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장안동 아파트 화재…발달장애 소년 사망
"코로나로 등교 중단돼 집에서 돌봄…지원시간 하루 3시간"
코로나19로 발달장애 가정 '복지 사각지대' 드러나
"지원 공백 10개월…정부 전혀 대책 없어" 지적
"코로나로 등교 중단돼 집에서 돌봄…지원시간 하루 3시간"
코로나19로 발달장애 가정 '복지 사각지대' 드러나
"지원 공백 10개월…정부 전혀 대책 없어" 지적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새해를 앞둔 지난 29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마로 인해 집에 혼자 있던 발달장애 소년이 목숨을 잃었다. 해당 소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다니던 특수학교 등교가 중단되면서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돌볼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고를 당한 것. 코로나19로 인해 발달장애인 가정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마에 홀로 있던 10대 발달장애 소년 사망…연말 ‘참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3시 26분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한 아파트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진압 50여분 만에 완전히 꺼졌지만 집 전체가 전소됐다.
이 집에 살던 15살 A군은 화재 당시 혼자 집에 있다가 발코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동대문경찰서와 소방서는 현장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발달장애인의 어려움 (그래픽= 이미나 기자) |
화마에 홀로 있던 10대 발달장애 소년 사망…연말 ‘참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3시 26분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한 아파트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진압 50여분 만에 완전히 꺼졌지만 집 전체가 전소됐다.
이 집에 살던 15살 A군은 화재 당시 혼자 집에 있다가 발코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동대문경찰서와 소방서는 현장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던 이 소년은 외부 활동이 어려워 특수학교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A군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확산하고 학교 등교가 중단되면서 시작됐다. 국민연금공단이 A군에게 배정한 활동지원시간은 월 104시간, 하루 약 3시간 꼴이다. 학교에 등교한 시간과 지원서비스를 더하면 A군에 대한 어느정도 수준의 관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등교가 중단된 후에도 활동지원시간은 그대로였다. 모친이 동생을 돌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A군을 잠시 집에 혼자 두고 나온 시간동안 참변이 벌어진 것이다.
장애인지원센터 관계자는 “A군이 특수학교를 다녀서 원래대로라면 학교를 다녀온 이후부터 활동지원을 했는데, 코로나로 학교가 문을 닫아 부모님이 나머지 시간동안 A군을 돌봐야 했다”며 “(화재) 당일에도 어머니가 집에 있다가 A군의 동생 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3시 26분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한 아파트 1층에서 화재가 나 집이 전소됐다. 이 사고로 15세 발달장애 소년이 사망했다. (사진=공지유 기자) |
“시설 휴관에도 지원시간 여전히 하루 3시간…사각지대 심각”
A군의 사례처럼 코로나19 확산 이후 돌봄 공백에 따른 발달장애인의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부터 두 달 사이에 자가격리와 복지센터 휴관 등으로 갈 곳을 잃은 발달장애인 세 명이 추락사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발달장애인 부모 11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상황에서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기관 휴관으로 발달재활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자가62.4%에 달했다. 거주지에서 가장 근접한 복지시설인 장애인복지관도 95% 이상 휴관해 대부분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장애학생들의 교육 관련 서비스 공백도 심각했다. 학교 등교가 중단됐지만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이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60.3%였다. 방과후활동서비스 역시 74.4%가 제공기관 휴관으로 이용하지 못했다.
A군의 경우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았지만 등교 중단이 된 상황에서 하루 3시간의 돌봄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7월 장애인등급제 단계적 폐지 이후 보건복지부가 ‘수요자 중심 장애인 지원체계 개편’을 통해 월평균 지원시간과 대상을 확대했지만, A군은 재심사 대상이 아니어서 개편 전 시간을 적용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장애인활동지원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관련 기관들이 전부 문을 닫았지만 지적·발달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시간은 여전히 적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발달장애 아이를 돌보기 위해 생업을 그만두는 부모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도 30일 성명을 내고 “화재가 발생한 시간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발달장애인이 죽음에 이르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을까”라며 “발달장애인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서비스는 월 총 120시간 정도로 하루 4시간 정도밖에 제공받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부모연대는 이어 “열악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문제로 인해 발달장애인 지원이 부모나 가족에게 전가돼 있다”며 “지원 공백이 10개월째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어떤 실효성 있는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