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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정인이 사건' 계기로 "입양절차 공공성 강화" 여론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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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됐으나 여전히 민간기관 주도…`검증 미비' 지적

"문제는 입양 아닌 아동학대…사후관리 강화해야" 반론도

연합뉴스

정인이 추모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정인이 사건'에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입양 절차에 공공 개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입양 신청부터 예비 입양부모 상담·조사, 최종 입양 결정에 이르는 절차 전반을 민간 기관이 주도하는데, 국가나 공적 기관의 역할을 늘려 공공 개입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입양이 아니라 아동학대이므로 학대 예방에 집중하는 것이 시급하며, 지금 공공 주도나 민간 주도를 놓고 논란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양부모 심사 전반 민간기관 주도…검증장치 미비

지금도 입양 절차에서 국가의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1년 입양특례법이 전면 개정되고, 이듬해 민법에서도 입양 조항이 바뀌면서 이전까지 전적으로 민간 입양기관이 담당했던 입양 절차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입양특례법에 따라 아이를 입양하려는 양부모는 보유 재산 수준, 아동학대·가정폭력·성폭력과 같은 범죄경력 유무 등을 포함한 필수 서류를 가정법원에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 기관을 중심으로 예비 양부모의 심리적 안정성 등을 판단하기 위한 심리검사와 가정조사 등이 이뤄진다. 법원은 이를 검토해 입양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정인이 사건' 가해자인 양부모도 입양 전 이런 절차를 거쳐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고, 법원 결정에 따라 아이를 입양했다. 이를 놓고 민간 기관이 주축이 돼 예비 양부모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이 이뤄지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입양 절차를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 민간 기관은 매뉴얼에 따라 입양 절차를 적법하게 진행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매뉴얼대로 했다고 해서 할 일을 다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틀에 박힌 질문은 양부모들이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고, 심층 조사가 아니라 형식적으로 매뉴얼을 따르는 조사만으로는 아이를 키우기에 적절한 사람인지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이어 "현재로선 법원의 개입은 최소한에 불과하고, 심사 전반이 입양기관 실무자 개개인의 역량에 맡겨져 있다"며 "적어도 공공기관에서 입양 절차를 담당해야 한 기관이 아동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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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추모 화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유럽 대부분 나라에서는 공공기관이 입양절차 주도

일부 전문가들은 입양 절차 중 양부모 적격심사를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독일과 스웨덴 등의 예를 든다.

안문희 한국법학원 연구위원은 "미국을 제외한 유럽 대부분 나라에서 정부나 공공기관이 양부모 적격심사를 담당한다"며 "독일은 국가기관으로 아동청을 두고 입양을 비롯해 아동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이곳에서 담당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보건복지부와 산하 기구가, 프랑스는 외교부와 산하 기구가 입양 업무를 전담한다. 캐나다도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공공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 절차를 진행한다.

민간 기관이 추구하는 `입양 장려'라는 본래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입양 절차를 민간 기관이 전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안 연구위원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대거 발생한 고아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기 시작한 이후 민간 기관이 입양 분야에 기여한 점이 크다"며 민간 입양기관들의 공로를 인정했으나 이제는 적정한 모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입양을 보내는 게 목적인 민간 기관에서 입양부모 적격심사를 담당하고 입양 여부 결정 절차 전반을 담당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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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 "문제 본질은 아동학대…사후 관리체제 강화 필요"

입양 절차를 민간 영역에서 공공으로 이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숨진 정인이가 입양아라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아동학대의 근원을 입양 절차의 허점에서 찾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입양 가정이 문제의 원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국장은 "문제는 아동학대지 입양이 아니다"라며 "2018년과 2019년 아동학대로 숨진 70명의 아이 중 양부모에 의해 숨진 아이는 1명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와 민간이 각각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따로 있고, 다른 복지 분야는 민간과 협업하는데 왜 입양만 국가가 직접 담당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아이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데 입양 문제를 경직된 공공기관이 덜컥 전담하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이가 입양된 후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으나 경찰 등 관계기관이 번번이 기회를 놓친 점을 들어, 재발 방지를 위해선 입양 후 관리체제 강화가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미숙 한국아동복지학회 감사는 "이번 사건으로 입양 자체를 문제 삼거나 사전 적격심사를 강화하는 건 지금도 소극적인 국내 입양문화를 더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입양 절차나 입양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사후 관리체제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原)가정 보호 원칙보다 아동 이익 원칙을 최우선하고, 단 한 번의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와도 일단 아이를 부모로부터 분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아동 임시보호 시설을 확충하고 경찰관을 상대로 아동학대 관련 교육을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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