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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초저출산, 삶의 질 악화 때문”…저성장시대 ‘미래’ 접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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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대책 불구 출산율 하락 가속

교육·일자리·주거 불평등 구조화

계층 이동성 ↓…저성장 시대 돌입

전문가 “실질적인 삶의질 개선 시급”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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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이 0.8명으로 세계 최저인 나라. 인구유지 수준인 2.1명의 절반도 안된다.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유일하게 0명대인, 그래서 인구절벽에 직면한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현주소다.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2018년 0.98명으로 낮아진 후 2019년 0.92명으로 더 떨어졌고 작년 3분기 기준으로 0.84명을 기록해 연간 0.8명대로 추락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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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16년부터 5년간 3차 저출산 대책에 15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 하락추세는 오히려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앞서 1, 2차 저출산대책에 들어간 42조, 76조원까지 합하면 268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달 발표된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21~2025년)에는 총 196조원이 또 투입된다. 464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지만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처한 심각한 저출산의 이면에는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삶의 객관적 조건은 편리하고 좋아졌지만, 행복을 누리기 위한 ‘조건과 기회’는 그렇지 않다는 주관적 인식과의 괴리로 청년들의 불안과 불만이 증폭되고 그 결과가 결혼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모세대보다 더 못벌 것이라고 생각하는 청년이 많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지난해 5월 전국 25~39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부를 쌓을 수 있다’고 여기는지 묻는 질문에 ‘월 200만원 미만’의 긍정적 응답 비율은 16.7%에 그쳤다. 이어 ‘월 200만원대’와 ‘월 300만원대’는 각각 28.7%, 36.8%에 불과했고 ‘월 400만원대’도 49.4%로 절반이 되지 않았다. ‘월 500만원 이상’은 절반수준인 50.8%였다.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성장중심주의 가치관이 정립되고 상향 계층이동에 대한 열망이 크게 확산됐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아무리 노력해도 구조적으로 계층이동이 힘들어지는 ‘저성장 시대’ 돌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 30세 미만 중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은 2013년 53%에서 2017년 38%로 뚝 떨어졌다. 청년 3명 2명은 계층이동을 포기했다는 얘기다. ‘향후 인생 수준이 좋아질 것으로 판단될때 출산을 한다’는 이스터린의 ‘상대소득이론’에 따르면 계층이동성 하락은 저출산 요인이다. 실제 출산율 하락이 2000년대 들어 유독 두드러지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예전에는 열심히 일하면 부의 축적이 가능했다. 물려받거나 가진 게 없어도 월급만 착실히 모으면 먹고사는데 별 지장이 없었다. 자식교육과 내집마련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월급만 갖고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그나마 청년들에게는 그런 일자리마저 줄고, 진입자체도 바늘구멍이 됐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실업률은 3.4%를 기록했는데 15~29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8.1%에 달했다. 30대 취업자도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9만4000명이 줄었다. 아르바이트 등 단시간 노동으로 정기적 소득을 못 내는 ‘불완전 취업자’까지 포함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끝모를 취업경쟁으로 이어지는 자녀교육의 금전적·시간적·심리적 부담도 비출산에 영향을 줬다. 소득상위 20%의 교육비 지출액이 소득하위 20%의 20배가 넘을 정도로 격차가 심각하다. 주택 가격의 급등 역시 결혼을 어렵게 하고 출산율을 낮춘다.

저성장시대에 들어서면서 교육·일자리·소득·주거의 불평등은 구조화되고, 청년의 경제적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됐다. 청년들은 사회진입 준비 단계에서 구조화된 불평등과 계층이동성 저하를 경험하면서 좌절한다.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되면서 결혼하고 아이낳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은 사회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며 “지나친 기업격차와 일자리격차, 그에 따른 취업경쟁과 교육경쟁, 수도권 집중과 학군집중 등을 완화해 청년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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