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 바이든 취임식 부정 게시물 급증
"공산주의자에 맞서야…트럼프 취임할 것"
워싱턴DC 시장 "기존과 다르게 준비해야"
미 의회 의사당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난입한 다음날인 7일(현지시간) 미 의사당 주변으로 담벼락이 설치되고 있다. 미 의사당 앞 광장에서는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린다.[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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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단주의자들의 폭력 사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난 6일 의사당 난입 사태를 겪은 미 의회와 워싱턴DC 당국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국 언론은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사이트 등에서 제2의 폭력 사태를 암시하는 게시물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6일 의사당 난입 사태를 앞두고도 수일 혹은 수주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이를 암시하는 메시지가 관측됐는데 당시와 비슷한 조짐이 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당 난입 사태 다음날인 7일 트럼프 지지 사이트 '도널드 윈'에는 "1월 20일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 선서를 할 것"이라며 "공산주의자들이 이기게 놔둬선 안 된다. 워싱턴DC를 완전히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할지라도. 내일 우리는 다시 DC로 가서 우리나라를 되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CNN은 전했다.
WP도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 때까지 광범위한 시위를 촉구하는 글들이 발견되고 있다"며 "이러한 시위는 주최 측에 따르면 '100만 군사 행진'이라는 이름으로 1월 20일에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선서를 하는 장소에서 계획돼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취임식은 지난 6일 의사당 난입 사태가 발생한 의회 광장에서 열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비 강화에 나선 미 의회 측은 미 하원 의원들에게 여행경비 관련 안내 공지문을 발송했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10일(현지시간) 전했다.
공지문에는 하원 경호당국과 미 의회 경찰이 워싱턴시 공항당국, 연방항공보안관과 협력해 워싱턴DC를 오가는 의원들의 경호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의회 경찰 병력이 볼티모어-워싱턴 서굿마셜 국제공항, 덜레스 국제공항 등 공항 3곳에 배치돼 경호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공항과 기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나왔다.
앞서 폴리티코는 지난 8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서 트럼프 지지자 10여 명으로부터 여러 차례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는 등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됐던 그레이엄 의원은 대선 선거인단 투표결과를 인증하기 위한 지난 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합법적인 미국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대선이 조작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앙숙'이라고 평가받는 밋 롬니 상원의원도 워싱턴DC로 이동하는 항공편과 공항에서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모욕을 받는 영상이 지난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했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국토안보부에 오는 20일 열리는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의 보안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바우저 시장은 전날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에 서한을 보내 취임식 전후로 지정된 특별 보안기간을 기존의 1월 19∼21일에서 11∼24일로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의회 난입사태를 고려하면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은 기존 취임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무장관이 FBI에 특별 보안기간 동안 매일 정보·위협 브리핑을 제공하라고 지시하고, 국토안보부는 국방부, 법무부, 의회, 대법원과 협력해 시내 연방정부 관할 지역에 보안 병력을 투입하는 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실제 취임식을 앞두고 위험 경보는 여러 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인권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의 조너선 그린블랫 회장은 "백인 우월주의자들, 극우 극단주의자들이 (온라인상에서) 떠드는 것이 목격되고 있다"면서 이번에 일어난 폭력보다 더 악화한 형태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토대학에서 사이버 안보를 감시하는 시티즌랩의 선임연구원 존 스콧 레일턴도 "매우 우려스럽다"며 "많은 대중이 의회에서 벌어진 일에 경악했지만, 우파라고 하는 일부 부류의 대화에서는 이번 일이 '성공'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사이버 안보 분석 업체들은 특히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대규모 워싱턴DC 집회를 앞두고 이미 온라인상에서 폭력 사태를 예고하는 글들이 상당수 발견됐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ADL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당시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할 가능성을 경고하는 블로그 글을 시위 이틀 전인 지난 4일 게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글에서 ADL은 "(온라인상에서) 만약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겼다는 '증거'를 무시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는 한 사용자에게, 다른 한 사용자가 '의회를 습격하라'(Storm the capitol)라는 답글을 남겼다"고 말했다.
안보업체 'G4S'도 4일 분석 보고서에서 "(온라인에서 목격되는) 수사, 레토릭들은 무장 군 단체를 포함한 폭력적인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시위에 참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경고했다.
초당파적 감시기구 '어드밴스 디마크러시'는 의회 폭력 사태 전 6일 동안 소셜미디어에서 음모론 신봉 집단인 '큐어넌' 관련 글이 약 1480건 올라왔으며, 극우주의자들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SNS '팔러'에도 "오늘 전쟁이 시작된다" 등과 같이 '전쟁'을 언급한 글이 다수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WP는 이들 극우주의자들은 온라인상에서 단지 폭력적 행위를 암시하거나 의회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 작전 계획까지 모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실제 한 온라인 게시글에서 이들은 의원들에 대한 '시민 체포'를 실행하기 위한 계획을 논의하면서 "(의원들을) 묶어버리자. 내가 로프를 가져간다"라는 글을 게시하는 등 구체적인 모의를 했다는 것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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