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조금 전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아동학대 방지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앞서 여야가 시한을 못 박고 합의 처리를 약속한 법안들인데요. 예정대로 국회 문턱은 넘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입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국회가 오늘(8일) 새해 첫 본회의를 열고, 민생법안들을 처리했습니다.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관련 입법이 잇따랐죠. '아동학대 방지법'도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앞서 법사위는 그동안 발의된 아동학대 방지법안 18건을 하나로 병합해 심사를 했는데요. 구체적인 법안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선, 아동학대가 신고되면 즉각적인 조사와 수사 착수를 의무화했습니다. 앞서 경찰은 3차례나 정인이 관련 신고를 묵살했었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칩니다. 또 경찰관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현장조사를 할 때 출입 가능한 장소를 확대했습니다. 피해아동의 즉각 분리 등 응급조치시 가해자의 주거지나 자동차 등에 출입할 수 있는 권리도 명문화했습니다. 현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졸속 입법'이란 지적이 있었죠. 아동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방안과 2회 이상 학대 신고 시 즉시 부모와 분리하는 '투아웃 제도'는 일단 빠졌습니다.
[김예원/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KBS '주진우 라이브' / 지난 5일) : 형량을 올려버리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굉장히 힘든 엄중한 입증 책임을 지게 돼요.]
[승재현/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JTBC '소셜라이브 이브닝' / 지난 6일) : 아동을 분리했을 때 갈 수 있는 장소는 72개밖에 없다 이게 엄청난 문제인 거거든요.]
법사위는 18건의 법안 심사를 단 3시간 만에 '뚝딱' 끝냈는데요. 아동학대 방지 법안, 지난 6월에도 쏟아져 나왔었습니다. 당시엔 9살 소년이 여행용 가방에 감금됐다,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는데요. 법안 제안이유에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고 명시까지 했었습니다. 공분이 너무 일찍 사그라들었나 봅니다. 법안만 내놓고 여야는 반년 동안 단 한 차례로 심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단 3시간이면 충분했을 일을 말입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가 오늘로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였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한 건데요. 오늘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아닌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습니다. 그동안 국회에 제출됐던 5건의 법안. 모두 법안명에 '기업'이 명시가 돼 있었는데요. 오늘 통과된 법안 이름엔 '기업'이 빠졌습니다.
[박병석/국회의장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대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이번에 통과된 중대재해법, 기업 대표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지만, 장관과 지자체장도 함께 책임을 묻게 돼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기업만 처벌하기 위한 법은 아닌 겁니다. 당장 여당 내에서 '기업'을 법안 명칭에 넣을 필요가 있느냐,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굳이 재계를 적대시하는 듯한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결국, 법안명이 바뀌었습니다.
[김태년/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산업현장에 근본적인 변화는 물론, 공중이용시설에서의 시민안전을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를 국회가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법안의 명칭도 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포괄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명칭에서만 '기업'이 빠진 게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심상정/정의당 의원 : 안전철칙 의무를 정부하고 지자체가 해줘야 될 데가 5인 미만 사업장인데 그것을 예외로 아예 배제해버리면 무슨 근거로 정부하고 지자체가 5인 미만 사업장 지원합니까? 완전히 사각지대 되고 완전히 버린 자식 되는 거예요.]
여권 의원들도 법사위에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진 않았습니다.
[최강욱/열린민주당 법사위원 : 5인 미만 사업장에 규제강화 의무를 강화하자 이런 의견이 나왔는데 이거에 대해서 반영하신 다음에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윤호중/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 반영하려고 양 간사들께서 노력을 많이 하셨는데 동의가 안 되어서요.]
김용균 씨 어머니는 끝내 주저 앉아 눈물을 보였습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 한 해에 5인 이하 사업장에서 400명이 죽어 나갑니다. 이것들을 계속 죽이겠다는 겁니다. 어떻게 용납을 할 수 있습니까? 절대로 유족들은 허용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그 사람들 죽음은 가벼이 여기고…]
노동계와 재계, 양측의 반발을 받고 있죠. 더불어민주당은 오늘도 여야 합의로 중대재해법을 처리했다는 데 의미를 뒀습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 어려운 법안을 여야 합의로 마련했다는 데 일단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부족하지만 중대재해를 예방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새로운 출발로 삼고 앞으로 계속 보완, 개선해 가기를 바랍니다.]
다만 이런 생각도 듭니다. 보완, 개선해 가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하겠다고 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요.
< 홍준표 "보수 적장자 내치고, 서얼들이 모여 횡포" >
지난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을 탈당했던 무소속 4인방 권성동 의원에 이어, 이번엔 김태호 의원의 복당이 결정됐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 (김태호 의원의 복당을 허용하신 배경을 설명 부탁드립니다.) 배경이 뭐냐고요? 원래 우리 당 소속이었던 사람이고 선거가 끝나고 나서 한참 조용히 있다가 복당 신청을 한 지 몇 달이 되고 했기 때문에 그래서 그냥 오늘 받아들인 거예요.]
복당이 이리 간단한 일이었던가요? 분명, 지난 총선에선 이런 이야기까지 나왔었는데 말입니다.
[황교안/당시 미래통합당 대표 (지난해 3월 30일) :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영구입당 불허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무소속을 돕는 당원들도 해당행위로 중징계를 내릴 것입니다.]
아쉬운 의석수 때문인가 싶은 생각도 드는데요. 앞서 이은재 전 의원도 복당을 신청했었죠. 이 전 의원의 복당 건은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니 말입니다. 이게 배지 없는 설움인가 싶은데, 국민의힘 설명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 전 의원은 한마디로 "대표적인 천박한 정치인"이라며 "국민의힘이 하수처리장은 아니"라는 겁니다. (정원석 페북) 이른바 '윤석열 혈서' 사건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기도 했는데요. 이 전 의원의 20대 국회 활약상, 조금 남다르긴 했습니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예능캐릭터' 가운데 하나였던 이 전 의원. 적어도 국민의힘에서 다시 활약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듯합니다.
김태호 의원의 복당을 이은재 전 의원만큼 복잡미묘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듯한 분이 있습니다. '무소속 4인방' 가운데 한명이죠. 홍준표 의원입니다. 홍 의원은 자신의 복당과 관련해 "시간이 지나가면 다 해소될 문제다" 낙관론을 펼쳤습니다. 이유는 이랬습니다.
[홍준표/무소속 의원 (어제) : 원래 내가 보수의 적통입니다. 한국 보수 우파의. 이회창 그다음에 이명박, 박근혜 뭐 쭉 이어온 YS(김영삼 전 대통령) 이래 보수의 적통이 홍준표한테 있는 것이지. 그리고 보수 우파의 적통인 내가 적장자인데 적장자 내치고 서얼들이 모여가지고 횡포 부린다고 해서 국민들이 그걸 믿어주겠습니까?]
본인의 탈당은 외출에 불과하다는 신박한 논리도 내놨습니다.
[홍준표/무소속 의원 (어제) : 막가는 공천을 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출마를 하기 위해서 외출을 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가출은 한 사람들이고. 내 집이 싫어서 가출을 해서 딴 살림 차리다가 돌아온 사람들이고.]
외출이든, 가출이든 집으로 들어가려면 일단 벨은 눌러야겠죠. 그런데, 홍 의원은 아직까지 복당신청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 (홍준표 의원 추가로 복당 계획도 논의하셨나요?) 그거는 여태까지 복당을 하겠다는 생각도 안 하고서 신청도 안 하는 분이니까 그런 분까지 우리가 스스로 얘기할 필요 없는 거 아니야?]
홍 의원이 정작 복당신청은 하지 않고, 변죽만 '둥둥' 울리는 이유. "비호감이다"(주호영), 당내 기류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은재 전 의원이 "천박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았다면, 홍준표 의원은 "비호감 정치인"이란 평가가 많습니다.
[오신환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지난해 5월 26일) : 특히 홍준표 의원의 경우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들에 대해서 과감하고 추진력 있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이 갖고 있는 비호감도가 굉장히 또 있거든요.]
특히 초선 의원들 사이에 반감이 상당하다고 하는데요. 홍 의원 눈엔 '서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당내 최다 계파입니다. 이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것도 필요하겠죠. 홍 의원에게 하나 팁을 드리자면 '적장자, 서얼' 같은 표현은 앞으로 피하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말입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정인이법' 일사천리 통과…'기업' 빠진 '중대재해처벌법'도 처리 >
조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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