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변호사회 “고의성 피하는 데 변호 집중” 분석
천안 가방감금 살인혐의 미필적 고의로 이끌어내
온라인에서는 변호사 사임 메시지 보내기 캠페인
태어난 지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의 입양 전 모습. [SBS 방송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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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지난해 충남 천안에서 의붓아들을 가방에 감금해 끔찍하게 살해했던 계모를 변호한 변호인이 정인이의 양모(養母)에 대한 변호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서울남부지법 등에 따르면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의 피고인인 양모 장모 씨의 변호인으로 A변호사가 선임됐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천안에서 벌어진 ‘의붓아들 여행가방 감금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성모 씨도 변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인이 사건의 변호인이 의붓아들 살해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살인죄를 피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현재 정인이의 사망 경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피고인이 실수로 아이를 떨어뜨린 것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고의성이 없음을 증명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의붓아들 감금 살해 사건에 대해 검찰은 성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A변호사는 재판부에 “범죄 사실을 보면 11개월간 11차례 폭행했다”며 “1개월에 한 번꼴로, 상습폭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씨는 평소 아이를 훈육할 때 옷방이나 옷장에 가두곤 했다”며 “사건 당일 가방으로 바뀌어 오랜 시간 학대로 결국 숨졌지만, 살인보다 학대치사에 가깝다”고 살인에 고의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인정했으나 미필적 고의를 반영해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성씨 측은 이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했다.
성씨는 지난해 6월 천안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동거남의 아들 B(당시 9세)군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여행 가방에 7시간 넘게 가뒀다. 성씨는 B군이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가로 44㎝·세로 60㎝·폭 24㎝ 크기의 더 작은 가방으로 옮겨 감금했다.
B군이 숨을 쉬기 위해 지퍼를 떼어 내 틈이 생기자 테이프로 막고, 헤어 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을 30초간 가방 안에 불어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숨이 막힌다고 B군이 호소했지만, 성씨는 가방 위에서 술을 마시고 뛰는 등 학대를 계속했다. 결국 B군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온몸에 멍이 든 정인이의 생전 모습. [SBS 방송화면 캡처] |
두 사건의 변호인이 동일 인물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시민이 해당 변호사에게 사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변호사에게 사임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이를 인증하는 시민들의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JY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대표변호사 역시 양모 장씨에 대한 변호를 의뢰받았지만 “변호를 진행하기 부적절하다고 판단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거절한 바 있다.
A변호사가 소속된 법률사무소 측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해당 변호사가 기자들과 접촉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월 장씨 부부에게 입양된 정인이는 같은 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5월, 6월, 9월 지난해에만 무려 세 차례나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했지만 학대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내사 종결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도 불거졌다.
검찰은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장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양부인 안모 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부부의 첫 공판은 오는 13일 열린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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