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7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작은 여행 가방에 갇혀있다 숨진 9살 아이.
엄마에게 방치돼 생후 2개월 만에 사망하고 2년 동안 냉장고에 유기된 아기.
그리고 지난 2일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충격적인 학대 전말이 알려진 '정인이'까지.
지난 한 해에만도 국민적인 분노를 자아낸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응급실로 실려 온 16개월 정인이는 장기가 찢어져 복부는 피로 가득 찼고 갈비뼈 여러 곳이 골절된 상태였습니다.
정인이가 떠난 후 온·오프라인에선 '정인아 미안해' 캠페인이 시작되며 비통한 마음이 넘쳤습니다.
방탄소년단 지민, 배우 이민정, 한혜진 등 연예계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치권도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법원에는 입양모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 수백 건이 접수됐죠.
또 학대 신고를 받고도 양부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서울양천경찰서, 입양 후 관리를 부실하게 한 정인이 입양기관 홀트아동복지회 등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사건 대부분이 이를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정인이 사건의 경우 사망 전 어린이집 교사와 의사 등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가 이뤄졌지만 양부모의 학대는 계속됐습니다.
동거남의 9살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사망에 이르게 한 천안 사건도 이미 이전에 의료진의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를 부모로부터 분리하지 않았는데요.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정확하게 학대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 "하지만 장기근속 하지 않고 교육을 오래 받은 것도 아니어서 전문성이 미흡하다. (학대 가해자와) 아동 분리가 끝이라 생각하는데 시작이다. 교육 강화 등 전문성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와 경찰은 학대 의심 신고가 2회 이상 접수된 아동에게 멍이나 상흔이 발견될 경우 학대 행위자와 분리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했습니다.
또 1년 이내 2회 이상 신고 접수 시 '즉각 분리'할 수 있는 제도를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안도 뒤늦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3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학대 신고조차 없이 사망하거나, 사망 뒤 발견된 경우도 있는데 두 번이란 기준을 세운 이유를 모르겠다"며 "1차 신고가 들어왔을 때 아이를 분리해 전체 신체적인 감정, 지능 및 신체 발달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즉각 분리하겠다는데, 재학대가 2019년 기준 11.4%"라며 "대략 3천400여 명의 재학대 신고 아동을 즉각 분리할 경우 보호 시설과 돌봐줄 인력은 충분한지, 아이들 치료와 가해 부모 상담 교육을 할 전문 인력은 확보돼 있는지 의문이다. 72시간(응급조치 기간 3일) 분리 후 다시 돌려보낸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꼬집었습니다.
현재 정인이 사건의 가해자인 양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됐는데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습니다.
살인죄 적용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23만여 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사실 아동학대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인데요.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아동학대치사죄의 경우 기본 징역 4~7년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실제 2019년 학대로 아동이 사망한 사건 중 재판 결과 확정 사례를 보면 학대 행위자에게 5년 초과~10년 이하 징역을 선고한 사례가 13.2%로 가장 많았습니다.
정치권에선 아동학대 행위자 처벌을 강화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일명 '정인이 법'을 앞다퉈 발의했는데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은 "아동학대 형량을 2배 높이겠다"며 '아동학대 무관용 처벌법'을, 국민의힘 청년자치기구인 청년의힘은 '아동학대 방지 4법'을 내놓았습니다.
여야는 8일 임시국회 내에 '정인이 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는데요.
하지만 이미 아동학대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돼 있었고,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관련 법안을 쏟아낸다는 점에서 뒷북 대응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사망 피해자는 42명으로 매월 3.5명의 귀한 생명이 스러졌는데요.
전문가들은 양형 강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관련 기관의 인력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익중 교수는 "지금까지 아이디어가 없었던 게 아니다"며 "매번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전수조사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런 종합대책이 실제 집행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의 인력,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한명현 인턴기자 박소정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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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방치돼 생후 2개월 만에 사망하고 2년 동안 냉장고에 유기된 아기.
그리고 지난 2일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충격적인 학대 전말이 알려진 '정인이'까지.
지난 한 해에만도 국민적인 분노를 자아낸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응급실로 실려 온 16개월 정인이는 장기가 찢어져 복부는 피로 가득 찼고 갈비뼈 여러 곳이 골절된 상태였습니다.
정인이가 떠난 후 온·오프라인에선 '정인아 미안해' 캠페인이 시작되며 비통한 마음이 넘쳤습니다.
지난 2일 추모 챌린지가 시작되자 SNS에는 6일 기준 8만4천여 건의 게시글이 쏟아졌는데요.
방탄소년단 지민, 배우 이민정, 한혜진 등 연예계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치권도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법원에는 입양모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 수백 건이 접수됐죠.
또 학대 신고를 받고도 양부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서울양천경찰서, 입양 후 관리를 부실하게 한 정인이 입양기관 홀트아동복지회 등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되는 상황에 국민적 공분도 커진 상황.
특히 사건 대부분이 이를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정인이 사건의 경우 사망 전 어린이집 교사와 의사 등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가 이뤄졌지만 양부모의 학대는 계속됐습니다.
동거남의 9살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사망에 이르게 한 천안 사건도 이미 이전에 의료진의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를 부모로부터 분리하지 않았는데요.
전문가들은 경찰 혹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학대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정확하게 학대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 "하지만 장기근속 하지 않고 교육을 오래 받은 것도 아니어서 전문성이 미흡하다. (학대 가해자와) 아동 분리가 끝이라 생각하는데 시작이다. 교육 강화 등 전문성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와 경찰은 학대 의심 신고가 2회 이상 접수된 아동에게 멍이나 상흔이 발견될 경우 학대 행위자와 분리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했습니다.
또 1년 이내 2회 이상 신고 접수 시 '즉각 분리'할 수 있는 제도를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안도 뒤늦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3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 주변에서 발견됐다면 수없이 많은 학대가 자행됐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하는데 2회란 기준은 무엇인지, 또 즉각 분리 이후 인프라가 갖춰졌는지 모호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학대 신고조차 없이 사망하거나, 사망 뒤 발견된 경우도 있는데 두 번이란 기준을 세운 이유를 모르겠다"며 "1차 신고가 들어왔을 때 아이를 분리해 전체 신체적인 감정, 지능 및 신체 발달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즉각 분리하겠다는데, 재학대가 2019년 기준 11.4%"라며 "대략 3천400여 명의 재학대 신고 아동을 즉각 분리할 경우 보호 시설과 돌봐줄 인력은 충분한지, 아이들 치료와 가해 부모 상담 교육을 할 전문 인력은 확보돼 있는지 의문이다. 72시간(응급조치 기간 3일) 분리 후 다시 돌려보낸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꼬집었습니다.
현재 정인이 사건의 가해자인 양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됐는데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습니다.
살인죄 적용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23만여 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사실 아동학대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인데요.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아동학대치사죄의 경우 기본 징역 4~7년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실제 2019년 학대로 아동이 사망한 사건 중 재판 결과 확정 사례를 보면 학대 행위자에게 5년 초과~10년 이하 징역을 선고한 사례가 13.2%로 가장 많았습니다.
정치권에선 아동학대 행위자 처벌을 강화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일명 '정인이 법'을 앞다퉈 발의했는데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은 "아동학대 형량을 2배 높이겠다"며 '아동학대 무관용 처벌법'을, 국민의힘 청년자치기구인 청년의힘은 '아동학대 방지 4법'을 내놓았습니다.
여야는 8일 임시국회 내에 '정인이 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는데요.
하지만 이미 아동학대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돼 있었고,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관련 법안을 쏟아낸다는 점에서 뒷북 대응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사망 피해자는 42명으로 매월 3.5명의 귀한 생명이 스러졌는데요.
전문가들은 양형 강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관련 기관의 인력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익중 교수는 "지금까지 아이디어가 없었던 게 아니다"며 "매번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전수조사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런 종합대책이 실제 집행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의 인력,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한명현 인턴기자 박소정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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