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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안타깝고 먹먹…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묘지에 전해진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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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자 아닌데도 무료장지에…양부모가 장례에 쓴 돈 3000원”

‘그알’ 방송 후 경찰 비판 쇄도… “양부모에 살인 혐의 적용” 靑청원 23만

세계일보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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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로부터 학대당해 숨진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 사건이 공분을 자아낸 가운데, 정인양의 쓸쓸했던 묘지에 많은 이들의 온기가 전해졌다.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장례식에 3000원 쓴 부부’라는 제목으로 정인양의 묘지 사진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정인양이 잠든 경기도 양평균 사종면에 있는 한 수목장에 ‘안율하’라는 이름이 적힌 비석 주위로 생전 정인양이 웃고 있는 사진이 물에 젖은 채 덩그러니 남은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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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양 수목장 초기 모습(왼쪽)과 사건이 알려진 뒤 시민들 선물로 가득한 정인양 수목장 근황. 보배드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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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양이 잠든 공원묘지는 소아암으로 사망한 어린이를 위한 무료 장지로 알려졌다. 글쓴이는 “정인이가 소아암 환자가 아닌데도 왜 이곳에 정인이를 두었을까”라며 “돈이 아까웠을까. 이렇게 무료로 장례를 치른 덕에 이들 부부가 아이를 죽이고 장례에 들인 비용은 다이소 액자 구매에 쓴 3000원이 전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 부부는 아기를 잔혹하게 학대하면서도 아이 앞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을 매월 꼬박꼬박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글쓴이에 따르면 쓸쓸했던 정인양의 묘지에는 사건이 알려진 뒤 많은 조문객이 찾으면서 꽃과 장난감, 목도리·장갑 등 정인양을 위한 선물이 가득 쌓였다. 글쓴이는 “이제는 관리가 어려울 만큼 선물이 많아졌다”며 “며칠 전에는 대전에 계시는 좋은 분께서 정인이를 위한 물품 정리함을 제작해 주변을 곱게 정리해주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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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의심 사건이 알려진 뒤 시민들 선물로 가득한 정인양 수목장 근황. 보배드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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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7개월 무렵 양부모에게 입양된 정인양은 입양된 지 271일 만에 숨을 거뒀다. 지난해 10월13일, 생후 16개월이던 정인양은 서울 목동 한 병원 응급실로 실려 와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사망했다.

사망 당시 정인양은 또래보다 눈에 띄게 왜소했고, 온몸이 멍투성이인 데다 찢어진 장기에서 발생한 출혈로 인해 복부 전체가 피로 가득 차 학대를 의심케 했다. 의료진은 단순 사고가 아닌 아동학대라고 판단해 현장에 있던 양모 장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장씨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홧김에 흔들다 자신의 가슴 수술로 인한 통증 때문에 정인양을 떨어뜨렸다며 고의가 아닌 단순한 사고였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장씨를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한 가운데, 장씨를 강하게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이 사건은 공분을 일으켰다. 정인양의 양부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달 20일 답변 요건인 동의자 수 20만명을 넘겨 23만명으로 마감됐다.

정인양이 숨지기 전 아동학대 정황 의심 신고를 세 차례 받고도 부실 처리한 양천경찰서에도 비난 글이 쇄도하고 있다.

전날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소아과 전문의와 어린이집 교사들은 정인양의 상처를 보고 아동학대 신고를 했지만, 정인양의 양부모는 무혐의 처분이 났다. 또 정인양이 차 안에 방치된 것을 본 이웃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사건 발생 한 달 뒤에야 차량이 주차된 인근건물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는 사건 당일 폐쇄회로(CC)TV가 지워진 뒤였다.

3일 새벽 해당 방송이 나간 뒤 양천경찰서 홈페이지에는 한꺼번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1시간가량 다운되는 일도 빚어졌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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