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전 3차 조사때 발육부진·영양실조 항목엔 '아니오'
'즉각조치 시행'에도 의사 소견 듣고 사후 관리로 조치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들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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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아동학대 위험도 평가서’에 따르면 정인양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하기 전 세 차례 시행된 ‘아동학대 위험도 평가 척도’에서 총점 9점 만점에 각각 3점·2점·3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평가 기준 점수가 4점이 넘어야 학대 아동으로 구분되며 즉각적인 아동보호 조치가 시행된다.
특히 1·2차 조사를 비롯해 정인양이 사망하기 20일 전에 시행한 3차 조사에 이르기까지 정인양을 담당한 아동전문보호기관은 ‘방임을 포함한 학대로 초래된 발육 부진이나 영양 실조 혹은 비위생 상태가 관찰된다’는 항목에 ‘아니오’라고 체크했다.
또한 아동전문보호기관은 ‘아동이 학대행위자로부터 분리보호를 요구하는 의사를 표현한다’는 항목에도 역시 ‘아니오’ 에 체크를 했다. 16개월 영유아가 제대로 된 의사표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동학대위험도 평가척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록 3차 조사 때 해당 기관이 정인양의 입안 질병 등 신체 내부의 손상을 보고 ‘즉각적인 조치 필요’에 체크를 했지만, 양부모의 학대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사 소견으로 지난해 9월 28일 ‘아동학대 혐의 없음’으로 판단하고 사후 가정방문으로 조치했다. 그로부터 약 2주 후인 10월 13일 정인양은 응급실에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9일 정인양의 양모 장모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 학대 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장씨는 작년 6월부터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아이의 등 쪽에 강한 힘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양아버지 안모씨는 학대를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은 오는 13일 진행된다.
지난 2일 한 지상파 방송사에서 정인양의 양부모의 학대와 방치 끝에 사망에 이른 참혹한 과정을 집중 조명한 뒤로 ‘16개월 영아 학대 사망’ 사건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잇달아 법원에 진정서를 발송하고 정인양이 묻힌 경기 양평 묘지를 방문하는 등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는 것은 물론 양부모는 물론 담당 경찰관들까지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지난 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 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글엔 5일 오후 7시 현재 약 19만명이 동의했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경남 창녕과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 이어 정인양의 사건까지 발생하자 지난해 11월 말 부랴부랴 아동학대 관련 특별 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에는 1년 내에 아동학대가 두 번 신고되는 등 학대가 강하게 의심될 경우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는 ‘즉각 분리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두 번 이상 신고된 아동에게 멍이나 상흔이 발견될 경우 응급조치가 적극 실시될 수 있도록 72시간 동안 응급 분리할 수 있는 방안도 명시됐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올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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