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되고 합기도 안되는 등
형평성 논란에 불만 폭발 조짐
‘우리가 총알받이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핀셋 방역규제’가 시행됐지만 형평성 논란으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태권도는 되고 합기도는 안되는 식’의 대책에 분노한 자영업자들은 실내체육시설에 이어 카페 업주들까지 집단 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5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 실내체육시설도 제한적·유동적 운영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은 19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이에 앞서 자영업자의 일방적 희생 강요에 반발하며 대출원리금, 임대료도 같이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 청원도 4일 공식 답변 요건인 동의 20만명을 돌파했다.
가장 먼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실내체육시설이다. 헬스장과 필라테스 등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집합 금지조치가 2주 연장되자 일부 헬스장 업주들이 반발하며 문을 여는 일명 ‘오픈 시위’를 벌인 것.
경기도 포천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은 본인의 SNS에 헬스장 정상 오픈 사진을 올리며 릴레이 오픈 시위를 격려했다. 그는 “우리 국민 대부분이 처음부터 3단계로 굵고 짧게 가자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K-방역으로 자화자찬만 늘어놓더니 이게 무엇이냐”며 “머슴(정부) 월급 주는 주인들(국민)이 다 굶어 죽어간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태권도, 발레 등 학원으로 등록된 소규모 체육시설의 9인 이하 영업은 허용하면서 1대1 교습을 하는 헬스장은 왜 안되냐고 반발한다. 헬스장 운영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헬스장을 열었다는 게시물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이어 집단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카페 업주들은 집단소송까지 준비 중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고장수(44) 씨는 식당이나 브런치 카페와 달리 홀 운영을 못 해 어려움을 겪는 전국 카페 업주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지난 2일 네이버 카페 ‘전국카페사장연합회’를 개설했다.
이들은 지난 4일에는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장관과의 대화를 통해 민원을 넣었고 오는 6일에는 국회 앞, 7일에는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시위를 할 예정이다.
고씨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정부 상대로 집단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며 “소송에 들어가는 돈은 전국에 우리의 어려움을 알리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씨가 개설한 카페에는 5일 현재까지 1600명 이상 모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홀 중심 카페 운영 업주들은 격상된 거리두기 단계가 오는 17일까지 연장되면서 그간 억눌렸던 울분이 폭발한 상태다. 홀 매출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는 고씨의 카페만 해도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70% 줄었다.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은 정부 규제에 형평성과 일관성이 없는 것이다. 고씨는 “똑같이 음식을 먹는데 일반 카페에서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나”며 “식당은 오후 9시까지 홀 영업 하는데도 불구하고 똑같이 재난지원금을 받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라고 오는 11일부터 지급 예정인 3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진수정(48) 씨 역시 고씨를 지지하기 위해 네이버 카페에 가입했다. 그는 “카페가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었다면 지금쯤 감염병이 잡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카페도 규제를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논란이 일자 “헝평성이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설별 업종별 위험도, 조치 내용에 대해 계속 평가해서 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 당장 관련 조치를 조정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조정 시기에 대해 “감염 확산 상황을 고려해 오는 17일 이후의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방역 수칙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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