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만 영어공부 시키고
가족모임땐 지하주차장에 두기도
7일 정인이 양모를 알고 지낸 장씨의 한 주변 인사에 따르면 장씨는 정인이를 입양한 이후 어린이집 등에서 “정인이는 친딸 선물” 이라는 표현을 자주 하고 다녔다. 주변인은 “장씨는 과시욕이 강한 성격으로 정인이 입양 사실을 크게 떠들고 다녔다” 며 “하지만 기대와 달리 주변에서 싸늘한 시선을 보내자 정인이에 대한 학대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장씨는 평소 자녀들의 어린이집 통학을 시킬 때에도 친딸만을 데리고 다녔고, 정인이는 주로 양부가 동행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장씨의 행동이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하자, 정인이와 친딸을 최대한 떨어뜨려 놨다고 이 인사는 증언했다.
앞서 경찰 수사에서도 장씨는 친딸의 영어 공부·가족 식사 모임 때 정인이만 혼자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 두고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인이의 눈과 귀에서 진물이 나오는 데도 친딸과 함께 놀이터에 데리고 나왔다.
정인이의 새 이름을 ‘율하’로 지은 것도 친딸의 이름과 돌림자를 맞춰 지은 이름이었다. 양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인이가)얼른 커서 수준에 맞게 놀아 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인이 변호인 측에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아동을 학대하는 와중에 친자를 애지중지하는 성향은 지난해 6월 충남 천안에서 벌어진 ‘의붓아들 가방 감금 살해 사건’ 가해자이자 사실상 계모였던 성모 씨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학대받은 의붓아들 A(당시 9세)군의 몸무게가 23㎏에 불과했던 반면 같은 나이였던 친아들 B군의 몸무게는 40㎏에 달했다.
앞서 지난해 1월 양부모에게 입양된 정인이는 같은 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해에만 무려 세 차례(5·6·9월)나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받았지만 학대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내사 종결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도 불거졌다. 결국 이달 6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양천경찰서의 서장·여성청소년과장을 대기발령했다.
검찰은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장씨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양부인 안모 씨를 아동유기, 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부부의 첫 공판은 이달 13일 열린다. 채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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