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 의사 밝힌 주자들 방송 행보
나경원·박영선 '아내의 맛' 예능 출연
우상호, 유튜브에서 일상 공개
시사평론가 "느낌상 사전 선거운동…효과도 있어"
민언협 "정치인 홍보방송으로 전락할 우려도"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한 예능 방송에 출연, 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TV CHOSUN JOY' 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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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은 기자]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거나 출사표를 던질 예정으로 보이는 정치인들이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에 모습을 보이면서 오로지 자신을 홍보할 목적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는 등 순기능도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전문가는 이 같은 상황은 과거에도 있었고 예능 방송을 통한 '표심 잡기'라며 그 효과도 일부분 있다고 분석했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출연했다. 나 전 의원은 세면 후 민낯을 공개하고, 얼마 남지 않은 화장품을 짜내고, 입대를 앞둔 아들을 위해 '곰신(고무신) 카페'에 가입하는 등 평소 정치인 나경원 모습에서 볼 수 없던 한 아이의 엄마, 아내의 모습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또 나 전 의원은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딸의 드럼 연주에 맞춰 탬버린을 치고 함께 된장찌개를 만들거나 남편인 김재호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는 등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을 공개했다.
나 전 의원은 방송 출연 결심 이유에 대해 4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국민과 거리가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워지고 싶어 예능 출연을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방송 시청률은 전주의 2배가량인 11.2%를 기록(닐슨코리아 조사)했고 분당 최고 시청률은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인 15.4%까지 올랐다. 방송 직후 관련 내용이 포털사이트 검색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아내의 맛'에 출연한 박영선 장관 가족. 사진=TV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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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아내의 맛' 촬영을 마쳐 오는 12일 방송을 통해 일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남편 이원조 변호사와의 연애사를 공개하면서 "첫인상은 마음에 안 들었다"라고 농담하거나 함께 자동차 안에서 트로트 노래를 함께 부르는 등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여당에서 가장 먼저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 유튜브 채널인 '우상호 TV'에서 밤을 까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우 의원은 '우상호가 말하는 무소불위 검찰 권력', '이통3사의 요금 인하를 주목한다', '주거 취약계층을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한다' 등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영상들을 주로 올리다가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특집' 영상을 올리며 자녀들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자가격리를 하며 '슬기로운 격리 생활' 시리즈를 만들어 방송하며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우상호 TV' 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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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원은 영상에서 파자마 차림으로 팔굽혀펴기 등 '홈트'(홈트레이닝)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생일맞이 영상과 물건을 개봉하는 '언박싱'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직접 손빨래를 하는 영상을 올리며 "빨래하는 서울시장, 국회의원 생활이 화려해 보이지만 집에서는 매일 야단맞는 인생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소탈한 모습 보기 좋다', '친근하다' 등의 반응도 따랐지만 일각에서는 '선거 앞두고 속 보인다', '방송 출연은 선거법 위반 아니냐', '이미지관리 그만' 등의 부정적 반응도 이어졌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21조 제1항에 따르면 '방송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방송 및 보도·토론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시키거나 후보자의 음성·영상 등 실질적인 출연 효과를 주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되어있다.
하지만 보궐선거는 선거일 60일 전에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심의위원회가 구성되기 전인 현시점에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에는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예능에 출연하는 정치인들은 표심 얻기에 목적이 있다며 그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6일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서 "사실 (이같은 방송 출연이) 느낌적으로는 사전 선거운동"이라며 "예능은 원래 훈훈한 분위기고 비판적이지 않아서 상당히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평론가는 "지금 법적으로 제재할 일은 아니고 위법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런 일이 과거에도 있었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유권자 마음 사로잡기는 시작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선거를 앞두고 방송 출연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협)은 6일 "선거 출마 정치인 출연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언협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연일 보도가 나오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 방송에 출연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1월 12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지적한 뒤 "방송 예능프로그램이 선거 출마를 앞둔 정치인의 홍보방송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김영은 기자 youngeun9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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