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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현장과 괴리된 대책으로는 '정인이 사건' 재발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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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 110곳 작년까지 전담 없어…조례 제정도 미흡

"전담 공무원 확충도 필요하지만 전문성 확보가 더 시급"

연합뉴스

정인이에게
(양평=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6일 오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편지와 선물이 놓여 있다. 2021.1.6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입양 가정에서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차제에 현실성 있는 아동학대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 양부모를 강하게 처벌하라'는 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했으며, 전날 올라온 `아동학대로부터 아이들을 지킬 시스템을 만들어달라'는 취지의 제안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단순한 분노 표출에만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

◇ 전담 공무원 충원한다지만…전문성 확보가 관건

민간 위탁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구조적 한계나 인력부족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는 진작부터 제기돼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0월 각 지방자치단체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는 공공 아동보호체계를 수립했다. 그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담당한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한 것이다.

하지만 전담 공무원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지자체가 수두룩한 실정이다. 말만 대책에 나선다는 것이지 실제 전담 공무원을 충원하고 구체적인 실행에 나선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지난해까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18곳에 모두 290명 배치됐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전담 공무원 숫자를 664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문제는 현장을 뛰어야 하는 전담 공무원의 전문성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배치되는 전담 공무원이 최소 2∼3년 이상은 근무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안내하고 있다"며 "다만 지자체별로 사정이 있기는 하다"고 했다. 인력 사정에 따라 부서 이동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배치·운용해야 할 지자체가 조례조차 마련하지 못한 사례도 다수 확인된다.

행정안전부 자치법규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아동학대 예방 관련 조례가 있는 곳은 5곳에 불과하다. 전담 공무원 운용을 조례에 넣은 마포구와 성동구마저도 `사회복지사 자격 소지자'만을 요건으로 규정했다.

복지부가 "아동복지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직원을 우선 배치할 것"을 권장했으나 일선 상황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연합뉴스

"정인아 어른들이 미안해"…잇따르는 애도물결 (CG)
[연합뉴스TV 제공]



◇ 2주 교육 뒤 현장 투입…"대책만 앞서" 지적도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은 지난해 2주 동안 이론·실습교육을 받았으나 일부 교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연기됐다. 전담 공무원을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파견해 현장동행 방식으로 업무를 배우게 한 곳도 있었다.

복지부는 전담 공무원 교육이 충분치 않다는 비판에 "올해는 교육 횟수를 확대하고 내실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지난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아동학대 관련법은 법률가에게도 어려운 법인데 전담 공무원의 법 교육시간은 2∼3시간이 끝"이라며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담 공무원 확충이나 즉시 분리 강화 등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현실과 괴리됐다는 지적도 힘을 얻는다. 제도부터 내놓다 보니 현장에서 뛰는 사람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선 경찰 관계자는 "구청에 새로 만들어진 담당팀에 물어보니 인력 문제도 있지만 일단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지자체에 전담 공무원이 많아야 3명인 상황에서 `24시간 응급전화'는 실효성이 없다거나, 아이가 안전하게 보호받을 곳이 부족한 상황에서 즉시 분리 등의 대책은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는 비판 역시 제기된다.

◇ 전문가들 "현장 상황 반영한 실효적 시스템 필요"

김 변호사는 "현장을 뛰는 사람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건만 터지면 숙고도 없이 언론을 잠재우는 식으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 나온) 대책을 발표하면 현장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제도도 제도지만 전문성 있는 담당자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조사 활동을 해온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을 공공기관으로 만들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유지웅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2018년 보고서에서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공공기관화를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보고서에서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들어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원활한 협력관계를 높이기 위해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공공기관화하고 아동학대 업무를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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