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아동학대…'정인이 사건' 막을 '이 법안'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the300]]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에 목숨을 잃은 입양아 '정인이 사건'에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면서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엔 이미 피해 아동 보호와 아동학대 처벌 강화 등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여야가 한 목소리로 '정인아 미안해'를 외치고 있는 만큼 되풀이되는 비극을 막기 위한 법·제도 정비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백혜련, 김도읍 여야 법사위원회 간사는 이번 임시국회 내에 아동학대 방지 관련법안들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등 80여건의 아동학대 예방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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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대 막자"…'원가정 보호 원칙'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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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뉴시스김선웅 기자 =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은 선물과 추모 메시지가 적혀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2021.01.05. mangusta@newsis.com

우선 '재학대 방지'를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1년에 2회 이상 신고가 접수된 아동을 부모로부터 신속 분리하는 '즉각분리 제도'가 오는 3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더해 아동이 다시 재학대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피해아동을 가해 부모로부터 제대로 분리·보호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조치도 시급한 상황이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보호조치가 끝나 가정으로 복귀한 피해아동의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체계적인 지도·관리가 이뤄지도록 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매뉴얼로만 규정돼 있는 가정 방문 주기, 관리 방법 등을 보건복지부령으로 규정하도록 해 실질적 사후조치가 뒤따르도록 했다.

같은당 서영교 의원은 '원가정 보호 원칙'을 삭제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 보호할 경우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현행법 4조 규정을 없앤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가정 보호 원칙에 따라 피해아동이 학대 위험요인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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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살인보다 중하게 처벌해야" 아동학대 형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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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입양한 뒤 학대와 방임을 이어가다 결국 생후 16개월의 입양아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엄마 A씨가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이송되고 있다. 2020.11.11/뉴스1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치사죄의 형량을 '무기 또는 5년 이상'에서 '무기 또는 15년 이상 징역', 아동학대중상해죄는 '3년 이상'에서 '7년 이상 징역'으로 상향하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신동근 의원은 더 나아가 아동학대치사죄 법정형을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이철규, 조경태 의원은 아동학대범죄의 경우 형법상 음주 또는 약물에 따른 심신상실·심신미약 형벌감면 규정 적용을 배제하고, 아동학대범죄 피해아동이 13세 미만이거나 신체·정신적 장애가 있는 경우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법안을 각각 내놨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 강화와 함께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 발의를 예고하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아동학대치사죄는 적게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학대가 이뤄지는 만큼 일반 살인 사건보다 훨씬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또다른 '정인이 사건'을 막기 위해선 강한 처벌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부모가 양육하는 시대는 지났다. 아이들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미 법안이 발의됐고 사회적 합의가 있어온 만큼 1월 중 피해아동을 학대 가정으로 되돌려보내는 원가정 보호 원칙을 폐기하는 법안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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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신고 묵살한 경찰…권한·책임 강화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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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16일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16개월 입양 아동 학대 사망 사건 관련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1.16. myjs@newsis.com

아동학대전담 공무원과 경찰 등 대응 현장에서의 권한·책임을 강화하는 법안도 나왔다. 이번 '정인이 사건'에서도 사망 전까지 어린이집, 병원 등에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세 차례 접수됐지만 경찰이 내사 종결,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아동학대 관련 교육 대상에 경찰을 포함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현장조사를 거부한 자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을 내놨다.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피해 아동에 대한 응급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찰 또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밖에 △아동학대 방지 신고 의무를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박상혁 민주당 의원) △아동이 가정에서 목격하는 가정폭력 등 간접 폭력도 학대행위로 명시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개정안(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친권자의 징계권 규정을 삭제하고 자녀에 대한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는 민법 개정안(법무부 등) 등도 제출된 상태다.

아울러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입양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정인이 사건 직후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예비 입양 부모에 대한 검증도 부실했고 입양 아동의 교감 기회를 박탈한 채 입양이 이뤄졌다. 학대 정황을 알고도 사후관리가 없었다"며 입양기관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지자체의 '입양결연위원회'를 통한 입양 결정, 입양 결정 전 사전위탁제도인 '임시인도결정' 법제화 등 입양특례법의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권혜민 기자 aevin5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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