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법사위 법안소위서 합의 불발…1월5일로 회의 미뤄
경영책임자·영세사업장 등의 처벌 수위 놓고 여전히 논란
임시국회 기한 내 처리 난항…유가족들 “여야 의지 보여라”
어느덧…새해를 맞은 단식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지난 31일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단식농성은 21일째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강은미 원내대표, 이상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운동본부 집행위원장,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김 대표,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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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처리가 결국 불발됐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 등 산업재해 사망자 유가족들은 31일로 단식 21일째를 맞았다. 이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호소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지난 29·30일 이틀간 법안소위를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논의했지만, 전체적인 합의를 보지 못하고 오는 5일로 회의 속개를 미뤘다. 경영책임자 범위 설정 등 ‘난제’로 꼽히던 부분을 일단 정리하면서 “6부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남은 쟁점이 적지 않다. 8일까지인 임시국회 기간 내 법안 처리를 자신할 수 없다. 극한대립 속에 한해가 다 저물도록 중대재해법 논의를 미뤄왔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야는 지난 두 차례 소위에서 경영책임자를 “사업에 실질적 책임을 지는 사람 또는 안전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데 합의했다. 재벌 총수 등이 처벌 범위에 들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중대재해 기준을 원안의 ‘1명 이상 사망’으로 관철한 부분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5일 회의에서 여야는 처벌 내용과 수위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지만 난제가 적지 않다.
원안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징역 등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최대 매출액 10%에 해당하는 벌금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영업허가 취소와 정지 등 제재도 가능하다. 재계는 형사처벌과 민사소송, 행정제재의 3중 책임 부과는 가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법 체계상 영업허가 취소와 같은 행정제재는 따로 분리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대재해 기준을 정부안의 ‘2명 이상 사망’이 아니라 원안의 ‘1명 이상 사망’으로 잡았으니, 대신 처벌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영세 사업주 관련 부분도 쟁점이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법안 일부 내용에 대해 “목욕탕·PC방 등 소상공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가혹한 처벌을 내린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영세 사업장에 대한 양형은 부담이 크다. 영세 사업장 대상 적용 유예 문제도 정리가 쉽지 않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4년 유예하고 50~99인 사업장도 2년 유예한 정부안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최소한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당초 최대 쟁점으로 거론되던 ‘인과 추정’ 조항은 5일 회의까지 수정안을 마련해 논의하기로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없이 새해를 맞게 된 산재 유가족들은 여야의 의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법안 처리 날짜도 정하지 못하고 한해가 지나갔다”며 “재계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차례로 유족들의 농성장을 찾았지만, 김씨는 법안 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듣지 못했다. 김씨는 “김종인 위원장은 ‘통과시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만 하고, 이낙연 대표는 ‘아직도 단식을 하고 계시냐’고 하더라”라면서 “법만 처리하면 단식은 우리가 알아서 푼다. 법 처리 의지부터 보여달라”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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