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기관에 업무분산…효율 떨어지고 책임전가 쉬워"
"전담인력 전문성 높이고 공무집행 권한도 강화해야"
정인이 추모 |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문다영 기자 = 정인 양이 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지기 전 3차례나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음에도 비극을 막지 못한 일을 두고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 개선 요구가 거세다.
아동학대 현장 대응에는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자치단체 소속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역할을 분담하고 있으나 효율성이 떨어지고 `책임 떠넘기기' 우려가 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에서 신속한 판단과 의사결정이 나오도록 이들 3개 주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일선 아동학대 담당 인력의 전문성과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연합뉴스TV 제공] |
◇ 아동학대 대응에 3개 주체…"현장 컨트롤타워 있어야"
정인 양 학대 의심 신고는 지난해 5월 처음 접수됐다. 어린이집 원장이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갔고, 아이 허벅지에 멍이 든 것을 본 소아과 의사가 아보전에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아보전은 사례 판단 회의를 거쳐 '방임'으로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경찰은 "증거가 없다"며 사건을 내사종결했다. 그러나 아보전은 여전히 방임으로 판단할 측면이 있다고 보고 정인 양 가정을 사례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처럼 관계기관 간 의견이 갈렸던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가 있었다면 사건 처리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에 전담 수사부서를 마련하거나 보건복지부 산하에 전담청을 꾸리는 방식으로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다만 아동학대 전문가들은 특정 기관에 책임과 권한을 몰아주는 형태의 컨트롤 타워가 아닌, 각 기관의 전문성을 살리고 수평적인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시와 명령을 내리는 `지휘사령부'가 아니라 현장에서 함께 뛰며 해결책을 찾는 `야전 초소'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동학대 사건 전문인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10일 "학대 대응 업무가 3개 기관에 분산됐다 보니 업무 중첩으로 효율성도 떨어지고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 좋은 구조"라며 "기관들이 각자 전문성 있는 역할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책임감 있는 대처를 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소속 김영주 변호사는 "'옥상옥' 같은 새로운 부처가 아니라 현장에서 책임지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 것"이라며 "전담 기구를 만들더라도 특정 기관 산하가 아닌 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완전히 독립적인 조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이 추모화환 |
◇ 전담인력 전문성 강화 절실…공무집행 권한 보장도 필요
그간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수많은 땜질식 정책이 쏟아졌음에도 같은 비극을 반복하는 까닭은 현장에서 정책을 실현할 전문인력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에만 2만4천604건의 아동학대 사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전국에 처음 배치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290명으로, 모든 학대 신고를 점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전담 공무원들이 아동학대 사건을 조사하고 피해 아동을 보호할 전문성조차 갖추지 못한 채 제한된 단기 교육만 받고 현장에 투입돼 사례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김영주 변호사는 "현재처럼 며칠만 교육하는 것은 부족하다"며 "최소한 1년에 한 달 정도는 집중교육을 실시해 매년 바뀌는 사례와 내용을 알리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아동학대 담당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아동보호시설을 늘리고 공무집행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장 담당자들이 아동을 학대 가정으로부터 분리하기 어렵고, 아이들을 둘 곳이 없어 결국 원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가해자인 부모가 수사기관이나 담당 공무원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항의에 대해서도 각 기관을 보호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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