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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쏟아지는 '제2정인이 방지법안'…현장선 "기존제도 보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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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재발방지법안 쇄도에…"형량강화 해답 아냐"

전문가들 "다중 보호시스템 구축, 전문가 양성해야"

뉴스1

4일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는 편지와 물품들이 쌓여 있다. 2021.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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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김규빈 기자,이준성 기자 = 생후 16개월된 영아 '정인'(입양 전 이름)이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지면서 정치권에서 아동학대 사건의 형량을 강화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한 법안들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정부도 입양절차 관리감독 강화와 형량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들로는 아동학대 범죄 재발을 막을 수 없을 뿐더러, 정확한 진단 없이 사회적 분노에 편승하는 단발성 해결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 막론 아동학대 재발 방지법 발의 줄이어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양천 입양아동 사망사건을 놓고 여러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입양아동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 달라"며 "입양절차 전반의 공적 관리·감독뿐 아니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아동학대 대응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책 마련을 논의하자면서 법원에 양형기준 상향을 요청하고, 입양절차 전반에 걸쳐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국회의원들은 '제2의 정인이'를 막기 위해 아동학대 범죄 처벌강화, 학대아동 보호제도 개선, 아동학대 조사기능 강화 등의 법·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자신이 대표발의한 아동학대방지 3법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청년당인 '청년의힘' 김병욱·황보승희 공동대표도 '아동학대 방지 4법'을 발의를 준비 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권칠승 의원은 학대아동의 가정 방문주기와 관리방법의 사후관리 규정을 구체화하는 학대아동 보호강화법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상 보호조치 종료에 따라 가정으로 복귀한 보호대상 아동에 대한 사후관리를 명시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아 실제적인 조치가 미비했다. 개정안은 가정방문주기, 관리방법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아동학대 형량을 높이는 법안도 제출돼 있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치사죄의 기본형량을 5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아동학대중상해죄는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안을,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3년 이내 재범 아동학대 가해자의 경우 형량을 2배까지 가중하는 아동학대 처벌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동학대 범죄는 초동대처가 중요한 만큼 경찰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말 학대의 여러 징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나 학대전담공무원이 현장 대응을 부실하게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아동학대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날 정 총리는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 "아동학대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해 양형기준 상향을 법원에 요청하고, 입양절차 전반에 걸쳐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21.1.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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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갑툭튀' 대책들, 현장 더 힘들게 해"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책들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특히 형량강화는 재발방지의 정답이 될 수 없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아동학대 전담 변호사로 활동해온 신수경 변호사는 "형량 강화 자체가 답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법원이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경우 양형위원회에서 정한 양형기준을 벗어나 중한 형을 선고하는 추세"라며 "단순히 형량을 상향하자는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답도 아니고 재발방지를 위한 효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가정법원의 한 판사도 "형량을 늘리는 게 답이 아니다"며 "형량을 늘리더라도 아동학대 사건은 계속 일어나지 않았나"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각에선 '즉시분리'제도가 의무조항이 아니라 한계가 있어 의무조항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즉시분리제도는 1년에 2회 이상 신고가 접수된 아동은 학대 의심 부모와 분리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분리제도가 없었더라도 분리를 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연구도 되지 않고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건과 맞지도 않는 대책을 왜 자극적으로 내놓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남 목포 실명 아동학대 사건'에서 피해자 변호를 맡았던 김예원 변호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2회 신고하면 즉시분리한다는 기사가 나가자마자 이혼소송을 하는 집에서 서로 양육권을 가지려고 신고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즉시분리한 아동이 가출청소년쉼터에 들어가는 등 아이가 안전하게 갈 곳이 마련돼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제도들을 토대로 미비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이미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배치, 수사권 조정으로 자치경찰로 아동학대 조사 업무가 이전되는 등 아동학대와 아동보호체계 관련해서 큰 흐름들의 변화가 있었다"며 "지금은 이 큰 흐름들 사이사이에 디테일한 부분들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인데, 단순히 대책을 던지는 건 그 흐름을 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에 있는 정책이 잘 시행이 되는지부터 점검을 해 큰 흐름을 중심으로 디테일을 명확히 해 현장 실무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찰이 놓치면 아동전문보호기관이, 아동전문보호기관이 놓치면 구청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이를 잡을 수 있는 이중삼중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뿐 아니라 아동학대 정보들을 해석해 지휘를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도 "권한강화가 답이 아니다"라며 "그거 하려다가 그나마 10년간 전문성이 만들어지고 있던 시스템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 뛰는 사람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무슨 사건만 터지면 숙고도 없이 언론을 잠재우는 식으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대책을 발표하면 현장은 더 힘들더. 아이들을 살릴 수 없다"고 토로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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