했습니다. 엄청난 논란을 일으킬 게 뻔히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출마를 안 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와 국가 안보, 세계 질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취임식장에 못 오는 엄마 위해 한복 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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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원의 취임 선서에는 가족들이 모두 오는 게 관례입니다. 지난해에도 펠로시 의장 주위로 아이들이 가득했었습니다. 가족들이 의원 선서를 같이 지켜본다는 건, 선서의 의미를 더 진실하게 만들고 엄숙하기만 한 의사당 분위기를 훨씬 인간적으로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코로나 때문에 취임식장에 오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위해 존경의 뜻을 담아 한복을 입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계, 아프리카계 뿌리를 가진 자신이 한국계임을 공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의회의 다양성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한복을 입고 취임 선서를 하고 난 직후 휴대전화에 자랑스럽고 기쁘다는 응원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군 복무를 했거나 한국 생활을 경험했던 동료 의원들도 감동했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계 정체성에 대해서 그녀는 간단명료하게 설명했습니다. 한국인 여성, 한국인 어머니가 키우면 그 사람은 한국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게 정체성과 문화의 큰 부분이라고 답변했습니다. 학업적인 성취를 위해서 자식을 가르치고 끊임없이 인내하는 한국인 어머니가 미국에서 자란 자신도 한국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길러 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공부를 많이 시키셨냐고 물어봤는데,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민자로서 교육을 많이 강조했기 때문에, 자기도 학교에서 잘해야만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의 교육 방침을 마음속에 새기고 한국인 어머니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스트릭랜드 의원의 마음씨도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코로나만 끝나면 의원단으로 한국에 방문하고 싶다고 주저 없이 말했습니다. 상임위도 외교위에 가게 될 거라고 말했는데, 새로 시작하는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 한미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에서도 중요한 의원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김수형 기자(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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