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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정인이 사건' 뭇매 맞는 경찰…靑국민청원 20만 돌파(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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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에선 APO 기피 경향…양천서장 "마음 무겁고 참담"

연합뉴스

아동학대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박재현 문다영 기자 = "아이 키우는 부모로서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나옵니다. 경찰이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 같아 화도 납니다."

서울 중구에 사는 장모(38)씨는 최근 재조명된 입양 아동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난 뒤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많다.

정인이 사건의 첫 재판을 앞두고 장씨처럼 경찰의 소극적인 초동 대처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아동학대 사건을 직접 접하는 학대예방경찰관(APO) 제도의 문제점도 토로했다.

◇ "피해자 의사 표현 못하고 폭행 증거 찾기 어려울 때 많아"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의 APO는 669명으로, 256개 경찰서에 평균 2∼3명이 배치돼 있다. APO는 아동 등을 대상으로 한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2016년 4월 출범했다. 당시 자녀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하는 아동 대상 강력범죄가 잇따른 데 따른 대책의 하나였다.

APO 제도는 정인이 사망을 계기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3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APO와 아동보호기관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정인이를 양부모에게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결국 정인이는 작년 10월 사망했다.

경찰 내에서 APO는 대표적인 기피 보직으로 꼽힌다. 한 경찰 간부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 일반 폭행 사건과 달리 아동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의사 표현을 못 하는 경우가 많고 폭행이 이뤄지고 한참 뒤 신고가 이뤄져 증거를 찾기 어려울 때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APO는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노인·장애인 학대, 가정폭력 사건도 취급하는 데다 이미 처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사후 점검 작업까지 해야 해 업무가 계속해서 쌓이는 구조다.

경찰 관계자는 "업무 피로도가 높고 이번처럼 욕먹을 일만 많은 보직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주로 순경, 경장 등 막내급이 맡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APO로 일하게 되더라도 절반 이상이 약 1년 만에 다른 보직으로 옮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 경찰, APO 증원 추친…전문가 "아동학대 전담 경찰관 육성해야"

경찰은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신고를 받고도 적절히 조치하지 않은 경찰관들을 줄줄이 징계 조치했다. 또 아동학대로 2차례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 아동을 즉시 학대 가해자로부터 분리 보호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개선 방안도 마련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28일 APO 660여명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250여명,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워크숍을 열고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강화한 현장 지침을 교육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APO를 증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 사건은 업무 전문성이 중요한데, APO는 다른 경찰 업무도 많이 본다"며 "문자 그대로 아동학대 전담 경찰관을 만들어 보직 변경 없이 같은 업무를 보는 전문가를 길러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아동학대 방조' 경찰관 파면 요구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양천서장·담당 경찰관 파면' 靑국민청원 동의 20만여명 돌파

국민 공분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전날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 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게시 하루만인 오후 정부의 공식 답변요건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글쓴이는 "최전선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국가 기관이 아동학대 신고를 수차례 받고도 묵인·방조했다"며 "그 책임의 대가를 반드시 묻고 싶다"고 적었다.

이에 이화섭 양천경찰서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마음이 무겁고 참담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양천경찰서 홈페이지에는 시민들의 비난 글이 폭주하면서 한때 접속에 차질이 빚어졌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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