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변호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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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면서 국회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11건이나 쏟아졌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고, 학대 신고가 2회 이상 접수되면 의무적으로 학대 의심 가정에서 피해 아동을 '즉시 분리'하자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일부 법안은 내일(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아동 청소년 범죄 피해자를 위해 활동해온 김예원 변호사는 갑작스럽게 제출된 법안들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와 '2회 신고 시 의무적 즉시 분리' 같은 정책은 오히려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식의 법안들이 통과되면 정인이 얼굴이 공개된 값어치가 전혀 없어지는 겁니다." 김예원 변호사 이야기다.
아동학대 피해자들의 편에서 활동해온 공익 변호사가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시기에 제출된 법안들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현장 활동가들이 생각하는 개혁 방안은 무엇인지도 물어봤다. 인터뷰는 2021년 1월 6일 수요일 오후에 전화로 40분가량 진행됐다.
인터뷰에 응한 김예원 변호사 |
● "아동학대 범죄 법정형 강화는 막아야 한다"
- 기자 : '정인이 사건' 방송 이후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갑작스럽게 여러 건 제출됐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님은 오히려 우려가 된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썼습니다. 제출된 법안들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나요?
= 김예원 변호사 : "제일 큰 문제가 '즉시 분리' 부분입니다. 그런데 '즉시 분리'는 이미 지난해 12월에 아동복지법 개정안에 포함돼 통과되었어요. '아동학대 2회 신고 시 즉시 분리'가 그때 나온 이야기거든요. '즉시 분리'가 큰 문제인데 이건 이미 통과된 법안에도 일부 들어가 있으니까 '형량 강화'부터 이야기할게요. 지금 정치권에서 제일 밀고 있는 것이 '형량 강화'인데, 이건 절대로 막아야 해요."
- 가해자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됩니까?
= "형랑 강화를 하려는 취지는 이해합니다. 가해자들을 세게 처벌하고 싶으니까 형량을 강화하자는 뜻은 알겠어요. 그런데 그런다고 가해자들이 세게 처벌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기소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기소된다고 하더라도 무죄율이 높아진다면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니겠죠. 그런데 (형량 강화는) 정확히 그렇게 되는 방법입니다. 법정형의 상한은 이미 학대치사의 경우 무기징역까지도 있어요. 문제는 법정형 하한선입니다.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버리면 기소되는 피고인들은 정말 인생을 걸겠다는 마음가짐이 됩니다."
- 인생을 건다? 절대로 인정 안 한다는 거죠? 지금도 그러지 않나요?
= "물론 지금도 (가해자들은 많은 경우) 인정을 안 하죠. 그런데 (법정형 하한선을 높이면) 더 인정을 안 하고, (피해자들에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공격을 다해요. 아동학대 사건은 뭐가 문제냐 면요, 물증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인이 사건도 물증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판국이에요. 그래서 (경찰은) '아동 보호 전문기관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법정형이 높은 사건을 심리하는 판사들은 형량이 높은 만큼 그 정도의 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증거들을 요구해요. 예를 들어 법정형이 2년짜리 사건을 재판할 때랑 법정형이 15년짜리 사건을 재판할 때랑 판사들이 (유죄 판단을 위해) 요구하는 증거의 수준이 사실상 다르다고요."
- 그런데 법률 실무를 잘 모르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법정형이 올라간다고 더욱 구체적인 증거를 요구하고 입증 책임을 더욱 강하게 묻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 "하지만 그게 실무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관련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다 아는 이야기일 것이고요. 그 부분을 좀 쉽게 설명해볼게요. 내가 판사라고 생각을 해보세요. 만약에 사형 선고 내려야 한다고 하면 굉장히 고민을 하잖아요. 가벼운 징역형을 선고할 때 보다요. 그런 심리를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법정형이 중하면 재판부가 요구하는 증거의 수준이 더 높아지고요, 그런 정도의 중형을 선고할 정도로 증거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보면 무죄 판결을 내리거든요."
- 법원에 가기 앞서서 검찰에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할 때도 높은 법정형이 비슷한 영향을 줄 수 있겠네요?
= "그렇죠. 검찰에서 기소 판단을 할 때도 이런 정도의 증거로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면 불기소를 하죠. 이해하시기 쉽도록 비슷한 실제 사례를 들어볼게요. 장애인 성폭력 사건 같은 경우에는 최근 들어서 법정형이 많이 높아졌어요.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장애인 성폭력 사건은 예를 들어서 피해자가 10번 정도 강간을 당해도 (메시지) 대화 내용 중에 'ㅋㅋ' 이런 게 있으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ㅋㅋ' 이런 걸 보낸 것만 있어도 기소가 안 됩니다."
- 법정형이 높아지니까 확실하지 않으면 기소를 꺼리는 현상이 생겼다?
= "네. 기소가 잘 안 됩니다. 그런데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에는 (법정형 하한선을 높이면) 역효과가 훨씬 심해질 거예요. 왜냐하면 아동학대 사건은 (보통의 장애인 성폭력 사건보다도) 명백한 증거가 있는 사건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그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 변호사님이 실무적으로 장애인 성폭력 사건 피해자 대리를 하는 과정에서 최근에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 "네, 이런 현상은 저뿐만이 아니라 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지원하는 상담소든 어디든 물어봐도 똑같이 대답할 거예요. 이건 공지의 사실이에요."
- 장애인 성폭력의 경우에도 형량을 강화한 것이 역효과를 불러온 셈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그럼요. 그래서 저는 형량 강화되는 거에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심지어 법정형 하한선을 올리는 건 실질적으로 크게 의미도 없어요 이미 지금도 하한선이 낮은 상황이 아니거든요. 물론 하한선을 올리면 집행유예 나올 사건을 집행유예가 안 나오게 할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는 있는데, 그것도 상황에 따라, 사건에 따라 다른 것이거든요."
[※ 참고: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대해서만 선고할 수 있다. 징역 3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에 대해서는 반드시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 법정형의 하한선을 징역 3년 이상으로 올리면 집행유예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렇게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형량을 강화하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굉장히 고통을 받을 수 있어요. (수사 과정이나 재판 과정에서) 한 번 물어볼 거, 두 번 물어보고, 세 번 물어보고…. 그래서 (법정) 형량 강화는 답이 아니라는 겁니다."
- 그렇다면 가해자를 엄벌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 "법정형의 형량을 강화할 게 아니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양형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우려에 맞는 해법이라는 거예요. 지금 이야기되는 법정형 강화는 (가려운 다리가 아니라) 엉뚱한 다른 다리를 긁고 있는 셈이에요. 가해자가 세게 처벌되기를 원한다면 법정형의 하한선을 올리는 게 아니라 대법원 양형 기준을 올려야 하는데, 물론 그걸 법원에서 알아서 하지는 않을 겁니다. 가만히 있으면 양형 기준을 올려주진 않겠죠."
- 법정형은 의무 조항이고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제시하는 양형 기준은 권고사항이긴 하죠. 하지만 대법원의 권고 형량 기준인 양형 기준이 변경되어도 법정형을 올리는 것과 비슷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요?
= "양형기준은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재판 과정에서 양형을 고려할 때는 일단 유죄 판단을 해놓은 다음에 (대법원이 권고하는 넓은 범위의 양형 기준 안에서) 피해자랑 합의를 했냐, 사과를 했냐, 이런 걸 종합해서 형량을 정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형량을 산정할 때) 끼어드는 변수가 많아서, 가해자인 피고인 입장에서는 양형 기준 표까지 다 따져가면서 변호사랑 상담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죠. 변호사들도 의뢰인들하고 상담할 때 양형 기준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보통 피고인에게 '(법정형) 10년짜리입니다.' '(법정형) 15년짜리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잖아요. 법정형 기준으로 이야기하지, 양형 기준 가지고 이야기하지는 않잖아요. 물론 최근에 아주 양형이 센 판례가 나오면 변호사들이 '이거 최근에 15년 나왔습니다.' 이런 말을 하겠지만, 그렇게 변호사가 이야기하는 거랑 법조문에 15년으로 적혀있는 거랑은 엄청나게 다른 거죠. 비교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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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즉시 분리' 하면 아이들 어디로 보내려고 하나?"
- '즉시 분리' 문제를 이야기해보죠. 이미 12월에 통과된 법안에 '아동학대 2회 신고 시 학대 의심 가정으로부터 피해 아동의 즉시 분리' 제도가 도입됐다고 말씀하셨고, 문제라고 지적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즉시 분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잖아요.
= "제가 정말 물어보고 싶은 게요, '즉시 분리'하면 아이들 어디다가 데려다 놓으려고 자꾸 (무턱대고) '즉시 분리'하자는 거예요? 2018년 통계 기준으로 재학대를 받았다고 신고가 접수된 아동이 2천500명 정도로 나오고 있어요. 그냥 아동학대가 아니라 한 번 아동학대를 받았는데 다시 받았다고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2천500명이에요. 그런데 지금 학대 피해 아동 쉼터 전체 정원(TO)이 1천 명입니다. 재학대 신고 건 수가 2천500명인데요. 지금도 포화상태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어디로 보내지고 있냐면요, 가출청소년 쉼터나 소념범들이 소년재판받고 가는 시설들로 가고 있어요. 보육원으로도 보내지고요. 그런데 그런 곳들에서도 학대 피해 아동들을 반가워하지 않아요. 학대 피해 아동들이 집단생활에 원만하게 적응하기가 어렵거든요. 트라우마 치료도 해야 하고, 손이 많아 가기 때문에 반기지 않아요. 학대를 당한 아이들도 그걸 다 알아요. 자신들이 가는 시설들에서 자신들을 반기지 않는다는 걸.
아까 제가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학대 피해 아동 쉼터가 총정원이 1천 명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학대 피해 아동 쉼터에서 상시적으로 살고 있는 아이들이 300~400명은 됩니다. 갈 데가 없으니까 그곳에서 살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에요. 그러면 남는 TO는 600~700명밖에 안 되잖아요. 아까 재학대 신고 건수만 2천500건이라고 했는데, 정원은 600~700명 밖에 안 되면…. 이거는 산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이야기잖아요.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걸요."
- 그러네요.
= "그리고 제가 정말 걱정되는 게, 이렇게 기계적으로 무분별하게 (즉시) 분리가 되면요, 정말 (즉시) 분리되어야 하는 애들 분리 안 되어서 사망하면 어떻게 하나요? 연령이나 상태를 잘 감안해서, 분리해야 할 사건을 잘 분리해내고, 분리하지 않고 원가정에서 행위자와 계속 교육받으면서 가정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지원을 해야 할 사건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2회 신고 시 즉시 분리'라는 개념을 가져오는 순간, 기존의 언어들이 무너지고 심지어 아동학대 처벌법에서 가지고 있던 응급조치나 거기서 파생되는 매뉴얼들도 사실상 다 없어진다고 봐야 하는 것이 거든요. 지금 현장에서 무슨 얘기하고 있냐면, 2회 즉시 분리에 대해서 '그럼 아동 보호 전문기관에 1회 신고 들어오고, 경찰에 1회 신고 들어오면 이건 2회 신고냐 아니냐?'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요."
- 그런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건가요?
= "'만약 우리한테 1회, 너희한테 1회면 그냥 우리는 1회 아냐? 우리 1회라서 즉시 분리 안 했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러려고 만든 제도 아니잖아요."
- '2회 신고 시 즉시 분리' 제도의 문제점으로 두 가지를 말씀하셨네요. 첫째, 쉼터가 턱 없이 부족하다. 둘째, 기계적 즉시 분리 때문에 역효과가 발생한다.
= "그리고 세 번째가 있어요. '즉시 분리'를 악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요 이미."
- 어떤 사례가 있죠?
= "지금 이혼 소송 중인 가정에서 양육권을 받지 못할 것 같은 유책 배우자가 있잖아요. 그래서 아동을 비유책 배우자가 키우고 있을 때, 그 집 현관문 앞에서 소리 지르는 걸 녹음한 다음에 이 가정에서 아동학대를 한다고 신고를 해요. 두 번 신고하면 아동이 즉시 분리되잖아요. 그러면 공동친권자인 자기한테 아이가 오겠죠. 그런 걸로 악용되고 있고….
[※ 참고: '유책 배우자'는 부부 중 혼인 파탄의 책임을 제공한 사람을 뜻한다.]
아직 발생한 사건은 아니자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더 말씀드리자면, 청소년기에 있는 아동이 부모랑 불화가 극심하다고 가정해보세요. 부모가 소리도 지르고 등짝도 때리고 그래요. 이 청소년이 경찰에 두 번 신고를 하면 이 아이는 보육원 갈 수 있는 거예요. 탈가정할 수 있는 거예요. 아동권리협약에서 말하고 있는 원가정에서 아동 이익 최우선 원칙, 그 원칙에 위배되는 방식으로 악용될 소지가 굉장히 높은 겁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아무런 사회적 숙고도 없이 큰 사건이 터졌으니 '2회 즉시 분리'하자는 거 자체가 문제예요."
- 이미 일부 도입된 '2회 신고 시 즉시 분리' 제도도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군요.
= "더욱 아이러니한 건 '2회 신고 시 즉시 분리' 법안이 태동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 천안 사건이라는 점이에요. 9살짜리 아이를 여행 가방에 넣은 사건이었죠.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는 1회 신고를 했어요. 그런 후에 아이가 사망했어요. 이 법안에 따르더라도 이런 아이들을 살리지는 못하는 거죠. 게다가 이런 방식으로 즉시 분리가 운영될 경우 현장에서는 1회 신고에 대해서는 아예 즉시 분리를 안 할 가능성도 있어요. (기계적으로 즉시 분리해야 하는) 2회까지는 한 번이 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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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적인 '즉시 분리'는 부작용이 커"
- 1회 신고만 되어도 '즉시 분리'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2회 신고 시 즉시 분리'로 기계적 기준을 만들어놓으면 오히려 그런 경우에는 '즉시 분리'가 안 된다는 말씀이죠?
= "그렇죠. 현장이 돌아가게 하려면 현장 인력의 전문성을 살려서 '이 건은 신고 횟수가 1회지만 즉시 분리를 해야 한다' 이런 판단을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그런 판단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계적으로 '2회 신고 시 즉시 분리'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이런 제도가 파생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거죠. 그래서 (기계적) 즉시 분리에 대해서는 막아야 해요."
- 무조건적인, 기계적인, '2회 신고 시 즉시 분리' 방침에 반대하다?
= "당연하죠.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저도 '즉시 분리' 찬성이에요. 제가 즉시 분리를 반대하는 사람이 아닌데, 즉시 분리를 해야 하는 사건을 즉시 분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2회 신고 시 '즉시 분리', 이런 건 기계적인 거잖아요."
- 그런데 '즉시 분리'와 관련해 지적한 문제점 중 쉼터 문제에 대해서는 예산 문제라고 접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예산을 많이 배당해서 쉼터를 많이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쉼터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은 일이지만 그것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변호사님 생각이죠?
= "이런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아동들 중에서 갑자기 즉시 분리가 되면 공황(장애)이 오는 애들이 있어요. (학대 피해) 아동은 자기 집이 싫어도, 집 안에서 자기가 머무는 공간, 예를 들어서 책상 밑 같이 자기가 애착을 느끼는 어떤 공간이 있어요. 이런 아동 심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아동에 대해서 물건 취급을 하니까 아동의 의사는 고려하지 않고 그냥 '몇 회하면 기계적으로 즉시 분리'라는 생각이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발생하는 아동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가 얼마나 됐을까 그게 고민입니다. 그리고 지금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학대 피해 아동 보호 쉼터가 꽉 차 가지고 아이들이 청소년 쉼터 같은 곳에 머물고 있다고 했잖아요. 거기서 괴롭힘이나 따돌림이나 당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그런 곳은 규율이 많이 엄하거든요. 그래서 거기 있으면 차라리 그냥 나와서 집에 돌아가서 맞겠다는 아이들도 많아요. 이런 것이 지금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부작용들이에요."
- 이런 점을 고려 안 하고 기계적으로 즉시 분리하는 건 해법이 아니라는 말씀이네요.
= "네, 그렇죠."
●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바꿔야"
- 형량 강화에 반대하시고, 기계적인 즉시 분리도 해법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장이 일을 할 수 있게 바꿔야 해요. 형량 강화나 기계적인 즉시 분리는 답이 아니고요.
아동학대 관련 업무가 굉장히 어렵고, 아동학대 관련된 법률도 굉장히 어려워요. 저도 10년 동안 이 바닥에 있었는데, 저도 그때그때 법을 계속 찾아봐야 할 정도로 어려워요. 단기간에 전문성이 향상될 수 있는 업무가 절대로 아니에요. 당사자인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다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하는 것이라서 더 그래요. 장애인의 경우만 해도 (피해)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당사자가 자기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아동, 특히 미취학 아동의 경우에는 의사 표현이 사실상 안 된다고 봐야 해요.
이렇게 업무가 어렵고 다들 너무 힘들다고 하니까 정치권에서 어떤 해법을 내놨냐면, 권한을 자꾸 분산시켰어요. 원래 아동 보호 전문기관에 전문성을 갖고 하라고 했는데 현장에서 너무 업무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니까 아동학대 처벌법 만들어서 경찰이랑 권한 분산했잖아요. 심지어 요새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에게 조사 업무까지 하라고 하잖아요. 지금 조사 주체가 무려 세 곳이라는 겁니다."
- 아동학대 사건 조사 주체가 세 곳이라는 건…
= "아동 보호 전문기관, 경찰,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이렇게 세 곳이죠. 그런데 권한 분리라는 게 사실은 책임 회피에 가장 좋은 도구가 됩니다. 이번 정인이 사건에 대해서도 서로 '네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나오고 있잖아요.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데 다른 기관이 잘못해서…'라는 식으로 나오잖아요.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현장의 업무를 마비시켰던 주요한 원인입니다. 그래서 제가 얘기하는 대책은 '현장이 일할 수 있게 바꿔야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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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을 갑자기 바꾸는 것부터 하지 말아야"
-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꿔야 현장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 "무엇보다 지금처럼 갑자기 법 바꾸고 이런 걸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 오히려 더욱 큰 혼란을 불러올 뿐이다?
= "네,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지금 있는 법이랑 매뉴얼도 모르는 사람이 현장에 너무 많아요. 심지어 얼마 전에는 경찰이 아동학대 신고자 정보를 유출해서, 아이 부모가 신고자에게 거세게 항의하면서 난리가 난 일이 있었어요. 신고자 신상을 가해자 쪽에 유출하면 안 된다는 건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봐도 알만한 일이잖아요. 법에도 규정돼 있어요. 신고자 신상 유출하면 형사처벌한다고. 그런데 현장에 있는 현직 경찰이 이러고 있는 거예요. 제가 경찰을 욕하려는 게 아니라, 이런 정도로 현장에서는 매뉴얼은커녕 법률도 숙지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계속 법을 바꾸면 매뉴얼도 계속 바뀌죠. 그렇게 되면 현장에서는 어떤 현상이 발생하냐면, 그냥 자포자기해버리는 거예요. (갑자기 바뀌는 법률을) 팔로우업(follow up)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결국에는 재량껏, 그냥 깜냥껏 일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으로 만드는 거죠. 완전히 비전문성으로 몰아넣는 거죠. 그래서 법안을 자꾸 바꾸는 게 현장에 가져오는 타격감이 크니까 제발 함부로 바꾸지 말아 달라는 게 제가 우선 당부드리고 싶은 거예요."
- 제대로 설계도 안 한 상태에서 법을 바꾸면 더욱 타격이 크겠군요.
= "전문가 공청회도 하고, 현장 얘기도 듣고 하면서 법은 바꿔야지 그냥 이렇게 해버리면 안 되죠. 정인이 사건도 지난해 10월에 발생한 사건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올해 1월에 방송이 나왔다고 1월 들어서 이틀 만에 법을 바꾼다는 게… 이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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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바꾸면 정인이 얼굴 공개된 값어치 없어"
- 사실 정인이 사건에 대한 보도는 지난해 10월에도 됐어요. 다만 지난해 보도와 올해 1월 방송과 가장 큰 차이는 당사자인 정인이 얼굴이 공개됐느냐 안 됐느냐죠.
= "사실 피해자 얼굴 공개에 대해서도 제가 할 말 많은데요, (정인이) 얼굴 공개와 관련해서는 제가 (비판하지는 않고) 참고 있어요. (얼굴 공개) 그거 잘했다는 게 아니고요, 그렇게라도 해서 뭔가 바뀔 수 있으면 그냥 참자는 거예요. 지금 이런 상황인데, (법안을) 이렇게 바꾸면 정인이 얼굴 공개된 것마저 가치가 없어지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법안을 바꾸면) 앞으로 발생할 일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 그럼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까요?
= "권한 분산을 중구난방으로 해서 서로 책임 회피하는 도구로만 사용되고 있으니까, 각 기관이 잘할 수 있는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재설계해야 합니다."
- 아까 말씀하신 세 주체, 경찰, 아동 보호 전문기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이 세 기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재설계해야 한다는 거죠?
= "네 맞아요. 경찰은 뭐를 잘하죠? 수사를 잘하잖아요. 현장에 대해서 감이 있잖아요. 물론 정인이 사건 포함해서 아동학대 사건 경찰이 망친 것 많아요. (아동학대 관련) 전문성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경찰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굉장히 중요해질 거예요. 우려가 되는 점이 있어요. 자치경찰제 시행되면서 아동학대 사건을 일선 경찰서에서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일선 경찰서에서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획득할 수가 없어요. (보직) 순환근무제인데다가 3교대로 근무하거든요. 게다가 (일선 경찰서 담당 부서인) 여성청소년계 같은 경우에는 신참들이 많이 배치되어서 수사 경력이 많은 분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에요. 아동학대에 대한 전문성은 아동의 특성을 이해하고, 아동의 인권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아동과 관련된 법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에요. 그런데 일선 경찰서에서는 이런 일을 도저히 할 수가 없어요."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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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주도권…아동학대 범죄 특별수사대 만들자"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그래서 저는 이미 경찰에서 다른 범죄와 관련해 해 놓은 선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씀드려요. 성폭력특별법을 만들었을 때 경찰의 대응이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성폭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법은 만들어졌는데 수사기관에서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었어요. 그러니까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2차 피해당하고 자살하고 이런 경우가 많았어요. 이런 문제 때문에 경찰청에서 광역(지자체) 단위별로 성폭력 특별수사대를 만들었어요. 이 특별수사대는 순환보직 방침도 적용하지 않고 3교대 근무도 안 시켰어요. 물론 각 성폭력 특별수사대에서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성폭력 사건을 다 맡을 수는 없었죠. 그래서 성폭력 특별수사대에는 경찰이 13세 미만 아동 성폭력, 장애 아동 성폭력 같이 어려운 사건만 맡겼어요. 일선 경찰서에서 하기 어려운 사건만 전문으로 했어요.
이러니까 좋은 점이 뭐냐면, 일선 경찰서 경찰이나 특별수사대 경찰이나 모두 같은 조직 구성원이잖아요. 그러니까 일선 경찰서에서 노하우(know-how)를 배울 수가 있어요. 성폭력 특별수사대는 어려운 사건을 전담해서 하면서 전문성을 쌓고, 일선 경찰서에서는 거기에 묻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는 거죠. 그러면서 일선 경찰서도 전문성이 어느 정도 축적되면서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수사 과정) 2차 피해 같은 건 많이 줄었다고 봐야죠. 지금은 이름이 성폭력 특별수사대가 아니라 여성 범죄 특별수사대로 바뀌었지만요.
마찬가지로 아동학대 범죄는 절대로 일선 경찰서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광역 단위에서 성폭력 특별수사대 같은 '아동학대 범죄 특별수사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 경찰이 아동 보호 전문기관 눈치 보고,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눈치 보고, '이 사람들이 학대라고 하나 안 하나' 그 입만 쳐다보고 있으면 안 됩니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아동 인권과 아동 관련 법률에 대해서 이해하고, 현장에 가서 판단하고 책임지라는 거예요.
2013년 당시 크게 보도됐던 아동학대 사건인 '울산 서현이 사건' 때도 경찰은 지금과 똑같이 했어요. '네가 학대라고 안 그래서 안 간 거잖아' '네가 점수표에 그렇게 써놨잖아' 이런 똑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거든요. '울산 서현이 사건' 이후로도 여러 사건들이 있었는데 비슷비슷해요. 이런 패턴들을 이제는 끊어내자. 정인이 얼굴이 공개된 이유가 있다면, 그게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저는 생각해요."
- 아동 보호 전문기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 "경찰은 수사와 입증, 처벌에 주력하시면 좋겠고, 그런데 피해자 지원이랑 (피해) 사례 정리도 해야 하잖아요…. 그걸 아동 보호 전문기관에서 해야 해요. 피해자 지원이랑 사례 관리를 아동 보호 전문기관에서 기존에 해왔고 그 부분에 전문성이 있으니까요. 대신 수사와 사건 판단은 전문성을 갖춘 경찰에서 해야 하고요. 제가 경찰을 무작정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치경찰제와 수사권 조정 방안이 시행되면서 이제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경찰밖에 없어요."
- 그럼 '즉시 분리' 판단 같은 건 경찰에서 해야 할까요?
= "그렇죠. 경찰에서 현장 출동을 하잖아요. 물론 물론 아동 보호 전담기관으로 신고가 들어와서 경찰이랑 지금 같이 가죠. 아동 보호 전문기관 매뉴얼에도 그런 내용이 있고요. 현장에서 경찰과 아동 보호 전문기관이 상호 논의를 하시겠죠. 그런데 '즉시 분리'라는 제도 자체가 아동복지법에도 있지만 실무상으로는 아동학대 범죄 처벌법에 있는 '응급조치'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아동학대 범죄 처벌법 관련 조치는 결국에는 경찰이 책임지고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 하고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죠. (경찰에게) 책임이 주어지면 누군가에게 물어가면서라도 해내겠죠."
● "권한 분산시켜서 책임 서로 미루는 상황"
- 그런데 지금은 책임을 지는 기관은 없고 서로 미루는 상황이다?
= "네, 지금은 책임이 분산돼 있기 때문에, 후폭풍이 두려워서 서로 미루는 거예요. '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아 나는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어' '그럼 일단은 다시 가보자' 이런 식으로 일하다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죽는 아이들이 계속 나오는 거잖아요. 이제는 이런 구조를 끊어내야 해요."
- 실무적으로는 수사뿐 아니라 '즉시 분리' 같은 판단도 전문성을 가진 경찰이 주도권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 "네, 아동 보호 전문기관이랑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입만 쳐다보는 건 이제 하시면 안 되죠.. 물론 전문성이 전제가 되어야 하지만요."
- 경찰도 이번 사태 이후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 "경찰청장이 어제(5일) 회의 들어가서 하는 얘기를 보니 경찰청에 아동학대 전담 부서 만든다는데, 그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 답이 아니다?
= "그럼요. 감독하는 사람 만들겠다는 이야기지, 현장에서 일하겠다는 사람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이런저런 아동학대 관련 지침을 배포하는 역할을 할 텐데, 여러 번 말했지만 지금 있는 지침도 현장에서는 모른다고요. 컨트롤타워라고 하나 더 만들어가지고 현장 혼란 가중시키지 마시고, 실제로 일할 사람들. 책임감 있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로 팀을 만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 지금까지 경찰의 주도적 역할에 대해서 강조하시고 아동 보호 전문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 "기자님은 사실관계 조사를 하고 이에 대해서 보도를 하는 게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기자님한테 갑자기 신고 전화 들어오는 걸 받은 다음에 (아동학대 사건) 직접 조사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어요?"
- 못하죠.
= "못하죠. 그런데 지금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에게 조사 업무 시키는 게 그런 식이에요."
- 어떤 역할을 맡겨야 하나요?
= "이 분들은 공무원이잖아요. 이 분들이 잘하실 수 있는 게 자료 정리와 서류 처리예요. 조사는 못하세요. 자료 정리와 서류처리,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아동 보호 전문기관은 민간 기관이잖아요. 그런데 민간 기관에서 아동학대 범죄 관련 내밀한 정보를 처리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 제기가 있어왔어요. 예를 들어 가해자의 주민등록번호라든가. 그렇다면 공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이 사건에 대한 DB를 구축하고 관련 자료를 모으는 거죠. 그리고 아동학대 사건은 사법기관에도 걸쳐있고, 행정기관에도 걸쳐 있고, 병원이나 이런 곳에서 오는 서류도 많아서 서류 처리를 잘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해요. 그런데 기존의 아동 보호 전문기관에서 이런 업무도 하고 피해자 지원도 하려니까 너무 힘들어서 제대로 관리가 안 됐어요. 이런 역할을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이 하면 되죠.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에게 이것보다 더 많은 걸 바라면 안 돼요. 그런데 지금 거의 경찰처럼 일하라는 수준으로 대책이 나오고 있으니 너무 황당한 거죠."
- 지금까지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기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의 역할 재설계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 말씀 들어보면 쉼터 관련 예산 확대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즉시 분리'를 먼저 이야기할 게 아니라, 쉼터 법제화를 먼저 해야 한다는 거예요. 쉼터에 대해서 아동복지법에 규정이 있기는 하죠. 보건복지부에서 그걸 바탕으로 운영하는데, 쉼터 확충에 대한 법적인 제도 정비가 '즉시 분리' 강화 이전에 이뤄져야 해요.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쉼터 형태도 있을 수 있고, 위탁 가정도 있을 수 있고 다양하게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럼 이런 시설들을 확충하고, 이런 시설을 제공할 인력 구조를 만들어야지 갑자기 길에 돈 뿌린다고 시설이 생기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시설 확충과 관련된 고민이 먼저 있을 후에 '즉시 분리' 제도를 설계했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은 없이 '즉시 분리'부터 만들어놓은 형국이에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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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분(公憤)을 잘못 소모하면 책임져야 할 것"
- 마지막으로 국회에서 입법하고, 행정부에서 대책 만드는 분들께 가장 당부하고 싶은 점을 간단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 "현장이 망가진 가장 근본적 이유는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적 공분(公憤)을 특정 가해자의 악마화에만 쏟았다는 점 같아요. 악마화 된 가해자만 집어내면 된다는 식의 핀셋 효과만 바라보는 임시방편적 대응 때문에 현장이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이런 일에 책임감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지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장점을 살려서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시면 좋겠어요. 신상 공개하고 형량 강화하고, 이렇게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것으로만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 공분(公憤)을 이상한 곳에 소모하지 말라는 말씀이군요.
= "그렇죠. 공분을 잘못 소모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 거죠. 막을 수 있는 사건을 막을 수 없게 만든 걸 우리가 인재(人災)라고 하잖아요. 인재(人災)가 양산되는 구조로 만들면 안 된다는 거예요. 아동학대 사건은."
임찬종 기자(cjy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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