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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6일만에 통과된 아동학대처벌법…"현장 목소리 반영 충분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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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생을 마감한 '정인이 사건'이 지난 2일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된 지 6일 만에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국회는 보도 직후 경쟁적으로 쏟아진 20여개 법안 중 9개를 병합 심사한 위원회 대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하지만 현장에선 "법 개정만이 답이 아니다"라며 "현장을 반영한 세심한 지침 수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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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인이 입양 절차를 진행한 홀트아동복지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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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만 바꾼다고 아이들 못 지켜"



통과된 개정안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아동시설 종사자, 의료인 등)의 신고가 있으면 경찰이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또 경찰과 전담 공무원이 피해 아동과 신고자·목격자를 조사할 때 가해자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아동학대 관련 업무 수행을 방해할 경우 내야 하는 벌금은 최대 1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법만 바꾼다고 아이를 지킬 수 없다"며 "후속 조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법안이 빠르게 통과되면서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전달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경찰·아동학대전담공무원·아동보호 기관 세 부분의 역할 분담 등 세부 지침을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11월에 졸속 개정된 아동복지법(2회 신고 때 기계적 즉시 분리)이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불합리한 업무 범위 등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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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국민의힘 연석회의 장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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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한국아동복지학회 감사도 "당장 법만 바꾼다고 학대받는 아이를 구할 수는 없다"며 "아동학대방지를 위한 예산 마련과 인력 보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사는 또 "바뀐 법을 보니 실무에선 혼란만 가중되겠다"며 "신고의무자가 아닌 일반인이 신고하면 조사를 안 하는 거냐"라고 지적했다.



졸속 논란에 '독소' 조항은 빠졌다



이번 개정안엔 당초 논의됐던 '학대 아동과 부모 즉시 분리'와 '아동학대 치사죄 형량 강화' 등의 조항이 반영되지 않았다. "개악을 걸러낼 새도 없이 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의 졸속 입법 지적 때문이다. 앞서 지난 6일 김예원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즉시 분리 매뉴얼은 이미 있다"며 "다만 분리 아동이 머물도록 하는 쉼터의 수용 능력이 10%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갈데없는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려고 이러냐"고 지적했다. 또 "가해자 강력 처벌에 동의한다"면서도 "법정형 하한을 올리면 기소 과정이 힘들어질 수 있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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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왼쪽)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정인이법)이 통과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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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신중한 모습 보여달라"



김 변호사는 "사회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회가 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는 비판도 했다. 그는 "학대 사건 방송이 끝난 뒤 당일에만 법안이 7개 쏟아져나왔다"며 "간담회도 없이 법안을 처리하려는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긴급할 필요도 있지만, 현장을 멈추게 하는 법 개정은 안 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김미숙 감사도 "국회도 논의했겠지만, 너무 급했다"며 "이미 다양한 제도들이 마련돼있는데 하나하나 고려할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이번에 통과되지 못한 아동학대방지에 관한 조항들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즉시 분리', '형량 강화'뿐 아니라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상담 비용 부과', '가해자 신상 공개' 등을 논의해 향후 아동학대처벌법에 반영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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