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지기 20일전 경찰에 3차 신고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은 정 양의 그림이 놓여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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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상태가 너무 안 좋고 원래 간혹 멍들어서 오고 그랬던 아이에요.”
양부의 온갖 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양의 생전 때 몸 상태를 진단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경찰에 신고한 내용 중 일부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아동학대 의심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소아과 전문의 A씨는 지난해 9월 23일 병원을 찾은 정인양을 진찰한 뒤 정인이의 학대 상황을 경찰에 알렸다. 당시 2개월 만에 등원한 정인양은 어린이집 원장이 데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2분58초간 이어진 경찰과의 통화에서 “과거에도 아마 경찰이랑 아동보호기관에서 몇 번 출동을 했던 아이”라며 정인양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 전력 등을 설명했다. A씨는 또 “오늘은 어디가 아팠던가요?”라는 경찰 질문에 “영양상태가 너무 안 좋고 원래 여기저기 멍들어서 오고 그랬던 아이였다”라며 “그런데 한 두달 만에 왔는데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들은 경찰은 “알았다, 나머지 부분은 담당자가 전화를 할 것”이라며 신고 접수를 완료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 대응은 비극을 막지 못했다. 정인양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는 A씨를 포함해 4개월에 걸쳐 세 차례 이뤄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 여성청소년수사팀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양부모와 소아과 전문의, 정인이를 상대로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했다. 그러나 경찰은 제3의 병원에 소견을 구하지 않은 채, 정인양의 입 안 상처를 구내염으로 본 단골 소아과의 소견과 양부모 입장을 반영했다. 이는 학대 의심 정황이 발견된 정인양이 양부모로부터 분리되지 못한 이유가 됐다. 3차 신고자인 A씨는 “경찰에 정인양의 과거력을 모두 상세히 말했기 때문에 당연히 분리 조치 될 줄 알았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학대예방경찰관(APO)이 잇단 학대 의심 신고에 대해 좀더 관심을 기울여 다각적으로 파악했더라면 정은양이 온몸에 멍이 든 채 생후 1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숨지는 안타까운 일은 막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경찰청은 부실 수사 논란이 일자 4일 1~3차 신고 담당자 중 3차 신고 사건을 처리한 경찰관 3명과 APO 2명 등 5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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