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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청년 노린다… 카톡 오픈채팅 불법 대출 기승(종합)

아시아경제 공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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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청년 노린다… 카톡 오픈채팅 불법 대출 기승(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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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내 승인' 오픈채팅 들어가자 나이·이름·연락처 등 신상 물어
50만원 대출해 준 뒤 20일 후 85만원 갚아야…원금의 70%
코로나로 힘든 자영업, 서민들 사정 악용…불법 대출업자들 급전 유혹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나이, 이름, 사는 곳, 연락처, 필요한 돈 얼마?" 7일 오전, 기자가 '당일 5시간 내 승인 돈 빌려드립니다 / 급한 돈 빌려드려요'라는 이름이 달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자 누군가가 대뜸 신상 등을 캐물었다. 대략의 신상을 설명한 뒤 '50만원이 필요하다'고 하자 "50만원을 빌리면 20일 후 85만원으로 갚아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20일 만에 원금의 70%에 해당하는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 대출업자로 보이는 그는 답장을 조금 늦게 하자 "이런 식이면 빨리 돈을 주기가 어렵다"는 '갑질'에 가까운 발언도 내뱉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민ㆍ자영업자 등의 고충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이 같은 불법 대출거래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채팅에 '급한돈'을 검색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대출 관련 채팅방이 나온다. 불법 사금융, 대출사기의 마수가 거의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파고든다는 의미다.

'급한돈' '무직' '대학생' 검색하면 불법 대출 오픈채팅 쉽게 찾을 수 있어

주요 포털사이트에 '급한돈'뿐만 아니라 '무직' '대학생' 같은 키워드를 입력하면 불법 대출 오픈채팅방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주로 무직자와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대출한다는 안내가 게시돼 있다. 또한 '만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 '대출 아님' 등의 문구로 쉽게 접하게끔 유도하고 있었다.


대다수 오픈채팅방의 불법 대출업자들은 법정 한도를 훌쩍 넘어 턱 없이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류비 등 중개료를 요구한 후 잠적하는 경우도 적잖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픈채팅방에서 대출 진행 중 서류비를 요구해서 냈는데 연락이 끊겼다는 호소글도 올라와 있었다.


기자가 한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별도의 서류비가 존재하는지 물었더니 대출업자는 구체적 금액은 얘기하지 않으면서 "상품마다 다르다"며 중개료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설명을 내놨다.

터무니없이 높은 금리는 물론 중개료 요구 후 잠적, 폰테크 등도 횡행…자영업자·청년 노려

유사 대출인 '폰테크'도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폰테크는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후 대출업자에게 넘기는 대신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큰 유사 대출로 지적받고 있다. 또 다른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대출을 문의하자 "폰깡(폰테크), 소액결제 현금화 대출 모두 가능합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계속 이어지면서 상황이 어려워진 자영업자·청년을 대상으로 한 불법 대출 사기도 많아지고 있다. 급전이 필요해지면서 불안해진 심리를 악용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불법금융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피해신고 가운데 미등록대부는 1776건으로 2019년 하반기 대비 441건 늘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불법대출, 대출사기 등은 그 특성상 검사나 제재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특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이뤄지는 행위는 추적이 더욱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곳곳에서 벌어지는 대출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자영업자 등 금융취약계층 소비자들이 대출사기에 노출되기 쉬우니 함부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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