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정인이 사망 8일뒤..."재학대 점검 잘했다" 경찰 추켜세운 文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1일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75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관기관과 아동학대 점검팀을 구성해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아동을 발굴하고, 8500명의 재학대 위기 아동을 집중점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1일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한 발언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경찰은 올 한해 스스로를 개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며 학대 위기아동 발굴에 성과를 낸 경찰의 업적을 칭찬했다. 이날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양이 사망(2020년 10월 13일)한 지 8일째 되는 날이었다.



문 대통령,정인이 사망 8일 뒤 경찰 치하



중앙일보

6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 양의 묘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겠다며 대대적인 특별점검을 벌였다. ‘재학대 발견 특별 수사기간’도 운영했지만, 정작 해당 기간에 정인양의 연이은 학대 의심 신고는 묵살됐다. 정인양은 정부의 점검대상에서 제외됐고, 정인양의 사망 직후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도 흐지부지됐다. 문 대통령이 그 시점에 아동학대 근절에 노력한 경찰의 노고를 치하한 사실은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부와 경찰의 노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충남 천안과 경남 창녕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아동학대 특별점검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학대 위기아동 발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재학대 발생을 전면 근절하기 위해 ‘재학대 발견 특별 수사 기간’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복지부와 경찰은 기존 아동학대 신고사례를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점검팀으로 꾸려 지난해 6월부터 5개월간 아동학대 재발생 여부를 확인했다.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해 ▶의료진 신고에 의한 신체학대 사례 ▶재학대 신고 2회 이상 ▶가정폭력 발생 고위험 가정 등의 기준을 세워 3차에 걸쳐 약 8500명의 아동학대 신고 사례를 다시 확인했다.



정부합동점검 정인이 놓쳐



중앙일보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는 학대 위기아동 조기발굴과 재학대 발생을 근절하기 위한 특별점검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특별 수사 기간에도 정인이의 학대는 발견되지 못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인이는 1·2·3차의 정부합동점검에서 모두 대상자에 포함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11일부터 시작한 첫 정부합동점검은 그해 5월까지 ‘최근 3년간 두 차례 이상 신고’가 접수된 사건을 선정했다. 정인이의 2차 신고는 지난해 6월이었다. 더욱이 정인이의 2차 신고는 경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아동학대 혐의없음’ 판단을 내렸다. 따라서, 정인이는 추후 진행된 아동학대 전수검사에서도 ‘재학대 사례’로 분류되지 않았다. 11월까지 이어진 정부의 재학대 특별점검은 정인이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사이 10월 13일 정인이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대통령 연설 전 경찰 신고 묵살 논란



정인양의 사망 직후 경찰이 세 차례나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사건을 내사종결한 사실이 밝혀졌고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10월 15~16일)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75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21일)를 하기 수일 전의 일이다. 문 대통령은 그 시점에 8500명의 재학대 위기 아동을 집중점검한 경찰의 노고를 치하한 것이다.

이종성 의원은 “아동학대를 근절하겠다며 관계 기관 모두가 참여한 합동점검은 무용지물이었다”며 “정부는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대책을 발표하는 데만 치중해왔고 대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행정편의적이고 형식적인 처리가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