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노퍼 컬럼비아대 교수, 한국 위상 변화와 美 새 정부 출범 시너지 기대
방위비 협상도 조기 마무리 전망
北 도발은 문-바이든 노력에 악영향 경고
"대북 제재 완화해 계기 마련해야"
바이든 정부, 한일 관계 조정 가능성
중국 부상은 韓 정부에 부담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티븐 노퍼 컬럼비아대 교수(사진)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과 변화한 한국의 위상이 융합되며 한미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내 한미 우호증진 민간 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이기도 한 노퍼 교수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의 새정부가 들어서면 한미 갈등의 주된 요인이었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조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한국의 국력이 신장되면서 한미 간의 관계도 더욱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미 관계와 관련, 북한이 미국의 주목을 끌기 위해 도발에 나설 경우 오히려 바이든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데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사라지면 한·미·일 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중 관계의 파열음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국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미국 내 한반도 관련 전문가들과도 꾸준하게 소통하며 다양한 의견을 취합한 노퍼 교수에게 다가올 바이든 시대의 한미 관계와 남북 및 북·미 문제, 한국의 대외 외교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시대에 한미 동맹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가?
△한국은 코로나19 사태 방역과 의료용품 공급에서 세계적인 리더십을 확보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문화, 경제, 정치, 북한 문제와 함께 양국을 하나로 묶었다. 바이든 당선인과 문 대통령은 동맹관계를 강조할 것이고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과 다른 갈등도 현저하게 감소할 것이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더라도 한미 간의 독특한 관계는 본격적 물길에 접어들 것이다.
(노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가 아닌 ‘동맹 우선주의’에 무게를 두며 한국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동맹에 가산점을 주고 동맹 관계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든 당선인과 문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뉴브로맨스’를 예견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정도 바이든 당선인 취임 후 한두 달 내에 마무리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전략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많은 대북 전문가들이 바이든 당선인이 코로나19 등 국내 문제에 몰입하면서 북한 문제에 소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바이든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는가.
△바이든 당선인은 국내외의 현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여전히 높은 관심을 보일 것이다. 북한도 바이든 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미사일 발사나 핵 시험을 할 필요가 없다. 이미 북한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고조돼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유엔사와 한국, 북한이 참여하는 3자 회의와 같은 형태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이 북·미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는 것은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될 수밖에 없다. 협상에는 더욱 장기화된 비핵화 시간표와 핵과 군비 통제도 포함해야 할 것으로 본다. 만약 북한이 바이든 정부를 자극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 실험을 한다면 바이든 당선인과 문 대통령이 북한에 취할 수 있는 긍정적 선택을 제한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미 협상의 유산이 바이든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는가?
△북·미 정상 간에 이뤄진 싱가포르 합의문은 바이든 정부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특히 한국전에서 사망한 미국 유해 송환이 가장 희망적이다.(싱가포르 북·미 정상 합의문에서 북·미 양측은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 즉각적인 미군 유해 송환에 합의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여전히 북·미 관계를 견인하고 싶어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불가능했던 미국의 제재 완화를 통해 북·미 관계를 개선함과 동시에 남북 관계도 발전할 수 있을까.
△당연하다.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는 매우 중요하다. 제재 완화는 다단계식으로 더욱 점진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북·미 관계 관계 개선을 위한 핵심 요인이다. 한국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재 완화를 주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북한도 남측이 추진하는 남북 관계 개선 노력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할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 국제 질서에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의 경우 일본과의 관계 악화가 심각했지만 미국은 특별히 개입하지 않아왔다. 바이든 시대에는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우선적으로 한일 양국 간의 일이다. 다만 더욱 질서 있고 절차를 중시하는 바이든 외교팀의 등장은 분명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내정자가 한·미·일 3국 간 협력과 조정에 주력할 것이다. 3국간의 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감독 그룹의 추진도 필요할 수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에 둘러싸여 있어 외교 문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국이 주변 4강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조언을 한다면?
△한국은 동맹국들과 이웃 국가들에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촉진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가 외교전략을 재검토하는데 한국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의 청사진은 차기 미국 행정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우려스럽다. 남북 관계도 미·중 관계에 따라 영향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한국으로서는 건너기 매우 힘든 길이 펼쳐질 수 있다. 미국의 새 행정부는 ‘쿼드’의 군사력 대신 법치주의와 국제주의를 강조하며 다자간 노력을 통해 중국의 모험주의를 저지하려 하겠지만 중국 정부는 한국을 미국이 감독하는 영화의 배우로 인식할 수 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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