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인이 부검 재감정의뢰 두고
법의학자 “증명할 길 없다” 난색
“‘미필적 고의’는 수사기관 몫”
양부모 첫 재판 13일 예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관계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과 남부지방법원 앞에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며 근조화환과 바람개비를 설치하고 있다. 법원은 13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 장모씨와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의 첫 공판을 연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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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공분을 산 ‘정인이 사건’의 양부모 재판이 오는 13일 예정된 가운데 검찰이 법의학자들의 의견서와 재감정 의뢰 결과서를 토대로 ‘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일부 법의학자 사이에서눈 “상습 아동학대라 오히려 살인 혐의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날 헤럴드경제 취재에 응한 법의학자들은 검찰이 의뢰한 정인이의 부검 재감정 결과로 살인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죽이려는 의도, 즉 ‘미필적 고의’를 입증해야 하는데 해부 소견으로 ‘양모가 심각한 학대가 지속됐을 때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느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법의학자인 대학교수 A씨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관건은)실수가 아니라 해서는 안 될 행위까지 했느냐는 건데 증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근무했던 법의학자 B씨도 “심각하게 타격을 받았다는 건 추정할 수 있지만 어떤 법의학자가 용감하게 살인이라고 기술할 수 있을까”라며 “양모가 정인이를 고의로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재감정)결과가 나온다면 그것도 ‘오버’”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부검하지 않았던 교수들이 (부검과) 얼마나 더 다른 얘기를 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상습 학대의 증거들이 오히려 미필적 고의를 증명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A 씨는 “1회가 아니라 동일한 부위를 지속적으로 가격했다면 오히려 학대 행위자가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섬유화가 일어났다는데 폭력으로 소장이나 갈비뼈 등이 손상된 시기를 (각각)다르게 봐야 한다”며 학대가 지속됐을 정황에 대해 부연했다.
정인이의 부검 결과와 같이 췌장 파열로 인한 사망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기도 했으나 16개월 어린 아이라서 이를 증명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5월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췌장 파열과 복강 내 출혈로 인한 사망 사건에 대해 “(20대 교사인)피해자가 자신에게 벗어나려는 것을 못 참고 죽을 정도로 가혹한 폭행을 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A씨는 “성인 대 성인이라면 강한 힘이 가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복근이 발달돼 있지 않다”며 그보다 약한 힘으로도 췌장이 파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 아이의 신체 구조에 무지한 이가 통상적인 힘을 가했다면 이를 과연 미필적 고의로 봐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법의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는 건 수사기관의 몫이지만 검찰과 경찰은 아직까지 이를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최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제출받은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정인이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으로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등 부위에 강한 둔력을 가해 췌장이 절단되고 출혈을 발생하게 하는 등 복부 손상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적시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는 지난해 12월 8일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지속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상습아동학대, 아동학대, 아동유기·방임)로 양모 장모(33) 씨를 구속 기소했다. 양부 안모(35) 씨도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혐의(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의 첫 재판은 오는 13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달 법의학자 3명에게 정인이 부검 재감정을 의뢰하면서 양모 장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공소장을 변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재감정을 의뢰받은 법의학자들은 의견서를 이날 중 검찰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5일 검찰의 자문에 답변하는 의견서를 통해 “췌장 절단 등의 소견은 ‘살인의 고의에 의한 죄’ 내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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