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경찰청장 사과까지…경찰이 말하는 아동학대 수사

서울 양천경찰서 서장·여성청소년과장 대기발령

“팀별 인수인계 잘 안 돼기도”…APO 등 역할 강조

지난 8일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이를 추모하며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사진과 꽃 등이 놓여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에 대한 경찰 책임론이 일면서 경찰총장이 사과를 한 가운데 일선 경찰들이 아동학대 수사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학대 피해를 본 어린 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어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 경찰 최고 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엄정하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경찰의 아동학대 대응 체계를 전면 쇄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엿다.

이와 함께 이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양천경찰서의 서장과 여성청소년과장이 대기발령됐다. 담당 경찰관 12명 중 1차, 2차 신고를 담당했던 경찰관 7명은 지난달 주의 및 경고 처분을 받았고 5명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이달 중 처분이 날 예정이다.

아동학대 사건을 맡는 경찰관들은 정인이 사건 수사에 허점이 있었다는 걸 인정했다. 9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한 서울 소재 한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과에서 근무하는 A 씨는 “학대예방경찰관(APO)의 역할이 학대행위자를 관찰, 재발 위험성을 관리하는 건데 세 번이나 신고가 들어오도록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건 분명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인이가 입양된 후 10여 개월 동안 지난해에만 총 세 차례나 신고가 있었으나 학대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1차와 3차 신고는 내사가 종결됐고 2차 신고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정인이는 매번 학대 행위자인 양부모에게로 되돌려 보내진 끝에 지난해 10월 13일 사망했다.

세 차례 신고에서 수사를 맡은 팀이 각각 달랐던 데 대해서도 내부적인 공유가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의 또 다른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과에서 근무하는 B 씨는 “내부적으로 인수 인계해 사건을 공유하도록 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팀별 경쟁 심리도 있고 해서 솔직히 공유가 잘 안 된다”며 “그래도 APO가 컨트롤 타워를 해 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A 씨도 “팀원들은 자기 일만 하니 계·과장 간의 조율이 필요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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